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유통상·도매시장법인 경쟁… 유통비용↓ '경매' 중심 아닌 '정가·수의매매'로 거래
  • ▲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부터 산지유통상들로부터 농산물을 납품받아,
    도매상들에게 공급하는 도매시장법인도,
    산지에서 직접 농산물을 사들여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산지유통상과 도매시장법인을 경쟁시켜,
    유통비용을 줄이려는 정부의 계획이다.

    최종 소비자가격의 40~50%나 차지하는 농산물 유통비용.
    현재 농산물 산지 구매는 산지유통상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배추나 무 같은 채소류는 유통비용이 70%를 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배추-무가 1,000원에 팔리면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은 300원도 안됐다.

    농산물 유통은
    [농민→산지유통상→도매시장법인→도매상→소매상→소비자]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도매시장법인은 산지유통상들이,
    도매시장에 팔려고 가져오는 농산물만 살 수 있다.

    그동안 중개 기능만을 담당해온 도매법인이,
    정가·수의매매를 하는 것을 전제로 농산물을 직접 구매하고,
    저장·가공·물류까지 사업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도매시장법인이 직접 농산물을 사게 되면,
    산지유통상과 좋은 농산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이렇게 하면 두 단계 이상의 산지 유통인과,
    도매시장의 경매-중도매인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오는 7단계의 유통구조를,
    최저 4단계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고비용 유통구조에 대해 경쟁 부족이 주된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산지유통상이 물량을 독점해 도매가격이 급등하고,
    유통비용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경쟁으로 막자는 것이다."

       - 농식품부 관계자


    다만 도매시장법인이 농민들에게서 농산물을 살 땐,
    [경매] 중심이 아닌 [정가·수의매매]로 하도록 해,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후려치기] 부작용이 없도록 했다.

    [정가·수의매매]는 경매와 달리,
    사고 팔 사람을 미리 정한 뒤,
    장기 수급 상황에 따라 미리 계약을 하고,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선 시범 실시 중인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2012년 8.9%에서 2016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경매는 거래 과정이 공정하고
    물량-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장점이 있지만
    단기 수급 상황에 의해 가격이 결정돼 가격변동성이 너무 크다."

    "정가·수의매매가 확대되면 가격변동폭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


    또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거래가 확대되고,
    농협 등 생산자단체가 만든 유통경로도 육성돼,
    도매시장-대형마트와 유통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국 5개 권역에 도매물류센터를 만들고,
    이곳으로 농산물을 출하할 [공동출하 조직]을 전국 곳곳에 만들 계획이다.

    이럴 경우
    현재 [생산자→산지단체→농협 도매조직→소비지단체→소매점→소비자]의 5개인 유통단계가 [생산자→산지단체→도매물류센터→소매점→소비자] 4개로,
    1단계 줄어들어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식으로,
    전체 농산물 유통시장의 생산자단체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12%에서 2016년2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7일 세종청사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역대 정부의 해묵은 숙제였던 [유통구조 개선]에 기대감을 보였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20년간의 유통정책을 평가한 결과,
    높은 유통비용과 가격변동성을 해결하지 못해
    유통구조 개선에 성공하지 못했다. "

    "도매시장을 효율화하고,
    다양한 유통경로를 육성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천일 유통정책관도,
    이번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이번 정책은 기존 유통을 책임지는 사람들과 함께 세운 대책이라,
    [밥그릇 지키기]나 [생존권] 같은 과거 주장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농산물 유통업계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에 대해
    농협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변화 없이는 유통구조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