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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2알과 핫팬츠.
최근 북한의 젊은 대학생들의 궁핍한 현실과 한류문화의 전파로 인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이다. '감자 2알'은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 당국이 대학 기숙사 학생들에게 한 끼에 감자 2알을 배급하는 것이고, 핫팬츠는 최근 한국 드라마와 가수들의 노래 등으로 인해 평양 대학생들 사이에서 핫팬츠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과 북한이 내부적으로 조금씩 변화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비록 사소한 것들이지만 향후 북한의 내부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조들이다.
먼저 북한은 최근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식량배급이 줄어들어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벗겨 죽을 쑤어 먹고 있고, 군인들도 식량 배급이 줄어들어 개구리 알과 올챙이까지 잡아먹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 당 기관을 비롯한 일부 사법기관 간부들과 군부대까지 배급을 제한하고 있다. 양강도 일대에서는 감자 2알로는 허기를 면하기가 힘든 대학생들이 집에서 식량을 가져다 밥을 해먹을 수 있도록 기숙사에서 취사활동까지 허용했다고 전해졌다.
아울러 현재 보위부를 제외한 모든 지방기관들의 식량공급이 중단된 상태라며 의사들이 공급을 받지 못해 시 병원도 응급환자실만 운영하고 있고 학교도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식량난에도 북한은 과거 벼랑 끝 전술을 답습하는데 거액을 들이며 스스로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실패한 미사일 발사에 8억5,000만 달러(약 9,600억원)를 쏟아 부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리 정부가 밝혔다. 이 같은 투자금은 북한의 6여 년 간 식량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비용으로 중국산 옥수수 250만t과 쌀 140만t을 살 수 있다.
세부적으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건설에 4억달러(4,500억원), 대포동 2호(탄도체)개발에 3억달러(3,400억원), 초보적 위성 개발에 1억5,000만달러(1,700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먹고살기가 힘든데 국가를 위해 충성할 군인은 없고, 당원들은 없을 것이다. 주민들을 먹고살기 힘들게 만드는 정부를 좋아하고 믿으며 위기 시에 국가를 위해 헌신할 국민들도 없다.
오히려 이런 정부를 비난하며 전복을 꾀하고 혁명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가 이를 입증한다. 북한도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리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감시를 해도 민중봉기가 일어날 것이다.
또 다른 변화의 조짐은 한류문화의 확산으로 북한주민들의 차림새가 나날이 달라지고 있는 가운데 평양시내 대학기숙사들에서는 여학생들이 핫팬츠 차림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아 졌다는 것이다.
통상 무더운 여름철 대학공부를 하는 여학생들이 기숙사 내부에서 입기 시작하면서부터 '기숙사 반바지'로 불리고 있는 핫팬츠는 이젠 내부를 벗어나 외부로까지 나오게 됐다.
자유아시아 방송은 한 대북 소식통을 인용, "'기숙사 반바지'가 팔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전이지만 집단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초기에는 '기숙사 반바지'를 평양시 여대생들이 남성들의 눈에 띄지 않는 여성기숙사나 집안에서만 입었는데 최근에는 서너 명씩 짝을 지어 대담하게 반바지 차림으로 기숙사 밖을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북한 당국은 강하게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4월 20일 경, 평양교원대학의 한 여학생이 기숙사 반바지를 입고 학교 밖을 나갔다가 불량청소년 그루빠(그룹)에 단속되는 일이 있었다"며 "그에 대한 처벌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대학입구에 몇 시간동안이나 서있으면서 망신을 당한 여학생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에 실려 갔다"고 설명했다.
과거 우리나라도 변화의 물결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장발을 하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디스코 바지를 입고, 나팔바지 등을 입으며 자유에 대한 갈망을 우회적으로 풀었다. 북한도 지금 핫팬츠가 그런 역할을 한다고 보여 진다. 정부의 단속은 한계가 있고 변화의 물결은 지속적이고 거대하다. 북한도 이런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과거 변화를 주도한 것이 젊은 대학생들과 식자층이었듯이 감자 2개로 끼니를 때워야 하고 편하고 실용적인 핫팬츠도 자기들 맘대로 못 입는 북한 학생들이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향으로 변화를 시킬지가 관심을 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