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의원에 먼저 제의 "단식했던 곳 보고싶고 중국에 할 말 있다"
  • ▲ 미국 하원 로스 레티넌 외교위원장이 "나도 피난민입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글씨는 그가 직접 썼다. ⓒ 뉴데일리
    ▲ 미국 하원 로스 레티넌 외교위원장이 "나도 피난민입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글씨는 그가 직접 썼다. ⓒ 뉴데일리

    “우리는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습니다. 저도 쿠바의 난민이었습니다. 자유를 찾아 떠난 탈북자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습니다.”

    24일 오후 5시 서울 중국대사관 맞은편 옥인교회 앞에 ‘반(反)북한·반중국 원칙주의자' 일리애나 로스 레티넌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참석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그의 남편과 타데우스 맥코터 의원도 함께였다.

    로스 레티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 하원 의원단은 지난 22일~25일 나흘간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로스 레티넌 위원장은 지난 23일에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로스레티넌 위원장이 먼저 ‘단식을 했던 곳을 보고 싶고, 중국대사관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참석 의사를 표했다”고 전하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로스레티넌 위원장은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이곳에 오게 돼 영광이다"라고 수 차례를 반복해서 말했다. 박 의원의 손을 잡고 자리로 이동하던 그는 박 의원이 단식했던 텐트를 보여주자 관심있게 지켜봤다.

    반면에 박 의원이 중국대사관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덧붙이자 “(중국대사관 쪽은) 보고 싶지 않은 곳이다”라고 웃으면서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 ▲ 미국 하원 로스 레티넌 외교위원장이 "나도 피난민입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글씨는 그가 직접 썼다. ⓒ 뉴데일리

    이날 로스레티넌 위원장은 준비한 성명서를 낭독했다. 박선영 의원은 "중국대사관에서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국어로도 통역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어로의 통역은 탈북자 박혜진(23) 씨가 맡았다. 박선영 의원이 주도하는 사단법인 <물망초>의 지원을 받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기로 예정된 대학생이다.

    성명서에서 로스레티넌 위원장은 중국대사관을 향해 “미스터 후!(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라고 크게 외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탈북자들을 한국이나 제3국으로 보내달라. 북한 정권에 ‘한국인-일본인 납북자를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하라. 중국 당국에 체포된 김영환 씨 등 한국인 북한인권운동가 4명도 즉각 석방하라.”

    그는 “세상에 어떤 정권이 신생아와 산모까지 사지로 몰아넣는가. 세상에 어떤 정권이 이런 국가를 도울 수 있느냐”며 중국 정부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어둠을 저주하기보다는 촛불 하나라도 켜는 게 낫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오늘 우리는 촛불을 들었다. 언젠가 (탈북자 문제가) 극복되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박선영 의원에 대해서는 ‘현대판 잔 다르크’라고 칭하며 “박선영 의원의 단식 투쟁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로스 레티넌 위원장은 지난 2007년 미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규탄 결의안, 그리고 작년엔 국군포로와 전시납북자 송환촉구 결의안을 주도했다. 지난주 미국 의회에서 북한인권법을 2017년까지 5년 연장하도록 하기도 했다.

  • ▲ 미국 하원 로스 레티넌 외교위원장이 "나도 피난민입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글씨는 그가 직접 썼다. ⓒ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