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 당시 정부의 한강인도교 폭파를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고영구 부장판사)는 구중회 전 의원 등 납북된 제헌국회의원 12명의 자녀와 손자·손녀 2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가족들은 국군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강인도교를 폭파하고 납북이 충분히 예상되는 제헌의원들에 대해 아무런 피난조치를 취하지 않은 국가에 납북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부와 국군·의회가 서울 사수에 대해 통일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인민군의 진군 속도를 늦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한강인도교를 폭파했다"며 "현재의 관점에서 다양한 역사적 평가가 가능하다 해도 고의나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한강인도교 폭파 전날인 1950년 6월27일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대전으로 피신한 상태에서 "의정부를 탈환했으니 서울시민은 안심하라"는 내용의 방송을 한 데 대해서도 "서울시민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1950년 6월25일 이전에 전쟁이 발발할 것을 알 수 있었는데도 정부가 전쟁 준비를 게을리했다"거나 "연좌제로 피해를 입었다"는 원고들의 주장도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강인도교 폭파로 인한 희생자는 600∼700명으로 추정된다. 이승만 정부는 공병감이었던 최창식 대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 '적전비행(敵前非行)죄'로 총살형에 처했다. 그는 1962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