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민주화,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훈 /서울대 명예교수

     선거철을 맞아서 각 정당은 각종 정책을 계발하여 홍보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그 가운데 경제민주화는 여야가 모두 한 목소리로 내세우는 핵심화두이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경제민주화의 정치구호는 전국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구호에서는 일치하지만 지금까지 내건 구체적 경제민주화 정책은 서로 다르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경제민주화가 무엇이고 어떻게 추진해야할 지를 세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1. 헌법 119조 2항의 ‘경제의 민주화’

     그렇다면 경제 민주화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헌법은

        헌법 119조 제1항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
                   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로 경제적 자유주의를 기본 토대로 선언하면서

                    제2항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로 정부의 경제 개입을 허용하였다. 헌법은 전문에서도 “∙∙∙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 라는 포괄적 서술을 통하여 119조 1항과 2항의 정신을 담고 있다.
     제2항이 규정하는 ‘경제의 민주화’는 좁게는 ‘경제주체간  조화’를 추구하는 변화이지만 그 내용은 ‘균형 있는 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지배 • 경제력 남용 방지’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의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은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수단이다. 문제는 제2항의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이 제1항의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의 존중’를 제한할 수 있는가, 또 제한한다면 얼마만큼 제한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정부의 경제개입을 거부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제1항과 제2항은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균형 있는 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지배 • 경제력 남용 방지’를 위하여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의 존중’을 반드시 제한해야 하는지와 또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하는지를 검토해보아야 한다.

    2. 경제민주화 요구의 배경은 양극화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요즘 내세우는 슬로건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상위 1%가 점유한 부와 소득을 나머지 99%에게 재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지지를 확대하기 위하여 소득분배의 양극화가 빚어낸 국민적 분노에 호소하려는 전략일 것이다. 그런데 양극화가 과연 실재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소득분배는 악화되었지만 양극화를 우려할 정도로 중간층이 몰락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양극화 논쟁이 문제삼는 소득분배의 악화는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거의 모든 선진 산업국들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세계화는 국가간 장벽을 허물어 국제경제협력의 지평을 크게 넓혀가고 있다. 과거에는 협력 파트너를 국내에서만 찾아야 했던 개인과 기업들이 이제는 조건이 더 유리한 해외의 협력 파트너를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선진산업국의 기업들이 국내의 기존 파트너들을 버리고 더 유리한 해외 파트너를 구하여 나가면 국내의 기존 파트너들은 그 동안의 생업을 잃고 더 못한 생업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 결과 해외에서 더 유리한 파트너를 얻은 사람들의 소득은 더 높아지는 반면 그 과정에서 밀려난 국내의 기존 파트너들의 소득은 낮아지는 양극화 현상이 거의 모든 선진 산업국들에서 나타난다. 고임금의 부담을 덜기 위하여 공장을 신흥 개발국으로 옮기는 현상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우리 한국에서도 두루 관찰되는 현상이다.
     세계화가 이처럼 ‘양극화’를 불러오는 만큼 반세계화 운동도 만만치 않다. 그 동안 국가가 설치한 보호막 아래 국제경쟁의 압력을 피해오던 선진국의 근로자들과 농민들은 자신들이 의지해 오던 보호막을 철폐하는 세계화를 부익부빈익빈을 확대하는 양극화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격렬하게 반대해 오고 있다. 그런데 세계화가 양극화를 부른다는 명제는 선진 산업국들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그 동안 국가간 장벽 때문에 선진국 기업들과 직접적 협력에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하던 개도국의 근로자들은 세계화 덕분에 더 나은 일자리를 얻게 되었고 그 결과 중국 등 신흥 개도국들은 엄청난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세계 전체적으로 보면 세계화는 지구촌의 절대빈곤 인구를 크게 줄임으로써 글로벌 소득분배구조를 오히려 개선시키고 있는 중이다. 세계화 이전의 시대에는 국가간 장벽이 빈곤국 노동자들에게 갈 기회를 차단하고 있었을 뿐이다. 국내 기존 파트너들이 과거에 누려온 이익은 빈곤국 노동자들의 기회를 차단한 결과 발생한 렌트인 셈이며 세계화는 세계인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역사를 이끄는 바람직한 진전이다. 개별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양극화’는 역사적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국지현상으로서 각국은 세계화의 대세를 수용하면서 내부적 고통을 완화하는 자세로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내의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별 정의는 지구촌적 시각으로 보면 제3세계의 절대빈곤을 그대로 방치해야 한다는 국별 이기주의일 뿐이다. 세계화를 상위 1%가 자신들만의 이익을 더욱 늘리려는 음모로 몰아가려는 기득권의 반발은 결국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국가간 장벽을 억지로 유지해보려는 허망한 몸부림으로 그칠 것이다.

