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박지만 겨냥 “야인인 내가 왜?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 다 밝혀질 것”박지만, 정윤회 향해 “대통령 동생 끌어들여야 급수 올라간다고 생각하나”
  •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정윤회씨(59)와 박지만 EG 회장(56)이 권력을 놓고 암투(暗鬪)를 벌이고 있다는 설(說)이 수면 위로 부상한 시점은 8개월 전이다.

    <시사저널>이 정윤회씨가 누군가를 시켜 박지만 회장을 미행했다는 보도를 하면서부터다.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 ‘박지만 회장이 지난해 말 누군가로부터 미행을 당했다.’

    √. ‘이를 알아챈 박지만 회장이 자택 앞까지 쫓아온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았다.’

    √. ‘오토바이 기사에게 정윤회씨 지시로 미행하게 됐다는 자술서를 받아냈다.’

    √. ‘박 회장이 이러한 사실을 알리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럴 리 없다고 했다.’

    √. ‘박 회장은 민정수석실 간부에게도 이를 알렸고, 그가 부하 직원에게 내사를 지시했다.’  

  • ▲ 권력암투설의 주인공인 정윤회씨와 박지만 회장. ⓒ연합뉴스
    ▲ 권력암투설의 주인공인 정윤회씨와 박지만 회장. ⓒ연합뉴스


    이후 민정수석실 간부와 부하 직원은 ‘정윤회 문건’을 지시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전 행정관)으로 알려졌다.

    정윤회씨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시사저널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믿거나 말거나식 ‘카더라’ 보도”라는 게 정윤회씨의 주장이다.

    문건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도 “야인인 내가 왜 그런 일을 하겠는가,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군지 다 밝혀지리라 생각한다”며 내용을 강력 부인했다.

    박지만 회장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다만 최근 문건 유출 파문으로 권력암투설에 이목이 쏠리자 자신의 친구인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의 입을 빌려 불만을 토로했을 뿐이다.

    한선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지만 회장의 최근 발언 내용을 공개했다. “박지만 회장이 대선 직전에도 ‘누나가 대통령이 되면 나와 내 가족의 사적인 삶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그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고 전한 것.

    “(정윤회 씨가) 박지만 하고 대질 신문을 하자고 한다. 전 청와대 비서관을 상대하기에는 성이 안 차는 건가. 적어도 대통령의 동생을 끌어들여야 자신의 급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스스로 토사구팽 당했단 발언을 하는 것으로부터 알아봤다, 대통령 당선 직후 감사 전화를 받았다는 말을 할 때부터 알아봤다. 이러한 하급의 발언 역시 속이 보이는 ‘자기 과시’아니냐. 요즘 정씨의 발언과 행동으로 많은 국민이 알아챘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일말의 애정도 없는 ‘허세’라는 것을.”

       - 한선교 의원(박지만 친구) 페이스북 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정윤회씨와 박지만 회장이 어떤 암투를 벌이고 있는지. ‘박지만 라인’이자 문제의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한 것으로 알려진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지금으로서는 확답을 내릴 수 없는 상태다.

  • ▲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주장.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주장.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의혹은 끝없이 물고 물리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지난 10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있던 작년 말에서 올해 초 사이 경찰청 정보국에 “박지만 미행설에 대한 ‘기관 정보’를 작성해 청와대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당시 경찰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며 박관천 경정의 요구를 거부했으며 경찰은 이런 내용을 당시 민정수석실이 아닌 다른 라인을 통해 청와대에도 알려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미행설을 다룬) 그 기사는 100% 오보이며 박 회장이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을 잡아 자술서를 쓰게 했다는 기사 내용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당시 박 회장이 정윤회씨 쪽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누군가로부터 미행을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그래서 박 회장이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던 것 같다. 나한테 알아봐 달라고 한 것은 없었다”고 했다.

    또한 박관천 경정은 청와대를 떠난 직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문고리 3인방’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은 박지만 회장의 입장과 사실상 궤를 함께한다. 반면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비서실장을 했던 정윤회씨와 가까운 사이다.

    결국 청와대와 박지만 회장이 대립하는 구도가 그려진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0월 박지만 회장에게 미행설의 실체를 묻는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박지만 회장은 아직 답변서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회씨는 박지만 회장과의 대질신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박지만 회장은 이 역시도 가당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지만 회장은 최근 셋째를 임신한 부인 서향희 변호사와 해외로 출국하려던 계획을 최근 전격 취소했다.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다.

    박지만 회장이 소환되면 지금까지 형성됐던 정윤회씨와의 대립 구도가 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추가로 어떤 인물이 개입했는지. 누군가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정윤회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다른 정황이 드러날 수 있다.

    무엇보다 박지만 회장이 입을 여는 것만으로 비선조직 의혹이 또 다른 동력을 얻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이 어디까지 입을 열지가 관건이다. 박지만 회장의 입이 ‘정윤회 문건’ 파문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