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대통령 "방송 독과점 없어야" 발언에 업계 술렁>
    청와대 "콘텐츠 다양성 보장 강조…특정업체 겨냥한 것 아냐"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방송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배경을 놓고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최근 방송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수직계열화를 통해서 방송채널을 늘리는 등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프로그램 제공업체의 입지가 좁아져서 방송의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케이블TV협회·방송협회·PP협의회 등 방송업계에서는 일단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 중인 복수방송사용채널사업자(MPP) 시장점유율 규제 완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에서 현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총 매출액의 3분의 1로 제한된 MPP의 시장점유율을 단계적으로 완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규제를 풀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지목한 만큼 규제 완화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청와대가 CJ그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CJ는 CJ헬로비전이라는 케이블TV방송사업 플랫폼(MSO)뿐만 아니라 17개의 방송채널을 운영하는 CJ E&M(MPP)도 계열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도 PP 방송사업 매출액 기준으로 보더라도 CJ E&M은 전체 PP 매출액 5조5천억원 가운데 7천여억원을 올릴 만큼 수직 계열화된 MPP 가운데 가장 큰 업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방송산업은 창조경제의 핵심축이기 때문에 방송 콘텐츠의 다양성 보장 등 환경 자체의 공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라며 "특정 업체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수직계열화 해체가 개별 PP들의 다양성 보장 등 공정 환경 조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MPP에 속하지 못한 중소 PP들이 채널편성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관행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수직계열화 된 채널들을 없애면 중소 PP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것은 일종의 신화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SO(유선방송사업자)들이 서로 더 많은 채널을 통해 방송을 내보내려고 경쟁하는 만큼 PP채널의 다양성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보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SO들은 채널 수를 줄이지 않는다는 정부의 약자 보호 기조에 따라 편성하기 때문에 수직계열화를 개별 PP의 다양성 훼손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직계열화 된 PP가 아니라면 국제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만한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응답하라 1994'라는 프로그램도 CJ E&M의 콘텐츠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PP업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다양성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며 중소 PP입장에서는 고무적일 수 있다"면서도 "MPP든 중소 PP든 서로 협력해서 균형발전을 이루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