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하면 먼지 털어 꽝꽝 틀어대는 개헌가(改憲歌)>

  •  경기도지사 김문수의 모처럼 속 시원한 쓴소리-이재오가 물에 젖어 불붙지 않는 장작으로 개헌에 또 군불을 때려는데 대해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권력을 사유화해 전문가 대신 사적으로 친한 이를 각 분야에 기용했고, 친인척 비리를 막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정치인들이 개헌 노래를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 탓하지 말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는 게 낫다.”

    이재오의 헌법 탓?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국정을 세세히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제왕적인 권력구조이기 때문에 정치세력 간 극심한 대립과 사회 갈등의 원천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뭐? 그럼, MB가 제왕적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 정권이 친이·친박계 싸움으로 날 새웠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한다. 말이 되는 소리를!

    MB가 진짜 제왕적 대통령이라면 ‘제왕처럼’ 계파 갈등을 단칼에 날려버렸을 것. 박근혜를 결딴내든 어쩌든. 이재오 자신이 정권 창업공신이니 어쩌니 위세 부리며 박근혜와 사사건건 부딪혀 정권 출범 초부터 친이·친박계 갈등에 불을 지르지 않았던가!

    국민의 기억력이 금붕어 정도 되는 줄 알고 새누리당 계파 갈등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4년 중임형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잔다. 그가 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혼합형으로,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원수만으로 남겨 ‘힘’ 빼버리고, 국무총리가 막강한 힘을 가진 행정부 수반, 국회가 행정부 인사권을 갖게 하는 이원집정부제.

    쉬운 말로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을 ‘바지 대통령’으로, 현재의 ‘바지 국무총리’를 ‘제왕적 총리’로 만들겠다는 것. 그러면? ‘제왕적 총리’로 바꾸면, 그 밑에서 또 정치세력 간 싸움질 할 것 아닌가! 이재오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 하늘에 대통령, 총리-태양 두 개가 떠오르면 그 다음날부터 싸움박질로 날을 새는 게 대한민국 정치풍토라는 걸 모르나! 4·19 학생혁명 후 민주당 정권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한다면 또 모르겠다.

    논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허점투성이 개헌론. 뭐 대단한 거라도 고안한 것처럼 제왕적 대통령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개헌 타령!

    대선 후보 경선 출마하면서 정말 들고 나올 게 그렇게 없어 개헌가(改憲歌)부터? 상점 저 쪽 한 구석에서 먼지 쓰고 있던 물건 꺼내 툴툴 털어 신상(新商)처럼 내놓았지만 손님이 오지 않으니, 나레이터 걸들 불러다가 확성기 있는 대로 볼륨 높여 놓고 뭔 소리인지 모를 노래 마구 틀어대면서 마이크 대고 고래고래 호객하는 짜증스러운 모습. 왕짜증!

    이재오는 대통령이 되면 6개월 안에 개헌한 뒤 임기 5년 중 3년만하고 물러나겠다는 것. 정말 믿을 얘기를 하고 믿으라고 해야 한다. 그야말로 진정성의 문제! 급할 때만 허리 90도 꺾는 인사하고 다니고, 자전거 타고 정부종합청사 출근하는 이재오를 떠올리게 되면?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대통령이 멀쩡한 헌법을 고치겠다고 진짜 제왕적 대통령처럼 밀어 붙여봤자 국민투표부터 통과 되지도 않는다. 지금 어떤 국민이 5년 단임제 대통령제 때문에 국정이 잘못돼가고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대통령이 돼서 그 좋은 청와대를 3년만에 떠날 '인격자 정치인'이 도대체 대한민국 어디에 있는지, 찾아 주었으면 한다. 이재오?

    방송국 찾아다니며 개헌가 열심히 부르지만 지지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공감이 가지 않으니. 개헌하려고 대통령에 나선다는 것부터 도저히 심각한 말로 들리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도 아닌데. 그런 후보를 어느 국민이 대통령하라고 찍어 주겠나!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자(多者)대결 지지율에서 박근혜 39.3%, 안철수 23.3%, 문재인 9.9%, 그리고?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오, 임태희, 정세균, 정운찬은 ‘1%’ 미만이라고. 여론조사를 믿을 건 못되지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새누리당, 개헌 얘기는 이제 이 정도에서 그만두는 게 좋다. 살기 팍팍한 국민들에게 뭐 해줄 얘기 없어 그러고 있나!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 /전 문화일보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