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주영ⓒ연합뉴스
    ▲ 박주영ⓒ연합뉴스

    한국이 6일 새벽 2시(한국시각) 그리스 아테네의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가상의 월드컵 본선 상대인 그리스를 상대로 2대0 승리를 거뒀다.

    박주영이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좌측면부터 차례로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이 포진하며 골에 대한 기근을 씻어내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수비진은 김진수, 김영권, 홍정호, 이용이 포진했고, 수문장은 정성룡이 맡았다.

    한국은 주장 구자철을 중심으로 경기장을 넓게 쓰면서, 동시에 속공보다는 지공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상대 진영에서 꾸준히 볼을 돌리던 한국은 7분 만에 기회를 잡았다. 박주영이 수비수들의 시선을 빼앗는 사이 우측 페널티박스의 빈 공간으로 진입한 이청용에게 패스를 주며 단독 찬스를 맞이했다. 하지만 침착하지 못했던 이청용의 슈팅은 골키퍼를 맞고 코너킥으로 연결됐다.

    비록 13개월 만에 A매치 무대에 복귀한 박주영이었지만,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몸놀림은 결코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가벼웠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공격의 연결 고리를 찾은 한국이었지만, 수비진의 순간적인 집중력 약화는 아쉬웠다. 전반 14분 만에 이용이 수비 진영에서 볼을 빼앗긴 것. 하지만 미드필더진이 모두 수비로 복귀하면서, 순간적으로 볼을 빼앗긴 상황임에도 수비의 숫자를 많이 가져가며 위기를 벗어났다. 

    위기는 바로 기회로 돌아왔다. 공격진으로 넘어온 볼을 받은 손흥민이 압박을 이겨내고 이청용에게 볼을 연결하여 득점의 기회를 포착했다. 이청용은 크로스로 구자철에게 연결했지만 이미 그리스의 수비가 진용을 갖춘 상태였다. 크로스를 시도하지 않고 단독 돌파나 낮은 패스를 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 전반 18분 박주영이 선제골로 13개월 만에 복귀한 국가대표 A매치에서 골을 기록했다.

    그리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스피드에서는 다소 밀리지만 강한 제공권을 갖고 있기에,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전반 17분 그리스가 처음 맞이한 세트피스 상황에서 문전으로 올린 공은 자칫하면 실점의 빌미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공중볼을 처리함에 있어 중앙 수비수인 홍정호와 골키퍼 정성룡의 상호 사인이 전혀 맞지 않았던 것. 이 상황에서는 홍정호가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어설픈 헤딩으로 공을 처리하기 보다는 정성룡이 더 일찍 문전에서 공을 잡아내는 것이 옳았다.

    전반 18분에 한국의 벼락같은 골이 나왔다. 손흥민의 로빙 패스를 받은 박주영이 논스톱 왼발 슈팅을 날렸고, 이는 곧 그리스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스의 글리코스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슈팅의 속도가 워낙 빨라 속수무책이었다.

    리드를 잡은 한국은 이후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야 했지만, 오히려 그리스의 세트피스 공격에 더 어려운 축구를 해야 했다. 전반 22분 카추라니스(34)의 슈팅이 우측 골대를 맞고 나온 것. 거의 골과 다름이 없었기에 그리스로선 통한의 실책이었지만, 이는 동시에 한국 수비의 병폐이기도 했다. 이용은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고, 중앙수비수인 홍정호와 김영권 모두 상대 공격수를 놓치며 화를 자초했다. 뿐만 아니라 전반 30분 코너킥에 따른 위기가 찾아왔다. 파파도풀로스(29)가 제공권을 따내며 사마라스에게 헤딩 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받은 사마라스(29)가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 상단을 강타했다. 루즈볼은 또 다시 파파도풀로스에게 연결됐고, 파파도풀로스의 오른발 슈팅은 다시 골대를 맞고 나왔다. 수비수의 숫자가 더 많았음에도 한국은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두 번의 슈팅 모두 골로 연결됐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한국 수비수들의 대인 마킹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리드 중임에도 한국은 골 넣기 전의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진 패스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지속적으로 공을 돌리다가 오히려 볼을 빼앗기는 상황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성용 등이 허리에서 파울로 끊지 않았다면 역습을 내줄 수도 있었다. 전반 39분 손흥민이 단독 기회를 맞이할 뻔한 장면 외에는 속공이 이뤄지지 않았다. 점유율은 높았지만 효율성에 있어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며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 양팀은 공격진의 변화를 꾀했다. 그리스는 노장 카라고니스(36)와 크리스토둘로풀로스(27)를 투입했고, 한국은 박주영 대신 김신욱이 투입되며 제공권의 열세를 보완하고자 했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자 했던 양팀은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사이 후반 10분 만에 한국이 2-0으로 달아나는 추가골을 기록했다. 정성룡의 골킥이 공격진의 구자철에 그대로 연결됐고, 구자철은 왼쪽 공간을 파고든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손흥민은 지체없이 왼발 강슛을 날렸고, 골대 상단을 맞고 들어갔다. 글리코스 골키퍼가 자리를 잡아 놓은 상태였지만, 슈팅의 강도는 이를 무시했다.

    다급해진 그리스는 공격수 숫자를 늘리며 꾸준히 공격을 시도했고, 후반 18분에 파파도풀로스(32)가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정성룡의 선방에 무위로 그쳤다. 한국도 후반 20분에 구자철이 중거리 슈팅으로 응수하며 양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후반 27분은 전반에 나왔던 수비진과 정성룡의 불협화음이 재현됐다. 그리스의 프리킥은 비록 무위에 그쳤지만, 조금만 스쳐도 골로 연결될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수비수 혹은 정성룡의 판단이 아쉬웠다. 후반 30분에도 페널티 박스에 수비수가 8명이나 있었지만 4명의 그리스 공격수의 움직임을 차단하지 못했다.

    손흥민과 구자철, 기성용을 대신하여 김보경과 이근호, 하대성을 차례로 투입한 한국은 추가 득점 없이 경기를 2-0으로 마쳤다. 승리는 한국에게 돌아갔지만, 수비진의 집중력과 대인 마킹에서 나오는 문제는 옥에 티로 남았다. 수비 상황에 언제나 수비수의 숫자가 많았음에도 효율적인 수비를 펼치지 못했다. 또한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그리스를 상대로 제공권의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것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러시아와 벨기에 모두 장신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 점은 반드시 보완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오는 5월 29일 튀니지전을 끝으로 평가전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