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주말드라마(밤 9시 40분) <정도전> (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 25일 방송에서 이성계가 신하들이 갖다 바친 옥새를 요물이라고 집어던지며 대업 성취과정에서 받은 상처와 울분을 쏟아내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을 보여줘 깊은 감동을 준다.

    신하들이 옥새를 갖고 와 왕좌에 오를 것을 간청하자  이성계(유동근 분)는 요동도 하지 않고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문을 박차고 신하들 앞에 나가 마음속 속내를 토해낸다.

    "이게  요물이오다!
    이게 사람 목숨 잡아먹는 요물이란 말이오다!
    사람들 다 미치게 맹글구 나 이성계를 개자식으로 맹근 요물이란 말이오다!
    대체 이까짓 게 뭔데! 대체 이까짓 게 뭔데 다들 이 난장을 친단 말이오까? 
    대체 이까짓 게 뭔데!"

    이성계는 옥새를 마당에 던져버리고 신하들의 간청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가버린다. 사람들이 그토록 탐내며 오르기를 바라는 최고의 권력인 왕좌가 이성계에게는 한낱 요물에 불과하다.
    이성계를 왕으로 올려놓은 공으로 권력을 차지할 꿈에 부풀었던 신하들은 어안이 벙벙해 당혹스러워한다.

    이성계는 정도전(조재현 분)의 천명이라는 말에도 끝없이 망설이고 갈등하며  대업을 이루기 위해 무수한 피를 흘리며 싸워왔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회의에 시달리며 어렵게 어렵게 극복해 왔지만 아끼고 존경하던 정몽주의 죽음으로 결정적인 상처를 받고 깊은 절망과 혼란에 빠져 주저 앉았다.

    이성계는 역성혁명을 일으켜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웠다는 표면상 이유로 권력욕이 강한 인물로 인식되어 온 경향이 있다. 하륜이 "이성계처럼 순진하고 권력의지도 없는 사람을 왕좌에 왜 앉히려고 하냐"고 정도전에게  평한 것처럼 옥새 사건에서 이성계의 인간지향적이고 여린 면이 드러나고 있다.

    온갖 권모와 술수가 판치는 정치판에서 비정치적인 이성계가 정치에 있어서 치명타인 어린아이 같은 순진함을 가지고 대업과정에서 받은 상처와 회의를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왕의 위엄을 갖춰갈 지 주목된다.    

    순진하고 권력의지가 없기 때문에 이성계를 택했다는 정도전의 말이 뭉클한 감동을 주며 그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사진출처=KBS1 드라마 <정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