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적이라는 이유 하나로 들어온 대형마트인데 1억원이 넘는 돈을 날리고 하루아침에 쫓겨날 판이니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납품업체에 쌀을 강매, 물의를 빚은 바 있는 홈플러스가 일방적으로 입점 점포와 임대차 계약을 종료해 또다시 '갑의 횡포' 논란에 휘말렸다.

    충북 청원군의 홈플러스 오창점에서 푸드코트 매장을 운영해온 A(39)씨는 최근 홈플러스 관계자로부터 다음 달 31일 자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재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그 후 며칠 뒤 A씨 앞으로 '계약기간 만료'를 알리는 내용 증명이 도착했다.

    A씨는 2009년 11월 홈플러스에 입점하기 위해 보증금 5천만원과 시설·권리금 1억6천만원 등 총 2억1천만원을 투자했다.

    대형마트에 입점하면 큰돈은 못 벌어도 안정적이라는 말에 아파트를 팔고, 대출도 받아 어렵게 마련한 자금이었다.

    하지만 채 4년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보증금뿐이라는 것이다.

    애초 홈플러스 측이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권리금 없음' 각서와 '제소전 화해' 조서 첨부를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A씨는 "홈플러스에 간청도 해보고, 규탄 현수막을 걸고 끝까지 맞서겠다고 으름장도 놔봤지만 되돌아오는 답변은 '계약서상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니 맘대로 해보라'는 말 뿐이었다"며 "자신들의 배만 채우려는 슈퍼 갑의 횡포"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A씨는 "지난해 갑자기 보증금 4천만원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돌려줘 일단 빚을 갚았는데 이제 남은 보증금 1천만원으로 다섯 식구의 생계를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와 마찬가지로 홈플러스 오창점에서 또 다른 푸드코트 매장을 운영하다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B(46)씨는 1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B씨는 쫓겨날 상황이 되다보니 2010년 입점 이후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면서 당한 홈플러스의 횡포에 더욱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B씨는 "매년 재계약을 하다 보니 불합리한데도 항상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행되면서 매출은 줄었는데 임대 수수료는 오히려 입점 당시보다 1.5% 인상하고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B씨는 "재계약을 안 한다는 사실도 푸드코트를 빼고 패밀리 레스토랑을 입주시킨다는 소문을 듣고 관리자를 추궁한 끝에 확인한 것"이라며 "가만히 있었다면 쫓겨나는 순간까지도 까마득히 몰랐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두영 충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에 입점하는 순간 '재계약의 노예'가 된다는 말까지 있다"며 "쌍방이 합의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요구로 이뤄지는 계약은 명백한 '슈퍼 갑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이 처장은 "임대차 계약서 상의 위법성은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재벌 대형마트에 만연한 현실"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부의 철저한 조사와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는 홈플러스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해당 업무 관계자와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