    3. 제1항이 기본으로 삼는 시장의 상벌기능
           
     개인과 기업에게 경제적 자유를 허용하고 창의를 통한 수익을 보장하는 사회에서 개인별 소득은 천차만별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제1항을 전제로 한다면 제2항이 추구하는 균형적 성장과 적정 소득분배의 모습은 결코 평등한 분배로 될 수는 없다. 시장경제의 틀 속에서 소득분배는 개인능력의 차이를 어떠한 형태로든 들어내는데 국가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적정 소득분배를 겨냥한 정부의 규제와 조정이 시장경제의 이러한 근본 속성을 훼손한다면 제1항과 제2항은 공존하기 어렵다.
     시장경제에서 각 개인은 자신의 생업에서 소득을 얻고 그 소득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업이 생산해낸 재화와 용역을 구입하여 생활한다. 자신의 생업이 생산한 물자가 널리 팔리면 그 사람은 높은 소득을 얻지만 그렇지 못하여 전혀 팔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열심히 일했어도 소득을 얻지 못한다. 시장경제에서 원하는 재화와 용역을 더 많이 소비하려면 더 높은 소득을 얻어야 하고, 생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 이기적 개인은 더 높은 소득을 주는 생업을 찾아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생업의 소득은 그 생업이 참여하여 생산한 상품이 얼마만큼 좋은 값에 얼마나 많이 팔리는가에 달려 있다. 사람들이 많이 원하는 상품은 좋은 값에 잘 팔리게 마련이다. 시장경제의 개인은 좋은 값에 널리 팔리는 물자를 생산하는 생업을 찾아서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시장은 결국 사람들이 더 많이 원하는 상품의 생산에 자원과 노력을 투입하도록 생산 활동을 이끈다. 수요공급의 법칙을 따르는 가격을 비롯한 각종 시장신호는 지금 사회적으로 더 많이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는 생업은 더 높은 소득으로 포상하고, 반대로 덜 필요해진 상품 생산은 소득 삭감으로 징벌한다. 이 상벌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때 시장은 자유방임 상태의 이기적 개인들로 하여금 자원과 노력을 사람들이 원하는 용도에 투입하도록,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도록 이끈다.

    4. 시장의 상벌기능과 정부의 규제 ∙ 조정

     균형성장과 적정한 소득분배를 추구하는 정부의 규제와 조정은 이기적 개인들을 효율적 자원배분으로 이끄는 시장의 상벌기능과 반드시 충돌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자유방임의 시장경제가 일탈하는 배경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현실 시장경제에서 일탈적 불균형 성장과 왜곡된 소득분배, 시장지배 ∙ 경제력남용 ∙ 경제주체간 부조화 등은 어떻게 야기될까?
     시장에서 사람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것을 더 만족스럽게 충족하는 상품을 개발 공급하는 생업은 번성한다. 반면에 변하는 소비자 욕구를 따르지 못하면서 해오던 대로의 관행에만 집착하는 생업은 쇠락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부문별 변화는 불균형 성장인가? 뇌물 공여로 관청의 비호와 특혜를 얻은 축재, 폭력 ∙ 사기 ∙ 탈세 등의 방법으로 얻은 재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얻은 불로소득 등은 소득분배를 왜곡한다. 그러나 순전히 시장의 상벌기능이 작동한 결과로 발생한 부익부빈익빈도 왜곡된 소득분배인가?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적 지위 가운데에는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창안으로 구축한 독점적 지위도 있고 사업자들이 담합하거나 신규 진입을 부당하게 봉쇄하는 데 성공하여 만든 독점적 지위도 있다. 이들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일률적으로 시장지배란 이유만으로 규제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다른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경제적 자유의 행사를 공정하다고 말한다면 그 결과로 결정되는 소득분배도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과 기업들이 경제적 자유를 공정하게 행사하도록 만드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공권력을 발동하여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만전을 기하는 것이 정부가 헌법 119조 2항의 의무를 수행하는 첫걸음이다.
     그런데 공정한 소득분배가 반드시 국민 모두가 골고루 다 잘사는 소득분배로 실현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헌법 119조2항은 분명히 정부에게 자유와 재산권 보호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우리 헌법은 정부에게  ‘경제주체간 조화’를 이루도록 시장이 결정한 공정한 소득분배를 다시 가시적으로 재분배할 것을 요구하는가? 아니면 어려움에 처한 개인과 기업에게 현재의 몫을 늘려주는 당장의 재분배보다는 앞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스스로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요구하는가?

