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비위 검사 적발로 내부 분위기 뒤숭숭프로포폴 전담 검사가 피의자에게 '친척 변호사' 알선
  • ▲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법적처벌을 받은 방송인 에이미.
    ▲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법적처벌을 받은 방송인 에이미.

    특정인이 고소·고발을 당해 입건 되거나 형사 사건의 가해자로 몰릴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경·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사실로 '인정'되면 피의자는 재판에 회부, '피고인 자격'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검찰이 피의자의 범죄행위를 확신한다고 해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확정판결 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보호를 받게 돼 있다.

    죄의 유무를 판별하는 것은 검찰이 아니라, '사법부'의 고유 권한이다.

    따라서 아직 '범죄자'가 아닌 피의자의 개인신상은 수사당국에서 공개할 수가 없다.

    단, 사회적으로 중차대한 사건이나, 유명인이 피의자일 경우엔 '공공의 알권리' 차원에서 신원 일부를 공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 사안일 뿐, 권장사항은 아니다.

    24일 새벽, "배우 장미인애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뉴스가 긴급 타전됐다.

    <중앙일보>가 단독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성진)는 23일 밤, 프로포폴 투약이 의심되는 배우 장미인애를 불러 투약 여부와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한 검찰 소식통은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내주께 유명 연예인 2~3명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계획 중인데, 만일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되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한 바 있다.

    검찰이 사전 예고(?)한대로 장미인애를 소환 조사했다는 얘기는 이번 조사가 단순한 '참고인 조사' 차원이 아닌, 피의자 진술 조사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조사가 '몸통'을 캐기 위한 사전 작업에 불과했다면, 피의자의 신원이 언론에 공개되는 일은 없었을 터.

    하지만 국내 유력 일간지가 장미인애의 소환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검찰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는 장미인애의 '불법행위'를 검찰이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참고인 조사'인데 실명 공개?

  • ▲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법적처벌을 받은 방송인 에이미.

    그렇다고 해도 장미인애(사진)의 '실명'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만일 언론사가 '입건도 되지 않은' 참고인의 신원을 함부로 공개했다면 검찰에선 유감을 표명하거나 이를 정정토록 요구하는 게 맞다.

    설사 형식적인 제스처라 하더라도 '명분'을 쌓기 위해선 이같은 리액션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형국을 보면 마치 언론사와 검찰이 한 배를 탄 듯한 모습이다.

    발빠르게 정보를 전해야 하는 언론사 입장에선 너무나 고마운 일이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선 이같은 스탠스가 '독배'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특히 배우 이승연의 소환 계획이 공개된 이상, 또 다른 배우들의 실명 역시 줄줄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장미인애로 '실명 공개' 물꼬가 터진 이상, 이를 제지할 명분도 없어졌다.

    현재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연예인은 유명 방송인 H와, 배우 L씨, 방송인 Y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모두가 소환될지, 아니면 이 중 일부만 소환될지는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이들 중 누가 조사를 받게 된다하더라도 언론의 집요한 추적을 피할 길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조사 결과 무혐의로 풀려난다 하더라도, 한 번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이력은 평생 그를 좇아다닐 것이다.

    사람들의 뇌리에는 프로포폴 투약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만 남게 되고, 이는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진다.

    이미 온라인상에선 이들 연예인에 대한 '단죄'가 끝난 모습이다.

    사실상 실명이 공개된 이들 연예인은 마약 투약자로 낙인 찍힌 상태다.

    실제 범죄 여부과 관계없이 '여론 재판'을 받게 된 이들은 방송 복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마약수사는 '국면전환용 카드'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브로커 검사 파문' 등 검찰 내부 사정이 '연예인 프로포폴 사건'과 맞물려 긴박하게 돌아가는 양상"이라며 "담당 검사까지 바꾼 이상, 앞으로도 고강도의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단했다.

    일각에선 이번 연예인 우유주사 수사가 일종의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지난해말 잇따른 '내부 비위'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유진그룹 등에서 수억원을 받은 김광준 부장검사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피의자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성추문 검사'가 등장했고, ▲피의자에게 자신의 친척 변호사를 알선해준 검사까지 적발되는 '민망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졌다.

    대검찰청 감찰본부(이준호 본부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박모 검사는 자신이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에게 매형인 김모 변호사(H법무법인)를 소개해준 혐의를 받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비위 검사'로 적발된 박 검사가 바로 '프로포폴 불법 투여사건'을 맡았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박 검사는 2010년 9월 프로포폴 사건을 수사하는 와중, 의료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던 의사 김씨에게 자신의 매형을 알선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사윤리규정상, 검사가 피의자에게 특정 변호인을 알선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박 검사의 매형인 김 변호사는 사건 관계자로부터 1억 5천만원을 받아 챙겨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감찰본부는 ▲박 검사가 수사 중 특정인에게 편의를 봐줬는지, ▲금품을 수수했는지 등을 조사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 프로포폴 불법 투약, 입증할 수 있을까?

    사실 지난해 방송인 에이미를 수사하는 와중, 프로포폴 투약 연예인에 대한 광범위한 정황이 포착됐었다.

    참고인 진술을 통해 배우·방송인·작곡가·프리랜서 아나운서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름이 불거졌다.

    이를 포착한 언론들은 "조만간 마약광풍이 연예가를 휩쓸 전망"이라며 관련 소식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는 진척이 없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음에도 수사가 난항을 겪게 된 것은 이같은 검찰 내부의 복잡한 상황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담당 검사를 교체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은 검찰은 이번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난 9일 경찰·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합동으로 '뷰티벨트'로 불리는 서울 청담동 일대 성형외과·피부과 7곳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일부 병원 고객들이 성형수술을 받은 것처럼 위장,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해 온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각 병원에서 최근 2~3년간의 '프로포폴 투약자 명단'과 '처방전-진료카드' '약품관리-매출 장부' 등을 압수해 ▲보톡스 시술 등 수면유도제가 필요 없는 진료에 프로포폴을 남용한 것은 아닌지, ▲프로포폴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투약한 것인지 등을 면밀히 조사 중이다.

    검찰이 입수한 프로포폴 고객층은 상당수가 '화류계 종사자'들이었는데, 개중에는 유명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게 검찰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들은 한 달에 1~2번 특정 병원을 찾아와 '성형시술'을 받으며 프로포폴을 맞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황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체내에 성분이 남지 않는 프로포폴은 '확증'이 없이는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가 힘들다.

    사전에 진료카드를 완벽하게 꾸몄다면 프로포폴 투약을 불법으로 간주할 명분이 없어진다.

    결국 관계자나 당사자의 증언에 상당 부문 의존하는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

    과연 본격적으로 칼을 빼어든 검찰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 국면을 전환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시 '무리수 수사'라는 오명을 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