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연합뉴스)  외벽이 통유리로 된 건물을 설계변경으로 더 가깝게 짓는 바람에 서로 내부를 훤히 볼 수 있게 됐다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현대산업개발이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에 세운 특급호텔 '파크 하얏트 부산'과 옆에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인 '현대아이파크' 얘기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김종혁 부장판사)는 현대아이파크 35∼48층 주민 5명이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가구당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화해권고 결정을 했고 양측이 받아들여 확정됐다고 5일 밝혔다.

    원고 가운데 1명은 호텔 객실 내부는 물론 화장실까지 훤히 들여다보여 '성행위 금지'라는 문구와 함께 비키니 차림의 마네킹을 거실에 둬 사생활 침해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현대아이파크를 분양한 지 1년 8개월가량 지난 뒤 일방적으로 호텔 로비와 와인바 등을 상층부로 올리는 등 설계변경을 해 피해를 키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분쟁 발생 후 호텔 유리에 시트지를 붙였지만 사생활 침해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그러나 현대아이파크 53층 주민 등 6명이 같은 이유로 계약해지와 계약금 반환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이유 없다"며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가 설계변경을 한 것은 맞지만 계약을 해지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