    5. 시장의 민주적 통제

     민주화는 개인 또는 일부집단이 정치사회적 의사결정권을 독점하는 체제를 깨고 국민모두가 동등한 자격으로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변화다. 그런데 시장의 자원배분은 국민 모두가 1인1표의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내가 판매하는 상품을 공급량보다 더 많이 필요로 한다면 사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경쟁이 발생한다. 그런데 파는 사람인 나는 더 높은 값을 지불하려는 사람에게 팔게 마련이다. 결국 내가 파는 상품을 누가 소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1인1표의 민주적 방식이 아니라 그 상품 소비에 더 많은 돈을 쓰는 사람이 더 많은 표를 행사하는 1원1표의 방식이다.
      만약 1원1표를 1인1표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자원배분을 1인1표의 방식으로 결정한다면 돈이 많이 있더라도 더 유리할 까닭이 없다. 그러므로 쓸모없는 돈을 굳이 벌겠다고 애쓸 까닭이 없고 시장의 상벌기능은 더 이상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이끌어가지 못한다. 이기적 개인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찾아서 생산하려는 유인을 잃고, 달리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정치적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것이다. 이렇게 상벌기능을 상실한 시장경제는 더 이상 시장경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시장경제를 선언한 헌법 119조 1항을 전제하는 한 경제적 민주화는 결코 1인1표 체제로의 이행일 수가 없다.
     그런데 구체적 자원배분에 대해서는 1인1표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시장제도와 규칙은 1인1표의 방식으로 결정한다. 아동 노동을 금지하고 주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제한하며, 최저임금제와 장애인고용을 의무화하고, 피고용자를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고용보호법제 등은 모두 1인1표 방식으로 채택한 규범이다. 다수결 또는 과반수의결로 시장의 자유방임을 제한하는 정치적 조치를 ‘시장의 민주적 통제 (democratic control of market)’라고 부른다. 아마 경제민주화의 실체는 결국 자원배분 자체를 직접 민주적으로 결정하자기보다는 ‘균형 있는 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지배 • 경제력 남용 방지’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시장제도와 규칙을 민주적으로 결정하자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장경제는 모든 전근대적 통제를 배격하고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였다. 이 변화를 모든 인간의 자유화로 보지 않고 자본가들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화한 변화로 보기도 한다. 교환은 가장 자연스러운 인성의 발현과정일 수 있지만 자유시장경제는 자유주의자들이 절대군주로부터 정치적 권력을 탈취한 뒤에 자신들의 이익 창달을 위하여 만들어낸 시대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차티스트운동이 선거권을 모든 성인에게로 확대하고 평등선거가 일반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면서 자본가들로부터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시장의 민주적 통제’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다수 대중의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는 여러 조치가 ‘시장의 민주적 통제’를 통하여 도입되었는데 이 조치들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재산권을 보호하기도 하고 기업 또는 자본가들의 재산권을 제한하기도 한다.
     ‘시장의 민주적 통제’가 추구하는 가치는 분명하다. 아직 한창 배우고 자라나야 할 아동을 노동현장에서 혹사할 수 없고, 성인이라 할지라도 너무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과다하게 노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애인도 스스로 생존하도록 일자리를 가져야 하고, 모든 노동자의 일자리는 결격이 사회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 금지와 같은 제도적 조치만으로 아동을 배우고 자라도록 보장하지는 못한다. 배울 기회를 박탈할 악랄한 의도로 아동을 노동 현장에 내보내는 잔혹한 어른도 있겠지만 가르치고 먹일 능력이 안 되어서 아동까지 노동에 동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에 가르치고 먹이는 조치없이 아동노동만 금지한다면 이것은 옳은 처리가 아니다. 오히려 아동노동을 금지하는 법 처리가 없더라도 체제를 갖추고 모든 아동을 먹이고 가르친다면 ‘민주적 시장통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시장통제’ 없이 실현할 수 있다. 시장은 모든 아동을 노동현장으로 불러내지 않는다. 아동을 노동시키는 것은 그 부모의 결정인데 부모가 그렇게 결정하지 않도록 여건을 보장해주면 시장은 결코 아동노동의 비극을 연출하지 않는다.

