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의 구두친서?

    혼란시키지 말라!

    박주희 기자 /뉴포커스

    <연합뉴스>를 비롯한 국내 여러 언론매체는 8월 3일
    “김정은이 북한 금강산지역을 방문한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에게 [구두친서]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정은은
    “북측인사가 추모사를 전달하기 위해서 온 것이어서 사업이야기는 없었다.
    개성공단문제-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북측의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뉴스>는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구두친서]에 북측의 상당한 성의가 담겨있으며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사례로 북한대학원대교수 양무진이
    “남측 인사한테 김정은 위원장이 [구두친서]를 전달한 사례는 그동안 없었다.
    정몽헌 전회장의 10주기라는 의미,
    정전회장이 남북관계와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되돌아보자는 의미가 부여된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장용석도
    "북한이 현정은 회장에게 [구두친서]를 보내는 등
    남북관계를 풀려고 여러 노력을 하고는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결국 당국간 관계에서 출구를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기사를 접하면서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우선 있을 수도 없는 [구두친서]를 내세운 언론의 보도태도와
    이를 사실인양 전제해서
    내용을 과장 평가하는 전문가들의 행태 때문이다.




  • 우선,
    [구두친서]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구두친서]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사용된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고
    <연합뉴스>만 그렇게 보도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언론사 기자와 대북전문가라고 하는 인사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구두친서]를 언급하고,
    그를 근거로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풀려고 노력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엄밀하게 분석 평가하고 대응을 해도 부족할 남북문제를
    그런 허구와 감성적인 태도로 접근해서야 제대로 풀릴 수 있나?

    그런 식으로 남북관계를 분석하고 보도하는 것은
    국민들을 호도하고 남북관계를 꼬이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되새겨 보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005년 6월 18일
    “김정일동지는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남측 당국대표단 단장인 정동영장관을
    로무현대통령의 특사로 접견했다.
    특사는 김정일동지께 보내온 로무현 대통령의 [구두친서]를 정중히 전해드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현대그룹은 2011년 3월 20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친서]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로부터 추모화환을 받았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이는 이틀 전인 18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리종혁이
    현대아산 금강산 사무소를 찾아
    “국방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국방위원장의 말씀을 직접 전하는 것”이라며
    “정주영선생은
    민족화해와 협력의 길을 개척하고
    북남관계 발전과 조국통일 성업을 위해 참으로 큰일을 했다.
    그의 명복을 기원하고
    아울러 현대 일가의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자신의 메모를 읽은 것을 두고 현대그룹이 밝힌 내용이다.

    이것은 북한의 주장을 순수하게 받아들였을 경우,
    이종혁이 김정일로부터 구두메시지를 받아 메모를 해두었다가
    현대그룹측에 전달한 것이지 친서는 아니며,
    심할 경우는 북한측이 공작적 차원에서 사무적으로 처리한 일일 수도 있다.

    다음 날인 19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통일전선부장 겸임) 김양건 명의의 추모화환이
    현대아산 개성사업소에 전달된 사실을 보면
    그런 가능성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이번 현정은회장의 금강산방문결과 언급내용 어디에 근거해서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그런 것이 아니라
    북한지도부는 김정일때부터
    정주영을 비롯한 현대그룹임원들을 공작적 차원에서 민족적 기업가로 포장하여 관리해왔다.
    그 이유는 북한정권에 기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북한정권의 행태를 아전인수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여
    국민들을 현혹시키지 말고
    냉철하게 분석 판단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국내최초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