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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등 세 유력 대선 주자가 저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17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김대중기념사업회가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선 각 후보 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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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17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 정상윤 기자
■ 朴이 만난 DJ, "동서 화합 강조.. 박정희 '하면 된다' 높이 평가"
박근혜 후보는 2004년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했던 일화를 회고하며 "우리시대에 꼭 해야 하는 과제는 국민통합"이라고 밝혔다.
"당시 아버지 시절에 고생하신 것에 대해서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말씀드렸을 때 그런 말을 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아버지가 우리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을 높이 평가하셨다."
"그때 김 전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동서 화합이 실패하면 다른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내가 못한 것을 박 대표에게 하라고 해서 미안하지만 수고해달라고 당부하셨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이제는 제가 그 말씀에 보답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 길은 바로 동서가 화합하고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화합하고, 지역 간의 갈등과 반목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통합의 리더십으로 (IMF) 경제위기를 이겨냈듯, 저도 국민 대통합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 임명 등 옛 동교동.상도동계 인사들의 영입에 대한 뜻도 밝혔다. "이런 통합의 노력은 단기에 추진할게 아니라 이뤄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박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준비된 대통령’이란 이미지가 자신에게도 있음을 강조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기다리는 지도자는 준비되고,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사람, 경험과 식견의 국정운영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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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17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 정상윤 기자
■ 安이 만난 DJ, "IMF 위기 속 IT투자.. 납치살해하려 했던 상대도 용서"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 정부 때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김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했다. 이어 "그분의 경청하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열려있는 자세,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다."
안 후보는 자신이 현재 흑색 선전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이를 김 전 대통령이 겪은 것에 비춰 설명했다.
"지금의 상황을 유지해야 이득을 보는 기득권의 벽이 두텁다. 네거티브의 벽도 높다. 저도 '새롭지 않다, 새로운 변화는 가짜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흑색선전이 계속된다."
"1971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이래 김대중 대통령은 수십 년간 이념적인 공격과 온갖 종류의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에 고통 받아야 했다."
이어 "그런 고난 속에서도 그분(김 전 대통령)은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무릎 꿇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그분이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그 깊은 신념과 의지, 통찰력에서 배운다. 지금 제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겠다."
'편 가르기'도 시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용서의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납치살해하려 했던 그 상대까지도 그분은 용서했다"고 했다. 여기서 '그 상대'는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받은 만큼 갚아준다는 식으로 저들과 똑같아지지 않겠다"고도 했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 文이 만난 DJ "노무현의 절반.. 노무현의 반쪽"
지방 일정으로 인해 영상으로 메시지를 보낸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내 몸의 절반을 잃은 느낌"이라고 오열했다는 이야기로 말을 시작했다.
"사실은 김 전 대통령님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절반이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김대중은 노무현의 반쪽이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김 전 대통령님이 남긴 발자국, 제가 따라 밟으려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있었기에 그 어둠의 시절 험난한 길에서 우리는 길을 잃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횃불이었다. ‘행동하는 양심’인 그 분 궤적을 돌이켜 보면, 그 분은 늘 앞발자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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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7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왼쪽)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정상윤 기자■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행사장에 제일 먼저 도착, 입구에서 방명록을 남겼다. 그 다음으로 온 안철수 후보는 이희호 여사가 방명록 쓰는 것을 기다렸다가 이 여사와 인사를 나눴다.
"정권교체와 정치혁신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 안철수 후보가 방명록에 남긴 글마지막으로 도착한 박근혜 후보는 방명록을 쓰지 않고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뒤를 이어 행사장에 들어선 안철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 바로 왼편에 앉았고, 두 후보는 짤막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이날 문재인 후보를 대신해서 이해찬 대표도 왔지만 안철수 후보는 자리를 뜰 때까지 이해찬 대표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 대한 새누리당 대변인실의 보도자료엔 안철수 후보와 이해찬 대표를 따로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금일 이 자리에는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조윤선 대변인, 김덕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이희호 여사(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권노갑 김대중사업회 이사장 등이 함께했다."
- 새누리당 대변인실글: 김태민 기자(usedtogo@newdaily.co.kr)
사진: 정상윤 기자(jsy@newdail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