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국가적 개인적 삶의 중심으로
-
[문화]를 국가적 개인적 삶의 중심으로 가져와야한국은 현대사를 먹고사는 나라,
보스포러스 해협의 양안(兩岸) 즉,
구(舊) 서로마제국과 구(舊)동로마제국(플러스 오토만제국)의 후예들은
과거사를 먹고사는 나라란,
인상을 받은 23일 간의 여행이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장점과 약점,
그곳의 장점과 약점을
새삼 확인한 여행이기도 했다.서로마제국의 수도 로마와,
동로마-오토만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은
위대하고 찬란한
그레꼬-로만(Greco-Rroman) 문명,
기독교문명,
르네상스 문화,
이슬람문명의 유적들로
영원한 섬광(閃光)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제국과 황제와 술탄(sultan)과 정복자들의 영광을 노래하고 있었다.
천재들과 노예와 모험가들과 영웅들의 서사시(敍事詩)이기도 했다.로마의 팔라치오 언덕 주변에서는
원로원 뜰에서 열렬한 웅변으로 암살당한 시저를 변호하던 안토니오의 흔적을
볼 수 있고,
베드로와 바울이 갇혀있던 지하 감옥의 지상건물을
바라볼 수 있다.
건국시조 로무루스가 도읍하고
옥타비아누스가 건설한
고대 로마의 권력중심지도 한 눈에 들어오고,
좀 더 떨어진 곳의 도미틸라 카타콤베(지하묘지)에서는
초기 기독교도들의 수난과 경건을 체감할 수 있다.이탈리아 남부 바리(Bari)에 들르면
어쩌자고 노르만 정복자 윌리엄 2세의 말발굽이
거기까지 미쳤음을 발견할 수 있다.
에게 해를 건너 터키 남부의 이즈미르로 이동하면
그곳은 이슬람 문명의 독판이 아니라
박해시대 기독교의 성지(聖地) 에베소가 자리 잡고 있는,
동서 문명의 완충지대이자 중첩지대임을 대번에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발칸반도와 터키 사이를 둘러치고 있는
에게 해(海)의 아름다운 일몰(日沒) 뒤에는
그리스 연합군과 페르시아 다리우스 3세가 벌였던
장엄한 한판승부의 함성이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거기서 북상(北上)해서 이스탄블로 진입하면
입항(入港) 순간의 눈을 메우는 블루 모스크의 기구한 자태가
나그네의 [문명사적 감개]를 돋운다.
기독교도가 세운 성당이 이슬람교도의 모스크로 변모한 대전환과
격변의 역사가 재생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탄블은
이제는 동방의 이슬람 정복자들의 유산이다.
그러면서도 정교분리의 묘(妙)를 살리려 한 게말 아타튜르크의
[동방적 근대화] 모델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땅이었다.
돌아오는 길목에 자리 잡은 크로아티아의 작은 항구 두보르니크에는
나폴레옹에서 세르비아의 밀로세비치에 이르기까지의 역대 침략자들이
남기고 간 상흔이 얼룩져 있다.결론은 무엇인가?
이들 지역은 고대-중세의 영광이 현재를 지탱해주고 있으면서
동시에 현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곳이란 점이다.
그래서 이른바 근현대적인 의미의 효율성(efficiency)이란 점에서는 발걸음이 더디다.
원숙한 문명의 중압이
축복이면서 동시에 질곡(桎梏)이기도 한 모순 같은 것이다.
이 모순은
우리보다 높은 라이프 스타일의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그러나
우리보다 낮은 효율성과 현대적 적응력으로 나타나 있다.여기서
한국-한국인의 자화상이 읽힌다.
우리는 근대화-정보화-행정효율성에선
단연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이점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는 위대한 대한민국이다.
그러면서도
국가와 국민의 문화적 라이프 스타일 격조(格調)란 기준에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우리는 여전히 [생존을 위한 싸움]이란 철학에 몰입해 있다 보니,
삶을 문화적으로 영위하는 마인드와 틀에선 뒤쳐져 있다.
이 약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선진](先進)을 자임해선 안 된다.일찍이 게르만 민족은
그레꼬-로만 문명국에 비하면 숲속 [야만족]이었다.
그러나 중세 때부터는
유럽의 문명사를 이끈 선도(先導)민족으로 부상했다.
우리는 고대-중세 때도
결코 숲속이나 색북(塞北)의 [야만족]이 아니었다.
우리는 고상한 문명 민족으로 살았다.
따라서
지금의 우리의 문화적 라이프 스타일의 빈 곳을 메우는 일이,
마음만 먹으면
게르만 민족의 경우보다
훨씬 빠를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 본다.어떻게 [문화]를
국가적-개인적 삶의 중심으로 가져오느냐?
이것이 이번 순례 길에서
시종 뇌리를 때려온 일관된 집념이었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