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공판서 증인 진술‘우리민족끼리’ 등 모니터링..‘제주해군기지’, ‘한미FTA’ 등 이슈에 대응
  • ▲ 원세훈 전 국정원장(왼쪽)이 지난 8월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장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연합뉴스
    ▲ 원세훈 전 국정원장(왼쪽)이 지난 8월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장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연합뉴스



    선거와 관련돼 구체적 지시를 받아본 적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이버 활동을 꼭 (원장의) 지시를 받아 한 것은 아니다.
    심리전단의 역할은 국정 지원 및 홍보, 종북세력 대처에 있다.
    여기에 맞게 복합적으로 업무를 추진했다.

       - 9월 2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 증인 진술 중 일부.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502호 법정 증인석 주변에는
    높이 150cm, 8첩 병풍 형태의 가림막이 설치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선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은
    앞선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이어 이번에도 가림막 안에서 진술에 응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민병주 전 단장은 국정원장장의 지시에 의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특히 민병주 전 단장은
    심리전단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국정지원 및 홍보] 역시 [종북활동에 대한 대응]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민병주 전 단장이 피고인인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선거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신문을 이어갔다.

    민병주 전 단장은
    검찰의 질문 중 국정원의 내부활동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일부 신문사항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이미 진술한 내용으로, 
    공개 재판에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이날 증인신문의 핵심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선거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모아졌다.

    이에 대해 민병주 전 단장은
    국정원 부서장 회의 내용이 심리전단의 업무에 반영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선거에 개입한 사실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 : 2011년 10월22일 전 부서장회의 <원장님 말씀자료>에
    “인터넷 자체가 종북세력이 점령한듯 보이는데 대처가 안 되고 있다. 그런 세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글이 있는데, 트위터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가 맞는가?


    민병주 전 단장

    <원장님 지시 말씀>에 그렇게 기재돼 있다면 맞을 것.

    원장님 업무 관련 내용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부서장 회의와 모닝 브리핑을 통해서다.

    전 부서장 회의 때 언급한 내용을 주요 이슈로 삼아
    부서 업무에 반영하는 것은 사실.

    원 전 원장의 지시뿐만 아니라,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사이트를 모니터링 한 뒤
    관련 이슈에 대응하는 업무를 했다.

    <제주해군기지>, <한미FTA> 등을 포함해
    원전 문제, <민주노총>과 <전교조>,
    무상복지 등 포퓰리즘 등도 주요 이슈였다.


    검찰 : 심리전단 사이버활동의 기본 운영방침은 무엇인가?


    민병주 전 단장

    사이버 심리전의 주요 업무는
    북한과 종북세력의 선전·선동에 맞선 대응 심리전,
    폄훼되고 있는 국정성과를 국민에게 재대로 알리기 위한
    홍보활동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선거와 관련돼 구체적 지시를 받아본 적은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이버 활동을 꼭 (원세훈 원장의) 지시를 받아 한 것은 아니다.


    검찰의 증인신문은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공소 제기 내용을 입증하는데 맞춰졌다.

    검찰은
    지난해 2월 부서장 회의 당시 녹취록을 증거로, 민병주 전 단장을 압박했다.

    검찰 : 지난해 2월 부서장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금년 한해는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는데 종북좌파는 북한과 연계해서 다시 정권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는 원 전 원장의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다시 정권을 잡으려는 종북좌파]는 누구를 지칭하는가?


    민병주 전 단장

    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계속 지령을 내리고,
    그런 실상을 설명하면서 원론적인 지시를 내린 것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종북세력 대응과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도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사이버활동을 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검찰 : 작년 8월 27일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과 관련해
    다음날 사이버활동 경과를 보고했는데,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고 한 것인가?
    <무디스> 발표가 있자마자 심리전단이 홍보 글을 올린 것은
    북한과 종북세력이 이를 폄훼하거나 선전·선동했기 때문인가?


    민병주 전 단장

    심리전단팀에서 활동내역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다면
    지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번 확인해 보겠다.


    검찰은 2011년 10월 26일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당시 심리전단이 트위터 활동에 나선 경위를 추궁하면서,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애를 썼다.

    검찰 : 원 전 원장은 선거 직전인 10월 21일 부서장 회의에서
    “종북 세력을 인터넷에서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후인 11월 18일 회의에서는
    “선거 정국을 틈타 종북세력이 활동한다”며 트위터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
    선거에 개입하란 지시가 아닌가?


    민병주 전 단장

    선거 때만 되면 북한의 선전·선동이 심해진다.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지시였을 뿐
    선거에 개입하라는 지시는 아니었다.

    직원들에게 선거관련 업무 지시는 할 수도 없고 이뤄지지도 않았다.


    이날 공판에서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현재 활동 상황에 대한 답변이 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민병주 전 단장은 이와 관련된 검찰의 신문에,
    모니터링은 계속하고 있지만
    방어 심리전 목적의 사이버 활동은 중단된 상태라고 답변했다.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9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502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