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 기회 맞지만 5.24조치 왜 나왔는지 원인 따져봐야”
  • ▲ 류길재 외교부 장관은 8일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5.24조치가 왜 생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여야 의원들에게 일침을 놨다. ⓒ뉴데일리 DB
    ▲ 류길재 외교부 장관은 8일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5.24조치가 왜 생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여야 의원들에게 일침을 놨다. ⓒ뉴데일리 DB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적절한 때가 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5.24조치 해제를 청와대 NSC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북한 3인방이 왔다고 대북정책 원칙을 저버리느냐”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8일 같은 위원회에 출석한 통일부 장관은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연일 ‘5.24조치 해제’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강요성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우리 측을 방문했다고 해서 5·24 조치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는 없다. 이번 고위급의 방문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기회로 삼자는 생각은 분명하다. 그런 입장에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을) 앞으로의 ‘모멘텀’으로 삼아야지,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견지한 대북정책의 원칙을 재고하자는 것은 아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5.24조치 해제’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여야 의원들에게 ‘천안함 폭침’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5.24조치를 해제하려면 왜 이 조치가 나왔는지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남북한 간의) 분쟁에 의해 내려진 조치인 만큼 북측과도 함께 논의해 대화를 통해서 결국 한반도에서 분쟁, 갈등 이런 것들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 3인방의 방한으로 들뜬 여야 의원들에게 “차분해져야 한다”는 뼈 있는 답변도 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문이 전례 없는 일인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나서서) 과도한 기대를 하거나 혹은 의미를 축소하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보고 차분하게, 의연하게 대처하자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북한 3인방이 방한하자 국내 정치권과 언론 전체가 들썩거렸다. 지난 7일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여야 의원과 언론들은 ‘5.24조치 해제’가 필요하다고 떠들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던 정치인과 언론은 '북한군의 천안함 폭침'으로 우리 해군 장병들이 희생된 데 대한 대응이 '5.24조치'라는 점을 잊은 듯이 행동했다.

    결국 지난 7일, 외교통일위원회에 나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단서’를 달아 “청와대 NSC에서 5.24조치 해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정치권과 언론의 ‘여론몰이’를 버티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류길재 장관이 8일 다른 의견을 밝힌 것은, 정치권과 언론의 요구에 흔들리던 박근혜 정부가 결국 ‘대북정책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 아닌가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