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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군의관이 행군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그런데 실제 ‘행군하는 군의관’이 있다.
육군은 “3사단에서 근무하며 매일 GOP대대 소초를 순회진료하는 군의관이 있다”고 밝혔다. 주인공은 정재훈 중위. 올해 29살로 2011년 4월 임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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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중위의 하루는 오전 6시부터다.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근무하는 GOP대대 산하 소초들에 환자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아침식사를 끝낸 뒤에는 대대 의무대에 입실한 환자들을 살핀다. 평균 3~4명. 허리나 다리 염좌, 염증, 간단한 외상환자들이다.
오후에는 대대 산하 소초 2곳을 들르는 ‘순회진료’를 한다. 정 중위가 맡은 소초는 13개. 하루 2개씩 돌면 일주일이 간다. 보통 소초를 한 번 도는데 100km 이상을 이동해야 한다. GOP 근무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산악지대의 100km는 도로 상 거리 200km 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 지난 4월 GOP대대로 배속된 정 중위가 순회 진료를 하느라 돌아다닌 거리는 1,000km 이상이다.
정 중위의 또 다른 특징은 소초 순회 진료를 할 때 마다 꼭 방탄헬멧을 쓰고 단독군장을 한다는 것. 정 중위는 “군의관도 군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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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초 순회 진료를 마치고 의무대로 복귀하면 보통 오후 6시가 넘는다. 저녁에는 또 다시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보살핀다.
“백골부대 GOP대대는 산악지형이 많아 경계 작전을 펼치는 장병들에게 강한 정신력과 체력이 요구됩니다. 또한 병사들은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성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렇다보니 본인들이 참을 만 하다고 생각되면 그냥 참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찾아가서 진료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군의관들은 대부분 ‘편하다’는 인상인데 정 중위가 이러는 이유는 뭘까.
“장병 건강이 곧 전투력입니다. 병사들이 상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바로 제 임무입니다. 전투형 강군의 시작이 장병 건강관리입니다. 한시도 소홀히 할 틈이 없습니다.”
정 중위가 퇴근하지 않아 다행인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3일 오후 8시 40분 경 전방 소초에서 긴급환자 발생보고가 올라왔다. 경계작전 중 뱀에 물렸다는 것이다. 정 중위는 사고현장으로 앰뷸런스를 긴급출동시켰다. 정 중위는 환자가 대대 의무대에 도착하자마자 활력징후(Vital Sign)를 측정하고 링거를 꽂았다. 이후 정 중위는 앰뷸런스에 직접 동승해 환자를 사단 의무대로 바로 후송했다.
‘군인다운 군의관’을 만난 GOP대대 지휘관과 부대원들은 그를 칭찬한다. 예하 소초 황정민 병장(23세)의 말이다.
“저희 군의관님은 아무리 사소한 질병이라 하더라도 성심 성의껏 진료를 해 주십니다. 부모가 아이들 돌보듯이 언제부터 아팠는지, 생활습관은 어떠했는지,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상하게 알려 주셔서인지 병도 쉽게 낫는 것 같습니다.”
대대장 손 강 중령(42세)도 “든든하다”며 정 중위에 대해 자랑했다.
“정재훈 중위가 장병들의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해 주고 있어 매우 든든합니다. 부대가 행군하면 군의관도 30km의 행군에 함께 동참해 같이 걸으며 환자 상태를 살펴 주고 있습니다. 병사들도 군의관을 친형처럼 따를 정도로 진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초에 가보면 병사들의 얼굴 표정에서 건강미가 넘칩니다. 대대 전투력도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 중위는 군의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불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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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대부분의 군의관들은 장병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고, 장병 건강관리가 국가방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전역하는 날까지 장병들을 지켜 전투력을 항시 보존할 수 있도록 임무수행에 매진하겠습니다.”
정 중위는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뒤 입대했다. 전역 후에는 소아과 의사인 아버지처럼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돕는 길을 가고 싶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