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에 대한 규제 강화해야

    양동안  /한국학 중앙연구원 명예교수
     


  •  정당의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작용은 이중적이다. 정당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효율적 작동을 위해 필수적인 기여를 하는 장치이다. 그와 동시에 정당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작동을 방해하고 끝내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와해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정당의 작용이 이중적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안정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정당에 대해 대응도 이중적이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정당의 결성과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나아가서는 정당들의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작동을 방해하거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와해하려는 정당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규제해야 한다.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당을 보호·지원하기만 하면서 정당에 대해 적절한 규제를 하지 않게 되면,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자유를 보장하고 보호·지원해준 정당이 그 자유와 보호·지원을 이용하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작동을 방해하고 나아가서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붕괴시키는 재난이 초래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법률들은 정당을 보호·지원하는 것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규정하면서, 정당들이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작동을 방해하거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와해시키는 것을 저지하는 조치는 매우 미흡하게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과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은 정당의 결성과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당의 존립을 보호하며, 정당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까지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에 반해 정당에 대한 규제를 효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가지고 있지 않다.

    헌법 제8조 2항은 정당에 대해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헌법 제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8조의 이러한 내용은 두 가지 점에서 미흡하다.

    첫째,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이 분명한 정당에 대해서는 강제해산을 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면서 정당의 운영(내적 활동)이 민주적이지 않은 정당에 대해서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은 목적이나 대외활동이 반자유민주주의적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런 정당에 대해서는 강제해산이라는 최종적 제재는 가하지 않더라도 국가 지원금제공 전면중단과 같은 중간단계의 제재를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헌법과 정당 관련 법률들은 그런 중간단계의 제재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둘째, 정당에 대한 강제해산이라는 징벌을 가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실제로 그런 징벌을 가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해놓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정당해산을 규정한 우리 헌법의 조문과 독일 기본법의 조문을 비교해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독일의 기본법 제21조 2항은 ‘그 목적이나 추종자의 행태에 있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 또는 폐제하려 하거나 또는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려는 정당은 위헌이다.’라고 선언하고, 위헌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거쳐 해산되도록 했다. 독일 기본법은 정당의 목적이나 당원의 행태가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하려는 것’일 경우 정당을 해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 헌법은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하려는 것’을 정당 해산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독일 기본법은 정당의 목적과 당원들의 행태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사항만을 위반해도 정당을 강제 해산할 수 있도록 해놓았으나, 우리 헌법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상대적으로 광범한 사항까지 위반해야만 비로소 강제 해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안보 환경과 자유민주주의 실천 여건이 독일보다 크게 열악한 데, 독일에서는 정당 해산 사유로 인정되는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정당의 해산 사유로 인정되지 않으며, 독일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만 위반해도 정당을 해산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적’ 기본질서까지 위반해야 정당을 해산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다.     
     
    우리나라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안정되고 효율적으로 실천하려면 ‘반민주적’ 정당만이 아니라 ‘반자유민주적’ 정당과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정당’도 강제 해산을 시킬 수 있으며, 위법 정당에 대해 국고 보조금지급 전면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헌법과 정당 관련 법률들을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