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은 언제 숙청될까?  
      
    지금은 장성택 시대, 김정은은 장성택의 종이비행기를 타고 있다. 

    최성재    
       
    세계유일의 공산왕조는 깡패국가(rogue state)이다. 깡패국가는 하나에서 열까지 폭력과 협박으로 유지된다. 폭력의 원천은 군대이고 협박의 원천은 국가보위부(정보부)와 인민보안부(경찰)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인민군의 원수이자 노동당의 총비서로서 폭력과 협박의 수단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그중에서도 인민군의 폭력이 권력의 핵심이었다.


  • 스스로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기 위해서, 김일성과 김정일은 인민군에 충견을 심었다. 뇌 한가운데 절대복종의 생체칩을 심어 두었기 때문에, 왕의 눈과 왕의 귀가 심지어 똥자리에서 잠자리까지 완벽하게 지켜보고 듣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 충견은 영원한 주인에겐 언제나 꼬리를 흔들 뿐 이빨은 꿈에도 드러내지 못했다.

    김일성의 충견은 오진우였고, 김정일의 충견은 오극렬이었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 하다가도 촘촘하다. 20년 걸릴 후계자 수업을 2년 만에 속성으로 가르치던 중 독재자 김정일이 덜컥 죽어 버렸다. 총참모장 이영호(리영호라고 표기하는 자들에게 저주가 있을진저!)가 김정일 장례위원 서열 4번으로 3대 독재자 김정은과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이영호는 제2의 오진우나 오극렬이 아니었다. 2012년 7월 15일 이영호(70)는 전격적으로 숙청되었다.
    오극렬의 뒤는 누가 이어받을까. 현재로선 어린 시절 김정일의 의형제였던 군 총정치국장 최용해(62, 최룡해라고 표기하는 자들에게 저주가 있을진저!)다.

    당 우위 정책에 의해 공산국가에서는 원래 군 총정치국장이 총참모장보다 높다. 그러나 북한은 권력이 유일 독재자와의 거리에 비례하므로 그것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직위와 무관하게 오진우나 오극렬은 김일성이나 김정일 외에는 누구의 명령도 안 받았던 것이다.

    한편 김정일은 노동당 위에 국방위원회를 만들어 그것으로 깡패국가를 이끌었다. 현재로선 어느 부서가 폭력과 협박을 장악하고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조금씩 윤곽은 드러난다.
     


  • 지금은 김일성의 사위이자 김정일의 매제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시대다.
    김정은은 폭력도 협박도 이어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성택은 별로 높지 않은 당 행정부장으로서 우선 협박의 수단을 장악했다. 국가보위부와 인민보안부가 현재 행정부장 산하에 들어가 있다. 문제는 그보다 센 인민군인데, 군부 내에서 나름대로 한 축을 이루던 장성택의 두 형이 김정일 생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이건 결코 만만찮은 작업이었다. 이번에 이영호를 숙청함으로써 장성택은 인민군의 폭력마저 간접적으로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평소에 그를 잘 따르던 최용해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 이른바 북한 전문가들이 이제 김정은이 권력을 확실히 장악하여 선군(先軍, 군 우위)에서 당 우위로 나아갈 것이라고 다투어 선무당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다들 헛다리짚고 있다. 여우 장성택의 다음 수순은 김정은 숙청이다. 과연 그 시기가 언제일까? 숙청 과정은 어떠할까?
     

  • 장성택은 김일성 시대에는 3인자였고, 김정일 시대에는 2인자였다. 김일성은 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모든 조직의 인사권을 완벽하게 장악하여 노동당만이 아니라 인민군과 국가보위부와 사회안전부(인민보안부)의 절대 충성을 확보했다. 한때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가 거기에 눈독을 들였다가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에게 쫓겨났다.
    김정일은 당 조직지도부를 접수하여 극도로 조심하며 김일성도 모르게 자신의 인맥을 구축했다. 김일성의 눈을 가리고 귀를 멀게 하기 위해, 김정일은 당의 선전선동부를 대대적으로 키웠다. 김일성을 붕붕 띄워 백두산을 넘어 북극 하늘에 닿게 만들었다. 김일성은 아첨과 거짓말이 좋아서 허허 웃다가 어느 날 내려다보니, 너무 높이 올라가서 문득 주위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귀신도 머리를 풀어헤치고 곡할 정도로 권력이 찬탈된 것이다. 1972년부터 1992년까지 김정일은 이렇게 20년에 걸친 작업 끝에 아비로부터 권력을 찬탈한 것이다. 
     
    장성택이 김정일을 계승해 제1부부장이란 직함(부장은 김정일)으로 당 조직지도부를 맡았다. 여동생 김경희 외에는 누구도 믿지 않은 김정일로서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었다. 대신 김정일은 손가락 하나 까딱함으로써 장성택이 대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두 번이나 장성택을 숙청했다.

    장성택은 김정일 이상으로 권력의 속성을 아는 자다. 김정일도 눈치 채지 못하게 이전에 김정일이 수작하던 것과 꼭 마찬가지로 당 조직지도부뿐 아니라 3대 혁명소조를 통해, 기성세대와 신세대 양쪽에서 은밀하게 조직을 키웠다.

    마침내 때가 왔다. 김정일이 3천 궁녀와 밤의 향락에 탐닉하다가 ‘장수 만세’ 한국으로 치면 새파란 나이에 뇌졸중에 걸린 것이다. 그때부터 장성택은 여유만만 장성택의 마패를 만들어 세력을 키웠다. 뒤늦게 정신이 깜박깜박하는 김정일이 김정철과 김정은 사이를 오가다가 김정은을 낙점하여 속성으로 3대 독재자로 키우기 시작했다.
     


  • 아마 장성택은 당의 선전선동부도 이미 접수했을 것이다. 그것으로 김정일이 작업하던 것처럼 애송이 김정은을 계속 종이비행기에 태울 것이다. 놀이공원에서 김정은이 청룡열차를 타고 희희낙락하는 사진이 전 세계로 뿌려졌는데, 그것도 장성택의 작품일 것이다.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국방위원장보다 높은 직위, 제1부위원장이라고 해야 국방위원장보다 낮게 됨.), 인민군 원수에 이어 머잖아 당 총비서로 ‘밀어 올릴지’도 모른다.
     
    개혁개방? 그건 장성택도 할 줄 모른다. 흉내는 낼 것이다.
    북한에는 당과 군대와 경찰에 대항할 세력이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른바 국가권력과 수직적 연대(vertical solidarity)를 도모하여 권력을 나눠가질 세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권력 자체의 속성에 의해 권력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는 코털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 중국에는 모택동 사후 수구적(守舊的) 4인방에 대항할 막강한 세력이 존재했었다. 등소평이 아니었어도 누군가 그 일을 할 사람들이 수두룩했던 것이다. 옛 소련과 동구와 동독에는 라디오와 TV와 삐라와 인적 교류와 화룡점정 서울올림픽으로 인해 시장경제의 KO승을 누구도 부인 못하게끔 됐다. 북한에는 이런 게 전혀 없다. 김씨공산왕조가 개혁개방의 씨를 말렸던 것이다.

    한국의 얼빠진 정권들이 김씨왕조에게 연방 얻어터지고 협박 당하면서도 시퍼런 눈가를 계란으로 마사지하면서 기생처럼 방글방글 웃고 개처럼 꼬리를 말거나 흔들며 조공을 바치고 또 바치고, 안 바치면 한국판 선전선동부가 난리 법석을 떤 것도 공산군사독재왕조 유지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