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빨치산 추모제가 열리는 나라


    6월은 호국․보훈의 달! “국가 위한 희생 영원히 기억 하겠습니다.”
  • 2013년은 한미동맹 60주년이자 정전협정 60년이며 올해는 6․25전쟁 발발 63주년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립 서울현충원과 대전, 경북영천, 전북임실, 경기이천의 현충원과 호국원을 비롯해 관공서와 정부기관, 애국보수단체, 공공건물, 시내 거리 곳곳에는 나라를 위해 헌신․희생한 호국선열과 참전용사를 기리고 감사를 담은 현수막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추모와 보훈의 뜻을 담은 현수막들이 호국․보훈의 달에 특별히 우리들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분명하다. 하나뿐인 고귀한 생명을 국가를 위해 초개(草芥)와 같이 바치며 무너져가는 조국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거룩함과 숭고함이 담겨져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6월 6일 현충일에 국가를 위해 산화한 호국선열을 기리는 현충행사와 6월25일이면 ‘6․25전쟁을 잊지 말자’고 전 국민의 이름으로 산화한 임들을 추앙하며 선진화된 대한민국 창조를 다짐하는 기념식을 거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오늘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이 있게 한 [‘대한민국 지킴이’ = 호국의 수호신]들에 대한 후손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무이기도 한 때문이다. 

  • 그런데 지난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한국진보연대와 한대련, 민노총 등이 포함된 소위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 연대회의’가 주관한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보수자유진영에서는 ‘남파간첩 빨치산 추모제’라고 부른다.

    이 단체는 추모제에서 “열사․희생자 500여 명의 삶과 투쟁을 통해 반민중적이고 반민족적인 자본과 정권에 대한 투쟁을 다시 되새기고자 한다”며 “인간다운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범국민 추모제를 통해 그 정신을 계승하고 결의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보수단체 애국주의연대는 추모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행사위가 주장하는 열사 중엔 간첩과 빨치산으로 활동한 인물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反국가적인 인물을 추모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규탄의 목소리를 토로했다.  

    추모제 다음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간첩․빨치산 활동가들이 포함된 추모제에 광화문 광장 사용을 허가한 서울시에 유감을 표함]이란 성명(보도자료)을 내고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인사들과 더불어 간첩행위 등 反 대한민국 활동 전력을 가진 인물들까지 추모대상으로 포함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 뒤 추모제에 포함된 일부 간첩․빨치산 활동 전력자들의 전력을 거론했다.

    하 의원은 성명에서 “단체가 추모하고자 하는 활동에 순수한 민주화운동이 아닌 각종 불법행위를 동원한 반(反)대한민국 활동사례가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라며 “문제는 순수한 민주화운동이 명백한 종북적 체제전복 시도와 뒤섞여 본래의 당위성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이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6․25전쟁 당시 지리산 일대에서 빨치산 활동하다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고 1957년 가석방된 후에도 구국전위 사건(1994년)과 같은 반체제활동으로 처벌 받는 등 2005년 사망 시까지 대한민국파괴활동을 전개한 류낙진 전 범민련 남측본부 고문을 비롯해 윤기남, 박판수, 정순덕, 손윤규, 김광길, 정대철 등 추모제에 포함된 빨치산 활동 전력자와 간첩활동, 통일혁명당 활동가들의 전력을 적시(摘示)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우선 이들 단체가 해당 웹사이트에서 소개한 “열사, 희생자들의 숭고한 뜻을 실현하고자” 고 한 것처럼 민주화를 위해 땀과 눈물을 뿌린 이들도 있을 것이며, 그들의 이상과 열정 또한 인정도 받아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표현한 ‘인간다운 세상의 실현’은 과연 어떤 세상을 의미하는 것일까?

    빨치산 전력자들이, 간첩활동과 통혁당 전력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인간다운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는 의미이며 그것을 계승하겠다는 것인가? 열사․희생자라고 하는 그들은 6․25전쟁을 일으킨 전범(戰犯) 김일성의 충직한 신하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백두산 장군(김정일)에 대한 충성 때문에 전향하지 않았다”고 한 골수 남파 간첩도 있다.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이 땅의 적화(赤化) 공작에 혈안이 된 북한 공산주의 선봉자들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추모의 대상이 되고 추모제의 주역이 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다.
  • 60년 전 절체절명(絶體絶命)의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호국선열들에겐 ‘내 조국 대한민국’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이제 갓 해방된 조국, 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교복 그 복장 그대로 계급도, 군번도 없이 학교를 박차고, 현해탄을 건넜으며, 이역만리 머나먼 타국에서 파란 눈의 젊은이들이 공산파괴분자들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이 땅에 넋과 혼을 묻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되살아났다. 그런데 그런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체제 전복세력, 북한 조선 노동당에 입당해 반국가적 행위를 자행했던 反 대한민국 者들을 서울 한복판에서 ‘열사․희생자’ 미명(美名)으로 추모제를 올린 행위야말로 反 대한민국 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런 활동을 묵인한 서울시나 관계 당국 또한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지난 3월 대법원은, 2005년 5월 180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데리고 전북 순창군 회문산에서 열린 ‘남녘통일 애국열사 추모제’(빨치산 추모제)에 참석하고 이적(利敵) 표현물을 각종 행사에서 전파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전교조 소속 전 전북 임실 관촌중학교 교사 김형근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전주 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1․2심이 김 교사의 저간의 행위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정통성을 해칠 만한 실질적 해악성이 없고, 이적 목적성이 뚜렷하지 않다”며 무죄 판결한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빨치산 추모 전야제는 순수하게 사망자들을 추모하고 위령하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 북한공산집단에 동조하고 빨치산의 활동을 미화․찬양하는 성격이 담긴 행사라고 봐야 한다”며 “그런데도 김씨 행동을 반국가단체 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명명백백 꼬집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8년, 2010년 무죄선고 3년 만에 이뤄진 뒤집힘이요, 종북세력에 내려진 당연한 판결이자 귀결이었다.

    돌이켜 위 사건에 대한 1․2심과 대법원 판결에 대한 당위성이나 호불호(好不好)를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불현듯 떠오르는 희비감의 교차. 현충원과 호국원 묘역에 누워 있는 호국영령과 전국의 격전지 알지 못한 산하에 백골(白骨)되어 잠들어 있을 13만7천여 무명용사들은 ‘호국․보훈의 달’에 빨치산과 간첩 활동자들을 추모하는 오늘 우리사회를 지켜보면서 어떤 상념에 젖게 될까?

    “국가를 위한 희생 영원히 기억 하겠습니다.” 어느 건물에 내걸려 있는 ‘호국․보훈의 달’ 현수막을 보면서 더욱 착잡해지는 이유는 어째서일까?

    이현오(칼럼리스트 / 객원기자. 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