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징역 4년 실형 선고..법정구속은 하지 않아 변호인 “비자금 조성만으로 횡령죄 적용은 무리”
  •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CJ그룹 이재현(54)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 선고 직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CJ측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법조계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일부 법조인들은
    “이재현 회장측 입장에서 본다면 예상 가능한 최상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며칠 전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극적인 집행유예 판결은 받은 한화 김승연 회장의 예와 비교해도
    1심 결과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1심에서 징역 4년이 나온 만큼,
    이재현 회장이 피해 회복에 힘쓴다면
    항소심에서 감형과 함께 집행유예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선고 직전 공소장을 변경해 범죄액수를 400억원 넘게 줄인 점,
    초미의 관심사였던 법정구속을 면한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는 14일
    횡령 및 배임,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없고,
    건강이 악화된 점을 들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재현 회장은 비자금 조성 및 운영, 조세 포탈,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작년 7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당초 조세포탈 546억원,
    횡령 및 배임액수를 각각 963억원과 569억원이라고 밝혔으나,
    재판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횡령액을 719억원, 배임액을 392억원으로 축소하고
    징역 6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부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일부 조세포탈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소소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재현 회장측은
    비자금의 구체적 사용처가 드러나지 않은 점을 강조하면서
    비자금 조성사실만으로 횡령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주주의 영향력을 행사해
    수백억원대의 조세를 포탈해 비난가능성이 높고,
    비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점,
    대기업 최고경영자로서의 사회적 책임 등을 실형선고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재현 회장의 악화된 건강상태를 참작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해
    260억원 상당의 조세를 보팔한 점은 비난가능성이 크다.

    지능적이고 은밀한 방법으로 비자금 603억원을 조성해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피고인의 범행 방법, 그룹에서의 지위와 역할,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할 때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준법경영]과 [투명경영]을 강조하면서
    이재현 회장을 [훈계]하기도 했다.

    CJ그룹은 국가산업과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노력이 진정으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에 의한 준법경영과 투명경영이 선행돼야 한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그룹 전체의 발전과 기업 이미지 개선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1심 재판부가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재계의 관심은 항소심 판결결과에 모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낙관적인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재판의 [데자뷰]가 될 것이란 해석도 있다.

    김승연 회장은 2012년 8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나,
    지난해 1월 서울고등법원이 구속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구치소를 나왔다.

    김승연 회장은 항소심에서
    1년이 줄어든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에도
    불구속 상태에서 대법원 상고심을 준비했다.

    이후에도 법원은 세 차례에 걸쳐
    김승연 회장에 대한 구속집행정지기간을 연장했다.

    결국 김승연 회장은
    11일 열린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승연 회장의 구속집행정지신청 사유는 [악화된 건강]이었다.

    김승연 회장은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 당뇨 등 지병이 악화돼
    수형생활을 견디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고,
    법원은 전문의 등의 의견을 종합해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김승연 회장의 배임액을 34억원 줄이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은 이재현 회장 역시
    수술 뒤 거대 세포 바이러스 감염으로,
    지난해 말 법원으로부터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1심 선고형량이 같고,
    검찰이 재판과정에서 범죄금액을 축소한 점,
    두 사람 모두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 있다는 점 등은
    이재현, 김승현 회장의 [공통점]이다.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결과가
    김승연 회장의 파기환송심 결과와 비슷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판결결과에 대해 이재현 회장의 변호인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신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비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나타내면서 항소의사를 밝혔다.

    비자금 조성 혐의는 무죄를 확신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아쉽다.
    재판부가 비자금 조성만으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비자금은)처음부터 따로 관리했고 회사목적으로 사용됐다.
    항소심을 잘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