野 "말석검사는 책임 없나. 당장 사퇴하라"..與 "주도적 개입 위치 아냐" 반박
  • ▲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72일 만에 뒤늦게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였지만, 28년 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정치 공방만 오고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박 후보자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때문에 이날 청문회는 박상옥이 아닌 '박종철 청문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야당은 박 후보자가 박종철 사건의 진실을 축소·은폐하는데 가담했다며 자진사퇴를 강하게 요구했고, 여당은 박 후보자는 수사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며 야당의 공세에 반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청문회 첫 발언자로 마이크를 잡은 뒤 "저는 1987년 (박종철 사건)당시 말진기자로 은폐 조작사건의 전 과정을 취재한 바 있다"며 "그래서 자료를 보면서 그 당시에 취재했던 것들이 정말로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박상옥 후보자가 대법관 자격이 있는지 사실에 기초해 꼼꼼히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공세의 서막을 올렸다. 

이후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박 후보자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은 "박 후보자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촉구하고 자진사퇴를 요구했지만 모두발언에서 송구하다는 짤막한 발언이 전부였다"며 "스스로 책임을 방기했다면 비겁한 것이고 추가 가해자의 존재 여부를 몰랐다면 무능한 검사"라고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또 "물론 말단 검사에 불과했지만 국가 기관의 은폐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진상규명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연행되고 폭행됐던 수많은 대학생과 시민들보다도 소신 없고 양심없는 비겁한 행동"이라며 대법관으로서 자격을 논할 가치도 없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
제가 평검사시절 수사에 참여해 하루 1~2시간 겨우 눈을 붙여가며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 검찰이 모든 사건을 규명했지만, 검찰의 조직적 축소 은폐를 다 밝히지 못한 부분은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당시 사건을 알면서도 진실을 은폐한 처신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강변했다. 

박 후보자는 야당의 공세에 대해 "저는 검사 재직 포함해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그 어떤 책임도 회피하거나 할 생각이 없다"면서 "
경찰의 조직적 사건 축소, 은폐를 밝히는 과정이 길고 힘들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족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상황이 있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검사로서 그런 능력이 주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최민희 의원은 "말석검사는 책임이 없나. 양심에 따른다면 어떻게 이 자리에 나올 수 있나. 당장 사퇴하는 게 최소한의 양심"이라며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 ▲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면 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말석검사로서 사건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야당의 공세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은 "엄격한 검사 동일체 원칙이 적용되는 당시 검찰문화와 시대상황을 고려할 때 박 후보자가 상부 지시 없이 단독으로 추가 수사를 지시할 지위에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지휘부의 지시나 지휘가 없으면 별도의 독립적 검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체제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민 의원은 또 "박 후보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1차 수사에서 주임검사의 요청에 따라 해당된 분야에서 수사를 하면 각종 업무 지원을 하는 역할을 했다"며 "이 사건 수사에 참여한 신창언 주임검사, 안상수 당시 수사검사, 박 후보자는 공교롭게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승진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당시 수사를 총괄하던 안상수 전 검사 등으로부터 은폐 권유를 받은 적이 있는지 물었고, 박 후보자는 "한 번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특히 당시 관계기관 대책회의와 관련해 "1987년 5월말까지 검찰 수사팀에 참여하면서 관계기관 대책회의라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 ▲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야는 이날 청문회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관련 수사 및 공판기록 제출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의원은 "법무부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에 관한 수사 및 공판기록을 직접 와서 열람하라고 했는데 상식적으로 6000페이지가 넘는 것을 하루 만에 열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며 청문회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꼼꼼한 검증이 필요한 청문회에서 야당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밝혀낼 수 있는 자료다. 정부가 청문회 자체를 결과적으로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전해철 의원도 "자료 제출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문회는 연장돼야 그 실체를 발견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은 일정 연장에 대해 전향적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수사기록 전체를 국회에 제출한 전례가 없다"며 야당의 무리한 요구를 반박한 뒤 기록 열람과 관련한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제안했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 역시 "법적 절차에 따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어제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법사위 소회의실에서 사건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음에도 야당의원은 열람도 안하고 전체기록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두 달여 만에 열린 청문회에서 
    1987년 사건인 '박종철 고문치사'을 앞세운 야당의 공세가 계속됨에 따라 후보자의 도덕성 및 자질 검증 등 청문회 핵심 쟁점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였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후보자의 28년 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수사팀 참여 경력을 문제 삼으면서 청문회 개최를 반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