    6. 자유의 창달과 자유의 제한

     자유는 그 자유가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에 한하여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자유주의자들의 견해다. 이 견해를 시장경제에 적용하면 누구나 자신의 재산을 늘릴 자유는 있지만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들의 재산을 무단 탈취할 수 있는 자유는 없다. 시장경제가 의지하는 법적 토대의 기본 내용은 재산권 보호, 계약이행의 강제, 그리고 이와 관련된 분쟁을 공정하게 해소하는 절차 등 3가지라고 할 수 있다. 법적 토대가 제대로 작동할 때 이기적 개인들은 자신들의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탈당하지 않는 가운데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협력을 벌인다. 남의 몫을 빼앗지 않으면서 내 몫을 늘려가는 경제협력이 가능한 것이다.
     조직범죄의 갈취, 사기, 가짜 상품으로 상대를 속이는 행위, 계약서를 위조하는 행위,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는 행위, 공해를 일으켜 사람들에게 오염된 환경을 강요하는 행위, 정보비대칭성에 편승한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 동종 사업자들 간의 담합행위, 그리고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감춘 채 판매 알선하는 행위 등은 모두 경제협력 상대방의 재산권을 침탈하는 행위들이다. 약탈가격 책정, 끼워팔기, 의도적 시장차단, 그리고 불법적 진입장벽 설치 등은 경쟁사업자들의 재산권을 침탈하는 행위들이다. 그러나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여 싼 값에 판매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을 석권함으로써 기존 제품 생산자들의 생업을 위축시키는 행위는 소비자 만족을 높이는 경쟁의 성과로서 경쟁사업자들의 재산권을 침탈하는 행위는 아니다. 이를테면 워드프로세싱이 타자기 산업을 위축시킨 것을 약육강식형 시장경쟁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역사적으로 시장은 정부의 재산권 보호능력에 비례하는 규모로 성장해 왔다. 정부의 재산권 보호능력이 부실한 개도국 시장은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스스로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길거리 좌판거래 수준의 시장을 너머서지 못한다. 식품 ∙ 의약품과 의술이 온전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거래될 수 있으려면 해당 상품의 품질을 엄격히 감시 감독하는 식약청과 의무기관이 제대로 활동해야 한다. 금융거래는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재산권 보호가 필요한 시장이다. 최근의 세계적 금융위기는 지나친 금융자유화가 투자자의 재산권을 보호하던 기존 장치를 훼손 폐기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재산권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영역의 거래는 반드시 재산권 침탈의 폐해가 나타나고, 장기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다. 과거에 불가능하던 시장거래가 가능해졌다면 그것은 정부가 그 분야의 재산권을 제대로 보호하는 지혜를 터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아예 개설되지 못하거나 개설되었더라도 효율적 자원배분에 실패하는 소위 시장실패 (market failure) 는 결국 재산권 보호의 실패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시장실패를 보정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은 해당 실패를 야기하는 재산권 보호 실패를 시정하는 개입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모든 정부개입은 결국 정부실패 (government failure) 로 귀결되고 만다.
      시장경제의 자유는 다른 사람들의 재산권을 소유자의 동의 없이 침탈하는 모든 자유만을 제한하는 자유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재산권을 무단히 침탈하지만 않는다면 개인 자유는 조건 없이 창달해야 한다. 결국 정부의 시장개입은 재산권 보호라는 큰 목적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 사회적으로 소망스러운 시장의 상벌기능은 이러한 자유 속에서 최대한 발휘된다.

