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행상에 과일 바닥에 떨어져도 '울상'보다 '미소'가 먼저"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경기악화에 민심 '바닥行'
  • ▲ 23일 오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상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 연합뉴스
    ▲ 23일 오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상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 연합뉴스

    # 1.
     
    23일 경북 구미의 중앙시장. 오전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빗줄기가 오후 들어 한층 굵어지면서 우산을 쓰지 않으면 흠뻑 젖을 만큼 쏟아졌다. 그러나 수백 명의 인파는 움직일 줄 몰랐다. 비좁은 공간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기 위해 우산도 접어들었다.

    마침내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대책위원장을 태운 검정색 차량이 시장입구에 들어서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손 한 번 잡아달라”며 박 위원장에게 가까이 가려는 인파로 인해 시장 행상의 딸기바구니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행거에 걸려있던 새하얀 메리야스는 시커먼 빗물에 안겼다. 그러나 상인들에게 울상보다는 미소가 먼저였다. 박 위원장도 경호 인력이 스크럼을 짠 뒤에야 한걸음을 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았다. 

    확실히 열렬한 TK(대구‧경북) 민심이었다.

    # 2.

    “아침이라 사람이 적은 것 같네요.” 22일 오전 11시께 군포 산본시장에 도착한 박 위원장의 첫마디였다. 수도권의 ‘야권화’를 고스란히 반영하듯 시장 분위기는 한산했다. 충청, 영남권 등 다른 지역에서 박 위원장이 도착하기 1시간여 전부터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박 위원장은 발걸음을 늦췄다.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나겠다는 의지였다. 양쪽으로 늘어선 점포를 샅샅이 훑었다. 시식도 많이 했다. 상인들이 건넨 손길을 거절하지 않고 딸기, 어묵전, 튀김, 빵 등을 먹고, 또 샀다. 팔짱을 낀 채 박 위원장의 인사에 시큰둥한 상인에게는 “반갑습니다. 요즘엔 뭘 많이 사가시나요?”고 다가갔고, 방금 지나간 곳에서 다시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기자가 한 상인에게 ‘원래 시장에 사람이 적느냐’고 묻자 “북적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경기가 침체되지 않았냐. 오늘은 저 분 온대서 이 정도면 많지 않느냐”고 답했다. 옆에서 대화를 듣던 다른 상인은 “손님이 적기는 뭐가 적어.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라며 날카롭게 응수했다.

    현 정권에 성난 민심이 투영돼 있었다.

    ◆ “바보야! 문제는 수도권이야”

    새누리당은 지난 10.26 재보선 지역 선거를 ‘싹쓸이’했다. 그 중심에는 박근혜 위원장이 있었다. 당시 박 위원장은 13일 간의 공식선거운동기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열띤’ 지원을 펼쳤다.

    그 결과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하며 ‘친노세력’ 부활의 날개를 꺾었고, 당 여론조사에서도 ‘어렵다’던 인제, 충주 등에서도 깃발을 꽂았다. 박 위원장의 발길이 닿은 곳곳에서 승전보가 울렸다. 총 여드레를 머물며 맹공을 펼쳤던 서울시장 선거를 제외하고 말이다.

    ‘수도권’ 약세는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수도권의 총 의석수는 112석. 현재 6대 4에서 7대 3 정도의 야권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급기야 박 위원장의 최측근인 이학재 의원(인천 서구을)은 ‘천막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이 의원 측은 “경인고속도로 사업 포기 등으로 주민들의 재산이 반토막 나는 등 위기의 서구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의지로 천막사무실을 열었다”고 했다.

  • ▲ 박 위원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학재 의원의 지역구는 야권 후보와 격전이 예상되면서 급기야 '천막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 이학재 의원 페이스북
    ▲ 박 위원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학재 의원의 지역구는 야권 후보와 격전이 예상되면서 급기야 '천막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 이학재 의원 페이스북

    박 위원장은 지난 19일 개소식에 참석 “2004년 천막당사가 떠오른다. 이학재 의원에게 큰 도움을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친박 핵심의원도 ‘수도권’에서는 격전지를 비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 전략으로 '과거와의 단절'과 '쇄신과 변화'를 꼽고 있다. 한나라당·현 정권과 단절을 통해 멀어진 민심을 끌어 당기고 당명 변화 등으로 쇄신 의지를 내보이겠다는 뜻이다. 거리에 내걸린 플래카드에 '변화'란 단어가 두드러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부동층 폭이 넓은만큼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이 취약한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한 특단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조로운 선거운동 방식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후보자 선거사무소의 현판식 혹은 개소식을 들린 뒤 함께 재래시장을 찾는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일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상인들을 포함해 중·장년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층을 만나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접촉' 빈도부터 늘리는 게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효과적인 선거 운동을 위해 다각화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심의 바로미터가 시장이 아니냐. 선거 운동 효과도 커 지역마다 꼭 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