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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민족의 혼](魂)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화가 단단히 났다.취임 초기부터 공을 들였던
[대한민국 역사 바로 세우기]와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평소 언론에 공개된 장소에서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박 대통령이지만,
17일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모처럼 목소리를 높이고 인상을 찡그렸다. -
박 대통령이 회의에 들고 온 문건은
최근 한 언론사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최근 전국의 고등학생 5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9%(349명)가 6·25전쟁을 [북침](北侵)이라고 답했다.
대한민국이 1950년 6월25일에 북한으로 쳐들어가서 일어난 전쟁이란 말이 된다.[6.25 북침설]은 북한의 주장이다.
그리고 대한민국내 종북세력은 암묵적으로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6.25 발발원인에 대해
미국내 대표적 좌파학자인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주창한 [수정주의] 학설도
따지고 들면 [6.25 북침설]의 변종일 뿐이다.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6.25 전쟁이 북침이냐 남침이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도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박 대통령은
[6.25 북침설]이 압도적이라는 조사결과를 놓고
“충격적인 결과”라고 표현했다.“이번 한번이 아니라,
매년 여론조사에서,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잘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역사는 [민족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박 대통령의 말처럼
[ 6·25가 북침이라고 대답했다는 여론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생들의 왜곡된 역사 인식 문제를 지적하며
최근 몇 년간 지속돼 온 조사 결과다.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이번에 새삼스럽게 문건을 꺼내며 [화를 낸 것은]
청와대 비서관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하기 위해서로 보인다.역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나선 박근혜 정부가,
출범 100일 지났음에도 여전히
역사 왜곡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 하나 세우지 못한 것을
꾸짖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가져야 할 기본 가치와 애국심을 흔들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신 분들의 희생을 왜곡시키는 것으로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이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여러 가지 교육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고,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박 대통령의 역사 왜곡에 대한 대책 마련 지시는
불과 두 달 전에도 공개적으로 이뤄졌었다.지난 4월 24일 청와대 열린 <뉴데일리> 등
46개 중앙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단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다. -
당시 박 대통령은 [깡통진보] 성향 좌파단체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유튜브를 통해 퍼뜨린
<백년전쟁>이라는 동영상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이승만과 박정희를 [순 악당](惡黨)으로 그린
이 동영상에 대한 [반박 동영상]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편집자 주]
류석춘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장,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
김효선 <건국이념보급회> 사무총장,
<뉴데일리 이승만 포럼> 등이
주축되어 만든 동영상이다.<백년전쟁>과 [이백년전쟁]이라도 하겠다는 투지에 가득찬 이 동영상의 타이틀은?
『생명의 길: '건국의 예언자' 이승만 제1편 '인격살인이 국사냐'』.
하지만 청와대는 당시 이 동영상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허태열 비서실장을 비롯해 각 수석실을 통해
대통령에게 이 동영상이 전달된 이후에도 이렇다 할 조치는 없었다.형식적인 비서관들의 회의가 한번 벌어졌을 뿐
과연 이 부분을 청와대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고 한다.임기 초반 위기가 연이어 찾아오면서
자칫 청와대가 나서 [깡통진보] 뒤에 숨은 종북세력을 건드렸다가
국정 지지율 추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의 불호령으로
이번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명령에만 반응하고 눈치만 보며 자리만 지키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박 대통령이 보여줬기 때문이다.특히 박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문제 등 굵직한 정치적 사안에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일선 학교 교사들이 수업 중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는 사례를 계기로
이같은 언급을 했다는 것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목이다.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데 있어
각자의 철학에 따라 교육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교사의 특징이나 가지고 있는 장점에 따라 다양하게 가르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회의 내용 中
정치적 이해 관계가 맞물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예산 집행이나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현장 곳곳에 퍼져있는
선동교사들을 단속하는 일도 시급하다는 의미로 보인다.나아가 종북성향을 띄는
일부 전교조 세력들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의도도 엿보인다. -
박 대통령의 호통 덕분에
이날 하루 청와대,
특히 교육문화수석실 안팎에는 내내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교육문화수석실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 직후,
교육부 등 관련 부처에
문제 파악과 대책 마련 지시는 물론,
자체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이어가며,
진땀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역사 교과서 문제나
일선 교사 수업방식에 대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관련 부처에 대통령 말씀을 전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조만간 대책이 나올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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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류근일 칼럼]
[백년전쟁]과의 [백년전쟁]...[문화전쟁]의 서막!박근혜는,
[백년전쟁] 할 수 있나?
역사관 전쟁, [증오]냐 [긍지]냐?
[이승만-박정희를 저주하는 전쟁]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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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라는 단체가 대선(大選)을 전후해 <100년의 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내놓았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순 악당(惡黨)'으로 그린 동영상이다.이게 인터넷 공개 한 달 사이 클릭 수 무려 193만을 기록했다.
댓글은 말한다.