    7. 시장과 정부

     시장의 상벌기능은 무자비하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들의 성취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재산을 포상으로 제공하면서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무슨 생업을 택하더라도 생계유지조차 어려울 정도의 징벌을 부과하기도 한다. 이 징벌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해내지 못한 탓이지만 그렇다고 생계유지도 어려운 소득을 나몰라라 방치하는 처사도 옳은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내용의 사회복지사업이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것은 시장의 징벌로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이다.
     시장은 사회복지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사회복지사업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업이지만 동시에 사회 통합과 안정을 도모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복지 수혜자들이 사적인 혜택을 얻는 가운데 그 재원을 부담하는 사람들은 사회 통합과 안전이라고 하는 공공재를 얻는다.
     사회복지 이외에도 공공재는 많다. 공공재는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그 비용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비용부담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려고 하는 무임편승효과 때문에 공공재의 시장은 형성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공재인데도 소요비용을 부담하려는 사람이 나서지 않으므로 시장은 공공재를 조달할 수 없다. 무임편승은 자신이 부담해야할 비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행위로서 역시 다른 사람들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탈하는 행위다. 공공재의 시장실패 역시 재산보호의 실패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린달조세는 각 개인에게 공공재 비용을 효율적으로 부담시킴으로써 재산권을 침탈하지 않으면서 공공재를 조달하는 방법이지만 현재로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그런데 공공재 조달은 당장 시급한 현실적 과제이므로 정부는 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세부과의 강제력을 발동하여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두고 공공재를 조달한다. 현실의 조세는 개인이 공공재로부터 얻는 혜택만큼 부과되는 린달조세가 아니라 담세능력에 비례하는 구조로 징수되므로 재산권 침해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당장 필요한 공공재를 조달하려면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결정한 조세징수로 재산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8. 현실적으로 거론되는 경제민주화 방안

     시장경제의 정부개입은 재산권을 보호하고 사회복지 등 공공재를 조달하는 문제에 국한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 원칙이다. 그러나 그 밖에도 민주주의적 정치결정으로 시장거래의 제도와 규칙을 정하기도 한다. 시장거래의 토대가 되는 제도와 규칙을 민주적 방식으로 결정하는 데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다만 민주적 시장통제가 과반수 동의로도 훼손할 수 없는 기본권을 침탈하면 안 된다. 경제의 민주화가 필요하지만 가능한 한 시장의 상벌기능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헌법 119조 1항의 뜻이다.
     현실적으로 정계에서 거론하는 경제민주화 방안은 여러 가지이지만 여당과 제1야당의 정강에 나타난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8.1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를 내건 정책의 초점을 공평과세와 책임담세, 시장경제 질서 확립, 그리고 소상공인 지원 강화 등 3대 부문에 맞추었다.
    공평과세와 책임담세
     
    (1)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하향 조정
    ◦주식양도차익과세 대상 대주주 범위 확대
    (2)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 인상 (14%→15%)
    ◦불필요한 비과세․감면제도 대폭 정비 (중산․서민층 비과세․감면제도 제외)
    (3) 징세행정의 효율성 제고
    ◦고소득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 제고
    ◦역외 탈세 및 체납에 대한 추징노력 강화
    ◦전자상거래 등 신종 상거래에 대한 과세 강화
     
    시장경제 질서 확립

    (1)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추구 근절
    ◦정기적 내부거래 실태조사, 친족회사와의 내부거래 정기 직권조사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
    ◦독립 중소기업에 대한 사업참여기회 확대
    (2)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방지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추정제도 강화
    - 중소기업이 2/3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업종에 대한 진출 규제
    - 당해 기업결합으로 확대되는 시장점유율을 100분의1로 하향조정
    (3) 부당단가인하, 담합행위 등 고질적인 불공정거래 관행 근절
    ◦하도급대금 제값받기 제도적 장치 강화
    - 하도급 부당단가인하에 대한 징벌적(3배) 손해배상제도 확대 도입
    ◦고질적인 담합행위 근절 및 소비자 보호 대책
    - 중대한 담합행위에 대한 집단소송제도 도입
    (4) 엄정한 법집행과 사회적 견제장치 강화
    ◦대기업 임원 및 지배주주 일가의 각종 법률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국민들과 차별 없는 엄정한 법집행과 국민 법 감정에 반하는 사면권 행사의 최대한 억제
    ◦상장기업 및 대기업집단 비상장 계열기업에 대해 “윤리헌장” 제정의무화 

