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병폐인 수비, 반드시 개선돼야
  • ▲ 정성룡ⓒ뉴데일리
    ▲ 정성룡ⓒ뉴데일리

    아직도 불안한 수비

    그리스를 상대로 5일 새벽(한국시각) 승리를 거둔 한국은 일단 공격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수비에 대한 점검은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2-0완승이었지만 그리스의 골 결정력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골대를 맞고 나온 것이 모두 들어갔다면 충분히 2-2 혹은 2-3 역전패도 당할 수 있는 경기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가정이지만, 대한민국의 수비 문제는 '가정'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박주영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한국은 지공과 속공의 조화 속에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를 구사했어야 했다. 이는 홍명보 감독도 원하는 흐름이었을 것이다. 물론 경기장을 넓게 쓰고자 했던 한국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였고, 안타깝게도 수비진과 골피커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 기성용과 수비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수비진에서 간간히 실책이 나온 것도 아쉬운 장면이었다. 그리스에 발 빠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전반 22분 카추라니스(34)의 슈팅이 우측 골대를 맞고 나온 것은 거의 골과 다름이 없었다. 수비수의 숫자가 더 많았지만 이용, 홍정호, 김영권 모두 상대를 마크하지 못했다. 이미 이 시점부터 한국 수비수들은 공과 선수를 동시에 보지 못했다. 이용은 이미 전반 14분 볼 키핑을 못해 수비진에서 공을 빼앗기기도 했고, 이번에는 크로스를 전혀 차단하지 못했다. 풀백의 임무는 활발한 오버래핑도 요구되지만, 풀백은 '수비수'다. 과거 에릭 아비달이나 윌리 사뇰, 게리 네빌 등이 풀백으로서 왜 호평받았는가? 그들은 결코 '스피드'를 갖췄던 풀백은 아니었다.

    전반 30분은 제공권과 공에 대한 집중도가 순간적으로 하락된 상황이었다. 그리스의 코너킥은 파파도풀로스(29)의 헤딩으로 이어졌고, 패스를 받은 사마라스(29)는 바로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 상단을 강타했다. 루즈볼은 또 다시 파파도풀로스에게 연결됐고, 파파도풀로스의 오른발 슈팅은 다시 골대를 맞고 나왔다. 수비수의 숫자가 더 많았음에도 한국은 속수무책이었다. 골대를 맞고 나온 공에 대한 반사신경은 두 번째 문제라 해도, 자신이 마크하는 선수를 자유롭게 놔뒀다는 것은 크나큰 오점이다.

    수비에서 불협화음이 나오니 미드필더진부터 시작되는 공격도 그리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진 패스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지속적으로 공을 돌리다가 오히려 볼을 빼앗기는 상황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성용 등이 허리에서 파울로 끊지 않았다면 역습을 내줄 수도 있었다. 전반 39분 손흥민이 단독 기회를 맞이할 뻔한 장면 외에는 속공이 이뤄지지 않았다. 점유율과 효율성은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했다.

    후반 27분은 전반에 나왔던 수비진과 정성룡의 불협화음이 재현됐다. 그리스의 프리킥은 비록 무위에 그쳤지만, 조금만 스쳐도 골로 연결될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수비수 혹은 정성룡의 판단이 아쉬웠다. 후반 30분에도 페널티 박스에 수비수가 8명이나 있었지만 4명의 그리스 공격수의 움직임을 차단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정성룡의 페널티 박스내 움직임은 아쉬운 점이 있다. 이는 결코 한 두번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 '안정성'은 모든 골키퍼가 가져야 하는 덕목이자 기본이다. 하지만 전반전에서 나온 공중볼 처리와 후반전의 문제는 그리스가 아닌 다른 팀을 만났다면 과연 어찌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점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월드컵 예선과 평가전이 워밍업의 시간이었다면, 본선 무대는 한 치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 '녹다운 스테이지'다. 수비의 세밀함 없이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교만에 가까울 것이다. 오는 5월 29일 마지막 평가전인 튀니지전에서의 개선된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