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청와대 연루 정황에 ‘당혹’靑 공식입장 미루면서도 폭로 배경에 주목“주무관 혼자 할 수 있는 일 아냐”
  •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를 주동하고 있는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폭로전이 가열되는데다, 의혹을 증명하는 정황들이 비정상스럽다 생각될 정도로 시기적절하게 등장하고 있어 계획적인 폭로전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특히 장 전 주무관의 변호인인 이재화 씨가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30번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피기 위한 민주통합당과의 어떠한 ‘연관성’을 의심하는 의견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청와대는 30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에 의해 공개된 2천619건의 문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부 문건에 적힌 ‘BH 하명’이라는 부분을 미뤄봤을 때 청와대의 개입을 부정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일단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차원에서 진행한 일인데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여전히 “검찰 수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 ▲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기자들이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검찰소환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출석을 통보했지만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연합뉴스
    ▲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기자들이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검찰소환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출석을 통보했지만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몸통이 청와대임을 암시하는 수천건의 문건이 공개된 이후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민주통합당 등 야권과의 정치적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공개된 문건이 재판이 진행 중인 서류를 빼내서 공개한 것이라는 점을 볼 때, 장 전 주무관 혼자서 독단으로 벌일 수 있는 단순 ‘폭로전’으로 보기 힘들다는 견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를 주동하는 장진수 씨의 변호사 이재화 씨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30번을 받은 인물”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데 어떤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빗대어 “과거 김대업 병풍 사건과 비슷한 일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개된 문건에 대해 “민간업체에 대한 사찰은 불법이지만, 공무원 비위 관련을 조사하다보면 부득이 하게 연관된 업체를 조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공무원과 연관돼 불가피하게 수집된 민간 관련 정보는 공개하거나 활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그런데 이처럼 공개돼서는 안 되는 민간 관련 정보가 왜 특정 성향의 조직에 입수됐는지는 의문”이라며 “문건이 공개된 과정은 검찰에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이번 사태의 책임론에 불을 지피며 ‘대통령 하야’까지 거론하는 민통당에 대해서는 “지나친 정치 공세”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무슨 사과를 하느냐. 정치 공세가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