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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NGO들이 4대강 사업이 회색상으로 선정되도록 투표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국토부·환경부 관계자
“인터넷 투표이고 독려를 했기에 의미가 없다면, 한국정부가 나서서 독려한 제주 자연경관 투표는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 한국습지NGO네트워크 반박
우리나라 4대강 사업이 국제 NGO(비정부 기구) 네트워크가 선정하는 대회에서 파괴사례(회색상·Grey Awards)로 꼽힌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측은 반(反)정부 성향의 좌파 네티즌을 독려해 4대강의 성과를 폄훼하고 있다는 의혹을 보내는 반면, 한국습지NGO네트워크는 습지파괴 사례가 명백함에도 오히려 정부가 4대강의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키는 등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무슨 일인가?
세계습지네트워크(World Wetland Network, WWN)는 제11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을 회색상으로 선정했다고 한국습지NGO네트워크가 8일 밝혔다.
모범 보전 상태인 청색상의 반대인 회색상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호주, 콜롬비아, 크로아티아, 서아프리카 등 5개국이 받았다.
이날 상을 수상한 한국습지NGO네트워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실패한 사업으로 몰아붙이며 여론몰이를 시작했다.
좌파매체들도 이를 헤드라인으로 배치하며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다.
수상 당시 한국습지NGO네트워크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을 녹색성장으로 포장하여 홍보하려 하고 있다. 회색상 수상은 4대강사업이 결코 녹색성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대한민국 생태 보존 의식이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셈이다.
√ 뭐가 문제인가?
문제는 이 상의 선정 과정이다. 지난 2010년 10월 제정된 이 '어워드'는 등록된 각국의 습지에 대한 인터넷 투표와 세계습지네트워크의 토론 및 평가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이 인터넷 투표를 주도하고 각국 습지네트워크에 우리나라 4대강의 문제를 제기한 단체가 한국습지NGO네트워크다.
이 단체는 그동안 4대강 사업 반대를 부르짖으며 비판적 입장을 유지해 온 단체다. 정부의 생태보존 성과 발표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이를 부정해왔고, 문제가 되는 부분만 부각시킨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는 이 같은 단체가 정부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네티즌들을 독려했고, 부정적인 사진만 게시해 진행한 투표를 통해 세계 환경단체에 이를 토론의 주제로 가져갔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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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가 한국습지NGO네트워크의 투표 독려 의혹을 제기하는 트윗 ⓒ 캡쳐화면
√ 4대강, 실제로 습지 파괴자인가?
우선 습지 파괴라는 단어 자체가 애매모호하다. 강 유역을 정비하는 토목사업이다보니 일정부분 영향을 받은 습지가 있다는 것은 국토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같은 습지에 대한 영향이 생태계 파괴를 불러오느냐는 점은 논쟁이 깊다.
환경부와 국토부에 따르면 4대강 사업 구간엔 모두 158곳의 습지가 있었다. 이중 사업에 직접 영향을 받는 곳은 77개소였다. 환경단체는 이들 습지 모두가 4대강 사업에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정부 입장은 다르다. 환경단체의 주장을 모두 수용해 4대강 사업 이후 일부 훼손된 습지가 77개소(12,066천㎡)라면, 환경부는 사업을 통해 새로 조성된 습지가 147곳(12,538천㎡)으로 오히려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불가피한 사업으로 습지가 훼손됐다하더라도 습지에 사는 생태계가 옮겨갈 또 다른 습지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이미 녹색성장 사업으로서의 그 성과에 대해 OECD 등 국제기구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벤치마킹 모델이다. 실제로 모로코, 파라과이, 태국, 알제리 등에서 현지 방문까지 하며 따라하는 선진국형 사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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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반응이다.
“4대강사업은 퇴적물 제거, 수량확보, 수질개선 등을 통해 이․치수 기능과 하천의 생태적 기능을 회복시켜 4대강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는 다목적 사업이다.”
“특히, 환경영향평가과정에서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보전가치가 높은 습지는 최대한 원형보전하고, 훼손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대체습지를 조성하여 환경영향을 최소화했다.”
Point √ 나라 망신…누가 시켰나?
국토부와 환경부 등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정부 부처는 이번 일로 단단히 화가 났다.
그동안 사업 추진 내내 사실을 왜곡해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도 모자라 국제적 망신까지 시켰다는 불만이다.
이번 파괴상 어워드를 위해 진행한 인터넷 투표만 해도 문제점이 드러난다. 우리나라 NGO들이 4대강 사업이 회색상으로 선정되도록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는 정부의 주장에 한국정부가 나서서 독려한 제주 자연경관 투표와 비교하는 반박을 하고 있다.
해당 환경단체가 발표한 입장이다.
“인터넷 투표이고 독려를 했기에 의미가 없다면, 한국정부가 나서서 독려한 제주 자연경관 투표는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의 '그레이상(Grey Award)' 수상의 의미에 대해 폄하하고 무시하기보다는, 회색습지상(Grey Award) 수상과, NGO결의안에 언급된 4대강사업에 대해 정부는 겸허히 수용하고 향후 강의 재복원과 진정한 습지보전 정책의 수립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일 수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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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습지NGO네트워크가 올린 4대강 사업 전후를 비교하는 사진. 해당 단체는 이 같은 사진들로 네티즌을 독려해 4대강 비판에 열을 올렸다는 정부의 반박을 받았다. ⓒ 캡쳐화면
하지만 전 국민의 염원이었던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제주도가 선정되는 것과 논란이 있는 자신들의 주장을 세계적인 문제로 확대시키는 것은 ‘다르다’는 주장도 많다.
나라를 빛내는 일과 비판하는 일을 동일시한다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이고 싶은 환경단체의 생각을 폄하할 수는 없겠지만, 긍정적 평가는 하나도 없는 비판 일색인 그들의 주장은 ‘평가’라기 보다는 반대를 위한 ‘일방적인 주장’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지만, 긍정적 측면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이를 추진했고 좋은 결과도 얻어냈다.”
“4대강 사업이 완료되어 4대강의 생태계 및 서식여건이 안정화되면 현재보다 더 나은 건강한 수생태계와 다양한 생물서식공간이 조성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