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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최유경 기자] 약속.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사(史)는 이 한 단어로 요약된다. 이를 지키려고 현 정권과 척을 지기도 했고, 또 '신뢰'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4월 총선을 앞두고도 '약속'을 거듭 강조해왔다. 공천 과정에서는 "약속을 실천하는 일꾼을 추천하겠다"고 했고, 야권을 향해서는 "약속을 뒤집는 세력에게 국민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박 위원장의 이러한 '약속정치'는 23일에도 계속됐다. 이날 대구를 찾은 박 위원장은 지역 후보들과 오찬자리에서 "선거 기간 중에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화도 털어놨다. 박 위원장은 대표 시절인 2005년 4월에 경북 영천에서 재보궐선거를 치렀다. 당시 이 지역 분위기는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정동윤 후보가 정희수 새누리당 후보를 앞도 하고 있었다.
박 위원장은 "영천을 제 2의 지역구로 삼겠다"고 약속하며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선거 전일까지도 전망이 좋지 못해 일부 의원들이 지원 유세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절했다. 결국 마지막날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유세를 끝 마친 뒤 '승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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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의 약속은 지켜졌다. "영천이 낙후돼 있어 좀 더 살기좋은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해서 제2의 지역구로 삼겠다고 한 것"이라며 정희수 의원을 국토해양위로 보냈다. '지역 발전'을 이루라는 뜻에서였다.
그러나 당시 인기 상임위였던 국토부에 재보선으로 들어온 의원에게 내어 줄 자리는 없었다. 박 위원장은 '대표 권한'을 통해 자리를 마련했다. 박 위원장은 이 일화를 설명하며 "약속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라고 했다고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이날 이 대변인에게 첫 '주문'을 내렸다. 새로운 정강정책인 '국민과의 약속'을 자세히 읽고 외우다시피 하라는 것. 박 위원장은 "약속이 제일 중요합니다. 약속을 해놓고 안지키면 아무리 좋은 약속이라도 소용 없습니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국민과의 약속'의 핵심은 경제 민주화이다. 당은 최근 마무리한 공천자 명단에 'MB노믹스' '줄푸세' 등을 기획한 학자들이 포함되면서 새누리당의 '경제 민주화'는 구호 뿐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경제 민주화를 상징하던 김종인 비대위원의 사퇴도 이같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박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는 앞으로 확실히 실천해 나갈 것이다. (후보 중에) 실천하실 분이 여러 분 계신다"고 했다. 그가 이번에도 약속을 지킬 수 있을 지 많은 사람들의 눈가 귀가 쏠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