    소상공인 지원 강화
     
    (1) 직불카드 활성화를 통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 1.5%대로 인하
    ◦공공기관 법인카드의 직불카드 사용 의무화
    ◦민간 및 개인의 경우 자발적 참여 유도 (소득공제 한도 조정)
    (2) 프랜차이즈 불공정거래 행위의 근절을 통한 영세 사업자 보호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법 집행 강화
    ◦가맹사업자 및 창업희망자의 권익 보호 강화
    (3) 골목상권 활성화
    ◦대형유통업체의 중소도시 진입 규제
    ◦찾아오는 가게 만들기
    - 나들가게처럼 시설현대화 지원을 통한 현대식점포사업을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
    ◦자금 지원 강화
    - 햇살론, 풍수해보험 등의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소상공인의 생업안전망 확충
    ◦의제매입세액공제 혜택 지속
    (4)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
    ◦온누리상품권 사용 확대 등 재래시장 찾기 운동 추진
    - 공공기관 맞춤형 복지비의 10% 이상을 온누리상품권 구입 의무화
    ◦전통시장 택배 사회적기업 육성 지원
    ◦전통시장 고유의 멋·정·흥을 살리고, 지역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한 활성화
    ◦전통시장 근처 노면주차 허용

     요약하면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고소득층의 비과세와 조세 감면을 축소하고 탈세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하고, 대기업의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영역 침해와 불공정 거래 등의 행위에 대한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소액 주주 및 기관투자가, 하도급 업체 등 잠재피해자의 자기보호장치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8.2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은 공정경쟁, 참여경제, 그리고 분배정의를 경제민주화의 3대축으로 규정하고 10정책을 채택하였다.

    1. 기회균등선발제  : 부모 교육수준 및 소득수준에 따른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공정한 교육기회를 보장.
      
    2. 출총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및 지주회사 규제강화

     1) 출총제 부활 : 상위 10대 재벌에 한해서 출총제 부활
     2) 순환출자 금지
     3) 지주회사, 자회사, 손자회사 행위제한 강화 : 
      - 지주회사 부채비율 상한 100%
      -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율 하한: 상장회사 25%, 비상장회사 50% 등
      
    3. 일감몰아주기 근절 : 회사법, 공정거래법, 조세법, 형사법의 개정.
     
    4. 중소기업단체에 하도급 분쟁조정협의권 인정 : 익명성 보장
     
    5. 비정규직 해결 :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보다 높아야하고 그 목표치는 110%로 설정. 정규직 확대.

    6. 정리해고제도 개선
     
    7. 금산분리 강화와 계열분리청구

    8. 금융감독 개혁
      ·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의 분리
      ·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신설
      · 감독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가능

    9. 종업원대표 이사추천권
      - 일정규모 이상 대기업에게만 적용

    10. 법인세·소득세 최고소득 구간 신설

     1)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2)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요약하면 명문대 입학기회의 균등화, 출총제 부활 및 하도급 개선 등 재벌개혁, 고용보호 강화, 그리고 초고소득층 세율 인상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재벌 대기업의 막강한 경제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근로자와 소시민의 권익을 신장시킨다는 색채가 두드러진다.

    9. 평가와 대안

     경제 민주화에 대한 요구의 발원지는 국민 대중의 불만이다. 그러므로 표의 향방에 민감한 정당들의 경제 민주화 정책은 나름대로 국민 대중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여야가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불만의 대상은 재벌 문제와 고소득층의 세부담이다. 그런데 그 해법은 매우 다르다.

