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중심주의 회칙..사실상 폐기

  • 이른바 [서울대 담배녀] 때문에
    서울대 학생회가 11년 만에 [성폭력 회칙]을 바꿔 주목된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는
    최근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반성폭력학생회칙 개정안]을 발표,
    "성폭력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안으로 회칙을 전면 개정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기존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상황]을 기준으로 [피해 여부]를 가리자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

    당초 성폭력 회칙에는
    [한 인간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거나, 성적 혹은 성차에 기반을 둔 행위] 등
    다소 모호한 개념으로 [성폭력 행위]가 규정돼 있었으나,
    개정안에선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함으로써
    피해자의 [주관]에 따라 [가해 여부]가 갈리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이같은 개정안 마련은
    지난 2011년 3월 서울대 학생 이모(22)씨가
    자신 앞에서 줄담배를 피운 남자친구 정모(22)씨의 행동을 [성폭력]으로 간주,
    학생회에 신고한 [특이한 사건]에서부터 비롯됐다.

    당시 이씨는 남자친구와 결별한 뒤
    "정씨의 행동이 자신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켰다"며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정씨는 제 앞에서
    담배를 피움으로써 남성성을 과시했고
    이 같은 행위는 여성인 나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면서
    발언권을 침해했습니다.


    이때 이씨의 사건을 접수한 학생회장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딸인 유모(23)씨였다.

    유씨는 "이 사건을 성폭력으로 규정하긴 어렵다"며 이씨의 신고를 반려했다.

    그러자 이씨는 유씨를 [성폭력 2차 가해자]로 지목하며 강한 반발을 보였다.

    이씨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었던 유씨는
    결국 학생회장 사퇴 의사를 밝히고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

    사회대 학생회칙이 규정한
    [성폭력 2차 가해]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지만
    이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할 의사가 없어 
    학생회장으로서 직무에 맞는 책임을 다할 수 없습니다.


    이씨의 성폭력 신고에서부터
    학생회장 유씨의 사퇴 표명까지 이어진 일련의 해프닝은,
    일명 [서울대 담배녀 사건]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사건이다.

    [서울대 담배녀 사건] 이후
    과연 [성폭력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하느냐]를 놓고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다.

    그동안 인터넷상에선
    "그래도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과,
    "매우 주관적인 판단을 성폭력으로 비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왔다.

    하지만 서울대 학내 여론은
    [담배를 피우는 것까지 성폭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서울대 학생회는
    다소 모호하게 쓰여져 있던 성폭력의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했다.

    ■ 기존 회칙 
    성폭력은 한 인간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
    성적이거나 성차에 기반을 둔 행위,
    의도에 무관하게 피해자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 개정안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성적 언동,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
    일방적 신체 접촉,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
    성적으로 불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등을 성폭력으로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