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추돌사고 무더기 징계 파문“탁상행정 징계” vs “수백 명 부상, 무겁게 봤다”
  • ▲ 지난 5월 일어난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 추돌사고와 관련, 서울시가 서울메트로에 무더기 징계를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당시 열차 추돌사고 모습.ⓒ 사진 연합뉴스
    ▲ 지난 5월 일어난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 추돌사고와 관련, 서울시가 서울메트로에 무더기 징계를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당시 열차 추돌사고 모습.ⓒ 사진 연합뉴스


    지난 5월 일어난 서울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당시 한발 빠른 대처로 참사를 막은 열차기관사가 서울시로부터 징계를 당할 처지에 놓였다.

    당시 사고는 후속 열차 기관사의 신속한 대응이 없었다면 사망자가 나오는 참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았다. 사고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도 공개석상에서 후속 열차 기관사의 대응을 높아 평가하며 칭찬했다.

    그런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취임을 하루 앞두고, 참사를 막은 기관사를 비롯해 사고 시각 근무를 했던 서울메트로 직원 수십 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요구했다.

    징계를 요구한 서울시 감사관실은, 240여명의 시민이 다친 대형사고라는 사실이 중요하다면서 무더기 징계라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사를 막은 공로자를 징계 대상에 포함시킨 서울시의 행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시 감사관으로부터 징계 요구를 받은 서울메트로는 격앙된 분위기다.
    서울시 감사관이 책상에 앉아 기계적으로 징계처분을 내렸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오고 있다.

    사고 당시 어깨뼈가 부러져 지금까지 요양 중인 후속 열차 기관사 엄모(46)씨는 자신이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속을 듣고 심한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더기 징계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서울시 감사관실의 총 책임자가, 사실상 박원순 시장이 발탁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박원순 시장 역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순 시장이 참사를 막은 기관사 엄씨를 칭찬한 사실을 들어, 박 시장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을 비판하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트위터에서는 “대중 앞에서는 칭송하지만 뒤로는 뒤통수치는 박원순 시장”, “문제가 커지면 보고 못 받아서 그렇다고 발뺌할 것” 등 박원순 시장을 겨냥한 비난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하철 사고와 관련, 서울시의 무더기 징계 요구 사실이 드러난 것은 지난달 말이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메트로 노조 등에 따르면, 서울시 감사관은 지난달 30일 서울메트로 감사실에 공문을 보내, 5월 발생한 서울지하철 열차 추돌사고 관련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서울시 감사관이 요구한 문책 대상자는 모두 48명.

    추돌사고 원인을 제공한 신호관리 담당자는 물론이고 앞 열차 기관사, 후속 열차 기관사 엄씨 등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서울시 감사관은 신호관리 직원과, 앞 열차 기관사 등 24명에게는 책임의 경중에 따라 중징계 및 경징계를, 후속 열차 기관사 엄씨를 비롯한 24명에게는 경고 및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서울시 감사관이 대규모 징계를 요구한 바로 다음날은 박원순 시장의 취임식이 예정돼 있었다. 결국 박원순 시장 취임 하루를 앞두고 무더기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무더기 징계 요구를 받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메트로노조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수백 명이 넘는 시민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만큼 책임자들이 문책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고 시간 대 근무한 직원 대부분이 문책을 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형 참사를 막은 공로자를 죄인 취급하는 서울시 감사관의 결정은 납득 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사고 당시 엄씨는 신호기 오작동으로 뒤늦게 위험을 감지했지만, 기본 제동장치는 물론 매뉴얼에도 없는 보안제동을 함께 걸어, 추돌 속도를 최대한 낮췄다.

    만약 엄씨가 보안제동을 걸지 않았거나, 대응이 조금만 더 늦었어도, 추돌속도 때문에 다수의 사망자와 중상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

    엄씨를 문책 대상에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서울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열차 탑승 전 승무교대 당시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었으면, 앞 열차의 위치를 알 수도 있었다고 본다”면서 ‘안전운행 주의 소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탁상행정식으로 문책 대상을 정했다는 불만도 많다.

    노조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서울메트로노조(한국노총)와 서울지하철노조(민주노총)는 서울시 감사관의 무더기 문책 요구를 거부하기로 하고,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관사 엄씨를 비롯한 대규모 문책 결정에 관여한 인사들에 배한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송병춘 감사관과 박원순 시장의 관계가 새롭게 조명을 받으면서, 박 시장의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이번 문책요구의 최종 결재권자는 김상범 행정1부시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송병춘 감사관 역시 결재선상에 포함돼 있다.

    서울시 감사관실 관계자 역시, “송 감사관이 결재에서 빠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에 의해 발탁된 송병춘 감사관은, 곽 전 교육감이 후보매수 혐의로 물러난 뒤 서울시 감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 감사관 임명은 적지 않은 물의를 빚었다. 교육부가 직무상 누설 혐의로 고발까지 한 인물을 서울시 감사관으로 내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였다.

    더구나 송 감사관은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재직 당시, 공무원법 상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교육부로부터 중징계 요구까지 받은 이력이 있었다.

    그의 임명을 두고, 비난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전에 근무한 곳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고발과 중징계 요구를 받은 인물을 1,200만 서울시 감사관으로 임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발탁한 인사를 같은 좌파진영인 박원순 시장이 거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코드인사’, ‘특혜인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송병춘 감사관이 낙점을 받으면서, 그의 부인인 배옥병씨와 박원순 시장의 ‘인연’도 주목을 받았다.

    학교급식네트워크 대표,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를 지낸 배옥병씨는 좌파진영에서 무상급식의 ‘대모’로 불린다.

    박원순 시장 당선에도 기여한 배옥병씨는 [농약급식] 논란을 촉발시킨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 학교급식기획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일각에선 배옥병씨의 전횡이 서울친환경유통센터 납품비리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배옥병씨가 속한 자문위원회가 권한을 남용해 친환경유통센터의 업체 선정에 개입했다는 지적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자체 감사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서울메트로 열차 추돌사고 피해를 막은 기관사마저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에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는 비난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부상 중에도 참사를 막기 위해 끝까지 제동장치를 놓지 않은 의인을 서울시가 무자비하게 징계한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부상 중에도 끝까지 제동장치를 놓지 않으시고, 대형 참사를 막아내신 분께 징계라니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

    대중앞에서는 칭송하지만 뒤로는 뒤통수치는 박원순 시장.
    2호선 추돌 대참사 막은 기관사까지 징계 지시에 서울 메트로노조 반발!
    문제가 커지면 보고 못받아서 몰랐다고 발뺌하겟지..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참사 막은 기관사도 징계 “박원순 뭐하나?”

    '2호선 열차추돌' 참사 막은 기관사에 징계지시 논란, 징계를 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