    1) 여당은 재벌문제 해법을 공정거래의 차원에서 제시하는 반면 야당은 단기적으로는 확대 억제, 장기적으로는 해체를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 차원의 접근은 재벌그룹이 다른 사람들의 재산권을 침탈하는 행위를 막는 처방을 제시하지만 일률적 확대 억제는 재산권 침탈 없는 정당한 확대까지 저해함으로써 재벌기업들의 정당한 권리와 경쟁력 기반까지 제한한다.
     재벌그룹의 대규모 다각화는 일감 몰아주기나 하도급거래에서의 횡포를 유발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여당이 제시한 공정거래 차원의 접근은 해법이 부실하면 성과를 거두지 못할 위험은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할 우려는 없어 보인다. 반면에 야당의 접근은 재벌기업들의 횡포를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겠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조세에 대해서도 야당은 적극적으로 초고소득층의 증세를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는 확대하면서도 고소득층의 조세감면을 폐지하는 소극적 처방을 제시한다. 어느 쪽 주장이 타당한 지는 현재의 계층별 조세 부담 정도와 앞으로 필요한 조세수입의 규모를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다. 2010년 현재 전체 근로자의 39%가 소득세 면세자이고 납세 실적 상위 20%의 고소득근로자들이 전체 근로 소득세의 84.7%를 납부했다.
     다만 사회복지수요의 증가가 명약관화인 만큼 전체 조세수입은 확대해야 하나 법인세 인상은 투자유인 위축을 불러오고 일반 소액주주들에게도 부담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초고소득층의 세금을 늘리는 것만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주인의식을 가진 납세자로서 정부의 재정집행을 책임감 있게 감독하려면 저소득층도 조금씩이나마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이 옳다.

    2) 여당은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야당은 비정규직 보호와 고용보호의 강화를 주장한다. 양당의 보호대상은 다르지만 이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재산권을 상당히 제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2-1) 대기업과의 경쟁이 버거운 중소기업의 곤경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어려운 까닭은 대기업의 횡포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경쟁을 없앰으로써 우리 중소기업들을 국내 우물 안 개구리로 보호할 일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2-2) 일자리가 근로자들의 생명줄인 만큼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고용을 보호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동시에 일자리는 나라경제가 필요로 하는 일자리여야 한다. 비정규직이 차별 받고 정리해고가 일자리를 위협하는 까닭은 노동시장이 노동초과 공급의 수요자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근본 원인은 접어두고 현재의 노동시장에서 사용자로 하여금 비정규직에게 더 높은 임금을 주고 불필요한 인력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시장의 급변하는 추세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한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고용문제는 더욱 악화될 뿐이다. 해법은 사용자의 권리를 규제하기보다는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기업투자를 대대적으로 유치하는 정책이다. 투자가 늘면서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 비정규직 보호와 고용보호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추구하는 목적은 결국 국민 모두가 다 잘 사는 경제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시장의 상벌기능은 효율적 자원배분의 핵심인데 경제민주화 정책이 이 상벌기능을 훼손하면 성장동력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상벌기능이 불완전하여 소득분배가 왜곡될 때마다 직접적 재분배로 왜곡된 소득분배를 시정하는 일에만 몰입하다 보면 불완전한 상벌기능을 보정하는 일에는 소홀하기 쉽다. 상벌기능의 보정없이 소득재분배에만 치중하면 정부가 개입하는 소득재분배는 항구적 과업이 되어버리고 상벌기능은 퇴화하면서 정부실패가 뒤따른다.
     많은 경우에 시장의 상벌기능은 재산권 획정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왜곡된다. 중소기업 하도급 시장에서 중소기업은 모기업의 부당한 대우에 저항할 힘이 없다. 반면에 근로자들을 부당한 해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고용보호는 사용자가 불필요한 인력을 해고할 권리조차 제한한다.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 일가에게는 좋은 일이고 일반주주에게는 매우 불리한 일이지만 소액주주에게는 자신의 재산권을 보호할 힘이 없다.
     모기업으로부터 부당하게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에게는 피해금액의 10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징벌적 10배소를 도입하자. 여당은 3배소를 제안했지만 어차피 손배소를 제기한 중소기업은 그 모기업과 더 이상 거래할 수 없다. 3배소 정도를 제기할 무모한 중소기업은 없다. 부당 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미국처럼 엄청난 금액의 손배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다면 고용보호법제는 불필요하다. 부당해고가 사용자에게 큰 부담을 주는 미국에서는 고용보호법제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정규직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리해고의 문제는 해고된 근로자들을 재교육하여 새로운 일자리에 취업시키는 ‘노동시장활성화 (labor market activization)’ 정책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 마찬가지로 일감몰아주기는 소액주주의 집단 소송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의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을 제한하는 경향은 야당에서 특히 두드러지지만 여당의 소상공인 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야 모두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정책 대신 피해자의 자기 방어능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적극 채택하도록 제안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헌법 119조 2항은 1항과 조화를 이루면서 소기의 목적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