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투표 그때그때 공개키로, 친노 특정후보 유리 우려박근혜 일당체제 비난하더니..민통당 역시 재미·감동 없다
  • “이렇게 하면서까지 하고 싶을까...헐!” -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한길 당선자

    ‘짜여진 각본 그대로’라며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비난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자신들의 전당대회 역시 각본 그대로 진행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담합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이해찬 전 총리의 당대표 직행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통을 겪었던 경선룰까지 이해찬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당내 비주류 후보들의 반발이 극심해지고 있다.

    민통당이 새누리당을 향해 일갈했던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았다”는 말이 자칫 이해찬-박지원 담합으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전당대회를 예고하는 스스로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셈이다.

  •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대위원 등 지도부가 16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대위원 등 지도부가 16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연합뉴스

    민주통합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대의원 투표 30%에 시민·당원 선거인단 투표 70%를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의원 투표는 각 지역에서 실시되는 시·도당 대의원대회에서 실시되고 시민·당원 투표는 다음달 5~6일 모바일 투표와 8일 실시되는 현장투표를 합산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 당내 권력 구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의원 투표 결과의 공개 시점이다.

    대의원 투표결과를 즉석에서 공개할 경우 뒤이어 열리는 다른 지역의 대의원 투표와 모바일 투표를 포함한 시민·당원 투표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오늘 비대위에서 논란이 있었던 당대표·최고위원 경선 개표 방식을 그때그때 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못을 박았다.

    “문제 제기를 하는 후보도 있지만 당 선관위가 중앙선관위에 문의해서 받은 답변에 따른 것”이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그때 그때 개표하지 않으면 시스템상 투표함 보관이 어렵고, 분리 개표가 불가능하다는 실무적 어려움을 표해왔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전당대회 주자들은 지역 순회 투표 결과를 즉석에서 공개하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경선이 시작되는 지역이 울산(20일)·부산(21일) 등 친노(親盧)그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곳이어서 친노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해찬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조정식 후보는 “모바일 선거인단이 확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별로 대의원 투표 결과를 먼저 발표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고 공정하지도 못하다”고 했다. 또 “어제 5명의 후보가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해찬 후보의 경쟁자로 떠오른 김한길 당선자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하면서까지 하고 싶을까...헐!”라는 말로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 완전국민경선의 미도입도 아직 가시지 않은 당내 불만이다. 30%지만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의원 투표 표심도 이해찬 후보에게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고위 당직자는 “이번 전당대회는 평범한 구도와 식상한 판세로 모바일경선 참여 열기 등이 크게 떨어져 대의원 투표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자칫 재미없는 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