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은 26일 국가정보원의 정치관여·대선개입 의혹 사건 첫 공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무차별적으로 종북(從北) 딱지를 붙이는 신종 매카시즘의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검찰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사이버 활동은 국정원의 고유 업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은 국정원의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맞섰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그릇된 종북관을 갖고 적이 아닌 일반 국민을 상대로 여론·심리전을 벌였다"며 "이는 국정원의 존재 이유에 반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북한과 유사한 주장을 하는 사람과 단체에 근거없이 낙인을 찍었다. 이어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수행이 바로 국가안보라는 인식에 따라 사이버 여론을 조작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부서장 회의에서 "인터넷이 종북좌파 세력에 점령당하다시피 했다. 전 직원이 청소한다는 자세로 그런 세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변호인은 "북한과 종북 좌파가 대통령 국정수행 성과를 폄훼하고 정부 시책에 대한 반대 선동을 해왔다"며 "이런 공세에 대응해 사이버 활동을 벌이는 것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고유 업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종북 좌파와 일부 야당 성향 정치인의 주장이 외견상 비슷하다고 해서 사이버 활동을 정치 관여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정원 손발을 묶으려는 생각은 종북 좌파와 상통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압박했으나 피고인은 끝까지 거부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면서 "피고인이 선거개입을 지시했다는 것은 상식과 경험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취임한 후부터 작년 대통령 선거 전까지 국정원 직원들에게 정치·선거 관여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쓰도록 지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지난 6월 14일 불구속 기소됐다.

    원 전 원장은 댓글 활동을 정치관여·선거개입이라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자신이 지시했는지, 지시와 활동 간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위법의 인식이 있었는지 등도 불확실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6일까지 매주 한 차례씩 집중 심리를 진행한다. 다음 공판은 내달 2일 열린다.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원 전 원장이 황보연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와 관련한 첫 공판은 선거법 위반 사건과 별도로 다음달 10일 열린다.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원 전 원장은 보석 허가를 신청했고 지난 20일 심문에서 "수사를 충분히 받았고 출국이 금지돼 도주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보석 허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