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깔공세’라는 상투적 언사

  •  “민주당은 28일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북한보다 종북세력이 더 큰 문제라고 밝힌 데 대해 ‘색깔론 공세에 편승하고 있다’ 지적했다.” 조선일보 기사다.

     가끔 가다가 가장 부아를 돋우는 말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색깔공세라는 것이다. 색깔공세가 해선 안 되는 것이라면 자기들은 왜 남을 ‘수구꼴통’이라고 색깔공세 하나? 국민은 공인에 대해 종북인지 아닌지 물을 권리가 있고, 만약 종북이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항의할 권리가 있다. 사인(私人)이라면 모르되 공인에 대해서는 그걸 물을 수도, 시비할 수도 있다. 그리고 공인은 자신의 정치적 이념적 정책적 정체성의 스펙트럼이 무엇이며, 어디인지를 국민 앞에 정직하게 밝힐 의무가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좌익은 우익한테 이념시비를 쌍욕 섞어가며 해대는데도, 우익이 극좌한테 종북을 시비하면 “색깔 시비냐?“고 길길이 뛴다. 이게 무슨 일방통행이란 말인가? 종북을 종북이라 부르고 그걸 시비하는 것은, 북과 남한 좌익이 대한민국을 ‘식민지’라고 욕하고 시비하는 것하고 대등성을 갖는다. 한 쪽은 제 입 구멍 뚫어진 대로 남을 마음대로 시비해도 좋고, 상대방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한대서야 그게 어떻게 대등성인가? 도대체 그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대한민국에 만약 종북이 없다면 또 모르겠다. 그러나 종북은 분명히 있다. 어떻게 아느냐고? 노회찬 심상정이 ‘종북’이란 말을 써가면서 민노당을 탈퇴했을 때 종북의 존재가 우파 아닌 다른 좌파에 의해서도 분명히 확인됐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국가보안법을 놔두고서 “너 주체사상에 대해 입장이 뭐냐?”고 묻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색깔공세라고 일부는 대든다. 그래? 그렇다면 그렇게 말하는 자기들의 속내는, 국가보안법이 있을 때는 잡혀갈까보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란 자인(自認)인가? 국가보안법 4조 1항이 남용된 시절은 있었다. 그러나 그건 옛 이야기다. 지금은 판사들이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자유 우파들이여. 신랄하게, 그러나 지극히 이로정연(理路整然)하게, 근거에 입각해서 종북주의자들을 향해 사상논쟁, 사상투쟁-곧, 정당하고 당연한 색깔논쟁 하자. 종북주의자들과 그 옹호세력은 그러면 ‘마녀사냥’이란 방패막이 뒤에 우선 설 것이다.

     그러나 웃기지 말라고 해야 한다. 마녀사냥은, 대한민국과 자유주의 보수주의 사회민주주의는 물론, 심지어는 자기들과 한 패였던 트로츠키주의 부하린주의 소련파 연안파 갑산파 남노당까지도 반동, 역적패당, 미제 앞잡이, 미제 스파이, 매국노, 친일파, 수정주의-개량주의-반당-반인민-반혁명 종파분자라는 색깔을 입혀 몰살시키는 그들의 평양 친우들이 오히려 원조 중 원조다.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