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메뚜기"로 불리는 사람들

    강신애 기자

    한국에서 메뚜기란 단어는 방송인 유재석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북한 사람에게 메뚜기란 단어는 길거리에서 자그마한 판매대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을 뜻한다.

    탈북자 김미지(33. 가명) 씨는 왜 메뚜기라고 하는지 묻자 "길거리에서 약간의 물건을 놓고 장사를 하다 단속하는 보안원들이 출동하면 신속하게 도망치는데서 비롯된 말이다. 이득도 얼마 없는데 단속을 피하느라 가슴 졸이며 파는 모습이 측은해 보였다"고 했다.

  • ▲<사진= 도망가기 편한 매대를 가지고 장사중인 북한의 '메뚜기 장사꾼들'>

    북한 당국이 2011년 10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장마당 2부제’는 장마당에 고정 매대를 가지고 있는 장사꾼들과 길거리 장사꾼들이 하루씩 교대로 장마당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먼저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 간의 싸움이 치열해져 자리를 뺏긴 사람들이 ‘메뚜기 장사’를 하는 횟수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하루 벌이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게 되었다.
    주민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실시한 북한정부의 간섭이 오히려 주민의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무허가 길거리 장사꾼의 문제는 예전 한국에서도 사회적 문제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들과 합의를 거친 후 일정한 구역에 영세업자를 모아놓고 기존에 기득권을 가진 사람에게만 장사하도록 체계적으로 유도하였다.

  •  그러나 북한은 경제난 때문에 기초생활이 해결되지 않는 주민이 늘어감으로 인해 그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기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한 체 북한의 밀어붙이기식 조치가 주민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의 '풍선효과'라는 말이 있다.북한이 생계를 위해 길거리로 나선 메뚜기상인들의 처지를 이해하여 합의점을 찾는다 한들 북한체제의 기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이런식의 처방만 지속한다면 주민들의 욕구불만은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다른 쪽으로 터질지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