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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공보단의 정준길 공보위원(왼쪽)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가 6일 각각 국회 기자실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1. 6일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측이 불출마를 종용하며 협박했다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의 주장과 관련해 정준길 공보위원이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열었다.
“서울법대 86학번 동기인 금태섭 변호사와는 여러 이야기를 함께 나누던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차 안에서 불현듯 생각나서 태섭이에게 전화를 했다.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들은 몇 가지 이야기를 전달했다.”
“안철수 원장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제대로 철저히 준비하고 검증에 대한 대응을 해야 된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친구들은 많은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할 수 있다. 금태섭 변호사는 안철수 교수의 대변인이기 전에 20년 이상 오랜 시절을 만나온 친구관계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정준길 위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날카로운 질문에도 성실히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2. 측근들 “태섭이가 오바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정준길-금태섭’ 두 인사는 대학 졸업 후에도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눌 만큼 가까운 친구였다.
2007년 2월 서울 법대 86학번 첫 동기모임 때 모두 27명의 동기들이 모인 자리에 둘은 나란히 참석할 정도였다.
그러나 한 순간이었다. 이들의 우정은 송두리째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6일 금태섭 변호사가 ‘안철수 불출마 협박’의 주인공으로 절친했던 친구 정준길 공보위원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정준길-금태섭’ 두 인사는 대학 시절 그리 친하지는 않았지만 졸업 후 정준길 위원이 서울법대 86학번 동문회장을 맡으면서부터 둘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끼리 스스럼 없이 한 얘기였는데···.” 정준길 위원이 기자회견에서 ‘친분’ 관계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서울법대 86학번 동기생인 한 변호사는 “친한 친구사이인데 태섭이가 오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2007년 2월26일, 당시 정준길 변호사는 카페 공지사항에 ‘금태섭 동기 변호사 개업 및 개업소연’이란 제목의 글을 공지사항으로 올리기도 했다.
“동기 금태섭이 이번에 검사직을 사직하고 서초동에서 변호사를 개업했니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개업소연이 3월12일이라고 하니 시간되는 사람은 가서 축하해 줍시다.”
‘이들의 훈훈한 관계를 깨뜨린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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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대학교 대학본부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3. 안철수, 대체 무엇을 노린 걸까?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와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은 유독 “깊이 상의해 결정하느라 늦었다”는 말을 강조했다.
금태섭 변호사가 정준길 공보위원으로부터 문제의 전화를 받았다는 시각은 이틀 전인 4일 오전 7시57분이었다.
왜 곧바로 협박 전화 사실을 알리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들은 “깊게 상의해 결정하느라 그랬다”고만 답했다.
금태섭 변호사와 송호창 의원은 이날 10여분의 짧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안철수 원장과 관련된 질의응답을 생략한 채 황급히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분명 이틀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이틀 동안 안철수 원장 측이 정준길 위원의 전화와 관련해 무엇을 논의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결과는 ‘폭로’라는 점이다. 20년지기 친구 관계를 깰 만큼 작심하고 결정했다는 뜻이다. 친구 사이의 사적통화가 정쟁에 이용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 내에선 이번 폭로를 계기로 안철수 원장이 대선 출마를 본격화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몰아치는 검증공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안철수 측이 독자 출마를 선언할 꼬투리를 만들었다는 것.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러 얘기를 종합해 보니 금태섭과 정준길은 분명 가까운 사이다. 그런데 금태섭이 이런 얘기까지 공개하는 걸 보니 출마선언이 가까워졌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4. 얼굴 없는 조폭 ‘SNS’ 정준길만 맹비난
앞뒤 해명에도 불구하고 SNS 상에서는 정준길 위원을 비난하는 글이 들끓었다.
반면 친구와의 사적 대화 내용을 폭로한 금태섭 변호사에 대한 비난 글은 눈에 띄게 드물었다.
‘박근혜 콘돔’이 네이버 검색순위 1위를 기록했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준길 ‘뇌물, 여자 언급 했었지만 협박은 안했다’ 이게 다 서울법대에 검사 출신들의 수준이다. 한분은 입이 싸고 또 한분은 치사하고. 출세에 눈이먼 일그러진 엘리트의 전형을 보는 느낌이다.”
- 트위터 아이디 chjw183“아마도 박근혜는 이렇게 말하겠죠. 정준길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토달지 마세요. 친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네요. 병 걸렸나 보죠? 암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합니다.”
- 트위터 아이디 mettayoon“시중엔 ‘그년은 나쁜년이다’도 떠돌죠 @korea486: 할~ 나쁜넘들 RT @mindgood: 안철수측을 협박했다는 정준길씨가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했는데, 대선후보를 그런 루머로 그만두라고 했다면 그자체가 뇌가 없는자의 변명이지요.”
- 트위터 아이디 artkyw
#5. 안철수, ‘검증공세’ 선수쳤나?이날 금태섭 변호사의 돌발 기자회견을 놓고 안철수 원장 측이 ‘검증공세’에 선수를 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더 구체적인 의혹이 나오기 전에 안철수 원장 측이 미리 선수를 쳐 기자회견을 연 것 같다”고 했다.
안철수 원장이 출마를 앞두고 금태섭 변호사를 이용,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정준길 위원의 싹을 잘라버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정준길 위원은 그동안 자신의 SNS에서 안철수 원장의 검증 공세를 준비해 왔다. 하루 동안에만 20여차례에 걸쳐 안 교수와 관련된 내용을 올린 적도 있다.
그는 6일 오후 1시30분 자신의 트위터에 “어느 정도 내용이면 핵폭탄일까요?”라는 글과 함께 안철수 원장을 둘러싼 의혹을 정리한 기사를 링크해 게재했다. 이 멘션은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1시간30분 전에 작성돼 더욱 화제가 됐다.
기사 링크와 함께 “유학 가 있는 동안 사외이사를 맡았고 이사회 참석을 위한 항공료도 지원 받았네요”, “스톡옵션 행사로 65억원 차익을 얻었다고 하네요. 65억원”,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집을 소유하고 편의상 전세로 8년을 살았는데 전세민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는 것은 좀 과장된 것 같네요” 등의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