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에선

    결렬(決裂)도 통상적인 것


     

  • 남북 실무회담이 무산된 것을 두고 [양비론]이 나오더니,
    그 다음엔 우리정부 탓,
    또 그 다음엔,
    “우리 정부와 언론도 말을 신중치 못하게 해서,
    북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군말들이 [예상했던 대로] 나오고 있다.

    웃기는 소리다.

    협상이란 원래 [성사](成事)와 [결렬](決裂)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성사]도 통상적이고 [결렬]도 통상적이다.
    일부 미디어 앵커와 출연자들은 협상결렬을 무슨 큰 불상사라도 난 것처럼 떠들지만,
    협상이란 [형식]과 [내용]의 두 측면에서 서로 맞으면 하는 것이고,
    맞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이다.

    [형식]의 측면에서 볼 때 북이 설정한 회담의 형식은,
    한반도의 [민족적 대표 선수]인 자기들과
    남쪽 [식민지 괴뢰 선수]인 우리 사이의
    비(非)대칭적인 만남 형식이다.

    조평통이란 기구 자체가,
    [남조선 혁명]과 [식민지 해방]을 위해 만들어 놓은 저들의 대남 공작부서 아닌가?

    그리고 [내용]의 측면에선,
    6. 15 기념행사를 함께 하자는 게 저들의 핵심 목표인데,
    이는 전형적인 통일전선 공작이다.
    북쪽의 저희들과 이쪽의 일부가 합세해서 굿판을 한바탕 벌려보겠다는 것이다.
    이걸 우리가 좋다고 해야 하는가?

    이런 [형식]과 [내용]을 축으로 해서 돌아가던,
    지난날의 남북회담-정상회담-소위 [민간교류] 운운 쇼는,
    이제 그만 굿바이 해야 한다.

    북 쪽에 무슨 [민간 시민사회]가 있는가?
    그건 회담이 아니라 [남조선 흔들기] 장난이었다.
    더 이상 거기 놀아나선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남북대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회담다운 회담] 즉, [신뢰 프로세스]라는 것을 천명한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마저 있었다.

    이걸 북이 좋아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실무회담을 깬 것이다.

    그리고 깼으면 그 뿐이다.
    우리는 [나라다움]을 위해 필요한 일을 했을 뿐이다.
    이건 글로벌 스탠다드다.

    이게 어쨌다는 것인가?
    대세에 따라선 회담 주기(週期)가 또 돌아오겠지...
    다급해 할 일이 아니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