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자여 흔들리지 마라

    탈북자만이라도 북한 정권이 원하는대로 움직여서는 안된다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중국 화교 유 모 씨의 간첩사건 때문에 탈북사회가 얼어붙었다.
    탈북자들은 평소 안면이 있던 같은 탈북자 출신을 만나는 것 조차 꺼릴 정도다.
    탈북자 신상정보가 노출됐다는 소식을 들은 새터민의 근심은 한국인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였다.

    탈북자들이 자주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각종 사연을 보면 이번 사건이 탈북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한 탈북자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유씨의 사진까지 찾아 올리며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더구나 유씨가 평소 TV 프로에 등장하여 탈북자를 위하는 언행의 가식적인 모습에 더욱 분개하고 있다.

    탈북 후 대학생활을 하던 이 모 씨는 “어머니가 이번 사건을 듣자마자 탈북자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해서 사진이 게재된 개인 블로그를 삭제하고 카카오 계정도 없앴다. 심지어 핸드폰 번호까지 바꾸라고 하는데 고민 중”이라고 했다.

    언니의 도움으로 탈북한 지 1년이 채 안됐다는 이 모 씨는 “언니가 전화하더니 될 수 있으면 ‘북한사람 만나지 마라’, ‘탈북자 모임 친구라 해도 신원 알려주지 마라’ 며 자신도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어 가슴 아프다고 하더라”는 것.

    그러면서 이 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새로운 북한사람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향이 어디냐?
    어디서 살았느냐?
    하나원 몇 기냐?
    이름은 개명했느냐?
    당연히 초면에 주고받던 말을 듣는 것조차 겁이 날 지경이다.”


    그동안 언론 노출을 최대한 자제 했다는 강 모 씨.

    “어쩌다 매스컴에 노출 될 때 신변노출이 될까 봐 항상 마스크와 가명을 써가며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의 안전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신상정보가 북한에 갔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탈북 과정에서 심리적 충격을 많이 받았었다는 한 탈북자는 극도로 예민해진 심리 상태를 호소했다.

    “예전에도 지하철을 탈 때 사람이 적으면 왠지 불안감이 덮쳐왔는데 이번 사건을 듣고 나니 더 겁이 난다.
    몸이 안 좋아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불안한데 이번일까지 터져 안정을 찾지 못하겠다.”


    사건이 보도된날 시청에서 계약직 면접을 보러 갔다는 탈북여성 강 모씨의 하소연.

    "제가 탈북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저를 바라 보는 눈빛이 이상하더라구요.
    이미 뉴스보도를 통해 무슨 일인지 짐작은 했습니다.
    화장실에 갔더니 '오늘 탈북자가 면접본다면서...'라며 수근거리더라구요.
    왜 하필 오늘인가 하며 기가막힌 우연에 허탈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길때마다 기운이 빠집니다."


    한국에선 개인의 간단한 신상정보만 노출돼도 단체로 법적 소송을 벌인다.
    탈북자의 신상정보는 이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명의 신상정보가 북한에 노출되면 연좌제에 의해 가족이나 친인척의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북한정권 입장에서는 유모씨와 같은 간첩사건이 일거양득이 된다.
    적발이 안되면 계속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수 있을 것이고, 적발이 된다면 한국내 여론의 화살이 북한정권이 아닌  탈북자들에게 돌아가 정착 입지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수 있다고 타산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에 대해 탈북자라는 단어를 사용한  한국 매스컴의 보도에 대해 북한에선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한국 정부나 언론에선 이럴 때일 수록 탈북자를 더 보듬고 감싸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