"이승만씨 나쁜 사람 맞습니다"
"그걸(경제) 일본에 헌납해서 경제 식민지 만들려고 했던 것도 박정희라고 나오고…."
한마디로 [반일](反日)과 [친일](親日), [반미](反美)와 [친미](親美), [민족]과 [반(反)민족] 사이의 [100년에 걸친 상쟁(相爭)의 역사]에서 [이승만과 박정희]는 후자(後者)의 흐름을 대표한 [두 원흉]이라는 식이다.
아무런 백신도 없이 이런 동영상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대한민국 65년사에 대해 어떤 악감정을 가질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건 무얼 말하는가?[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라고 하는 오도(誤導)가 여전히 한국 정치의 가장 [기층(基層)적인 싸움]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잘나갔어도 '그래도 그것은 친일파 다카키 마사오(박정희)가 만든…'이라는 적의(敵意)가 도사리는 한, 그리고 그 흥행이 그렇듯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면, 그 싸움은 그렇게 쉽사리 사그라질 수 없을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표면상으로는 민생, 복지, 경제 민주화가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사실은 그런 역사관의 싸움이 끈질기게 저류(底流)를 이루고 있었다.대한민국 65년사를 "보람 있었다"고 하는 [긍지(矜持)의 역사관]과 그것을 "정의가 패배한…"이라고 매도하는 [증오(憎惡)의 역사관] 사이의 싸움 말이다.
[증오의 역사관]에는 "이승만·박정희, 너희만 아니었다면…" 하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이 깔려 있다."너희가 어쩌다가 경제 발전은 해가지고…" 하는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도 읽힌다.
반면에 [긍지의 역사관]에는 "대한민국 성공사(成功史)에는 이승만·박정희의 리더십 더하기 나의 피와 땀과 눈물이 녹아 있다"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
객관적 사실과 진실은 후자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1974년을 고비로 한반도의 '삶의 질(質)' 경쟁은 시장과 개방 우세로 접어들었다.
[긍지의 역사관]이 발효하기 시작한 것이다.그러나 1987년까지는 [증오의 역사관]과 [종속(從屬)이론]이 시대의 트렌드였다.
'남영동'과 '빙고(氷庫) 하우스'가 낸 반사 효과였다.그러다가 민주화, 88 올림픽, 북(北)의 300만 아사(餓死) 사태를 거치면서 그것이 설 땅은 급속히 쪼그라들었다.
현실 설명력을 그렇게 잃어갔어도 [증오의 역사관]은 그러나 수그러들 기색이 아니다.<100년의 전쟁>과 그 열성 팬들의 반응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사람들의 머릿속과 가슴속을 누가 선점하느냐 하는 [문화 전쟁]에서 [증오의 역사관]이 훨씬 더 집요하고 기민했던 결과다.
따지고 보면 [긍지의 역사관]이 꿀릴 이유는 없다.
[긍지의 역사관]은 세계가 인정하는 [긍지의 근거]를 가졌다.그러나 [증오의 역사관]은 [잘된 것까지 잘못됐다고 우기는 픽션]을 썼다.
이 차이가 [긍지의 역사관]이 지닌 정당성의 힘이다.
지난 대선에서 제헌(制憲) 세대, 6·25 세대, 산업화 세대, 민주화 운동 초심(初心)의 [연합 세(勢)]가 투표 당일 막판 끗발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까닭이었을 것이다.
[이들의 100년 전쟁]은 [그들의 100년 전쟁]과 다르다.그것은 독립협회 이래의 자유·평등·박애 그리고 문명개화 이상(理想)의 우여곡절이었다.
대한민국 건국은 그 이상의 초기적 결실이었다.
6·25 때의 다부동전투 지휘관은 그 결실을 지켜낸 영웅이지 '민족 반역자'가 아니다.
산업화는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들의 감격의 눈물을 쏟게 한 고심참담한 역작이었다.
그리고 비록 '지하실'에 끌려갔어도 민주화 운동의 대표 투사에겐 그것은 요덕수용소 변호인들 따위에겐 결코 빼앗길 수 없는 깃발이었다.▲ 민주화 운동의 대표투사격 김지하 시인으로선 요덕수용소 변호인 나부랑이들에게 깃발을 빼앗길 수 는 없는 법. 그는 그래서 백낙청 등에게 "쑥부쟁이는 꺼져라"는 호통을 날린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시대에 이 [긍지의 역사관]이 [증오의 역사관]으로부터 [문화 권력]을 당겨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데엔 인식이 아예 없었다.
▲ 박근혜 당선인은 '백년전쟁'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을까?
[그들의 100년전쟁]에 대항해 [이들의 100년전쟁]을 수행할 의지가 있을까? ⓒ박근혜 당선인은 있을까?
없으면 그가 말한 '시대 교체'도 '청와대 교체'로 그칠 것이다.
<100년의 전쟁>이 그걸 말해준다.<조선일보 특별기고(2013.1.15) 전재>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 (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