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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작년과 올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엔진 성능시험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데 이어 미사일 동체를 분리해 발사장으로 이동시키는 장면이 미 첩보 위성에 포착됐다.
이달 초 북한의 평양시 산음동의 병기연구소에서 1~3단으로 분리된 미사일 동체를 화물열차에 탑재해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기지 조립건물로 운반한 사실이 23일 일본 아사히 신문 보도로 드러났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흐름은 맞다"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당국자는 특히 "북측이 (위성 발사를) 공언한 대로 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가 언급한 `북한의 공언'은 북측이 최근 유엔 연설에서 "우주개발을 위한 자주적 권리를 당당히 행사하면서 강성국가 건설에 필요한 실용위성을 계속 쏘아 올릴 것"이라고 밝힌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도 "유의미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북한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지난해와 올해 동창리 발사장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엔진 성능시험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것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와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번에 위성에 포착된 동체의 모습은 지난 4월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미사일)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 4월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한 장거리로켓(미사일)의 실패에 대비해 같은 형태로 제조한 다른 1기가 동창리로 옮겨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당국자는 "미사일을 만들 때는 혹시 있을지 모를 결함 등에 대비해 보통 쌍(pair)으로 만든다"면서 "지난 4월에 1기를 발사했기 때문에 나머지 1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골적인 대선개입을 시도 중인 북한이 내달 19일 대선을 전후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각종 도발을 할 가능성에 정부는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전날 경기도 용인의 3군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은 (남북관계를) 전쟁이냐 평화냐는 것으로 몰고 가기 위해 도발할 수 있다"면서 "대선 후에는 새 정부에 대해 길들이기 차원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철저한 대비태세를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실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조립과 발사대 장착, 연료주입, 항로유도장치를 비롯한 각종 계측기기 설치 등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에는 적어도 3~4주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지난 4월 미사일 발사 전에 외신을 초청하고 국제해사기구(IMO)에 일정을 사전 통보한 전례 등을 고려하면 정황상으로 한 달 이내에 미사일을 발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당국과 대북 전문가들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 우선 최근 재선에 성공한 2기 오바마 미국 행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해 그동안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취해온 미국에 미사일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1기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09년에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음 달로 다가온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을 깔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북한의 추가 도발은 2기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남한의 차기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취하는 데 오히려 악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