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심정으로 최선"안형환 "이준 열사 된 심정으로 강제북송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
  • ‘아름다운 의원’, ‘탈북자의 대모’라 불리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휠체어를 타고 비행길에 나섰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19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해 탈북자 북송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 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지난 2일 탈북자들을 위해 단식투쟁을 하던 중 탈진으로 쓰러진 박 의원은 여전히 “탈북자들을 구할 수 있다면 나 하나 쯤은 죽어도 좋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든든한 지원군도 생겼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안형환, 이은재 의원이 동행했다.

    박 의원은 인권이사회에 참석 중인 각국 대표단과 유엔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탈북자 북송의 인권 침해를 온 세계에 고발한다. 한국 의원들이 탈북자 보호를 위해 집단으로 국제회의장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원은 한국의 민간단체 회원이 14일 제네바 유엔 본부 앞 광장에서 여는 ‘강제북송 금지 촉구’ 집회와 거리 행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박선영 의원의 제네바 일정을 <뉴데일리>가 밀착 취재했다. <편집자주>

    [제네바=김태민 특파원]

    #1. 3월10일 오후 8시30분(이하 현지시간)

  • ▲ 11일간의 단식으로 초췌해진 박선영 의원이 휠체에를 타고 파리 공항을 나서고 있다.ⓒ
    ▲ 11일간의 단식으로 초췌해진 박선영 의원이 휠체에를 타고 파리 공항을 나서고 있다.ⓒ

    “어머, 해외에서 또 뵙네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공항에서 만난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반가운 얼굴로 기자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는 제대로 걸을 수 없어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단식 11일째 실신해 병원에 입원했고, 아직 한창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병원에서는 14일까지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이를 뿌리치고 나왔다.

    박 의원은 기자에게 “내일 오전 전략회의 때 만나자”고 했다. 제네바 도착 시간은 오후 9시45분. 도착한 다음날 바로 일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14시간의 장시간 비행은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는 기자에게도 쉽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리는 제네바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작고 가녀린 그의 뒷모습을 해외에서 보니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 ▲ 11일간의 단식으로 초췌해진 박선영 의원이 휠체에를 타고 파리 공항을 나서고 있다.ⓒ

    #3, 11일 오전 7시30분

    시차 적응이 힘들어 어렵게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박선영 의원의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김형오 전 의장이 1층 로비 쇼파에 앉아 있었다. 김 전 의장도 “잠이 오지 않아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윽고 박 의원이 1층 로비로 내려왔다. 이날 박 의원은 “가까운 거리는 걸을 수 있다”며 일어서 있었다. 간단한 아침식사도 이제 할 수 있다고 했다. 훨씬 더 건강해 보였다.

    그는 “피곤하시겠습니다”며 기자의 안부를 물었다. 한곁 같았다. 단식 때 기자를 걱정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실신하기 전날까지 피곤한 기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었던 박 의원이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그는 끊임 없이 제네바에서의 일정과 아이디어를 협의했다. 이미 일정이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박 의원은 “급하게 오느라 준비를 많이 못했다.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4. 11일 오전 9시30분

    호텔 2층 회의장에서 회의가 시작됐다. 앞으로의 일정을 확인하는 의원들간의 회의였다.

  • ▲ 11일간의 단식으로 초췌해진 박선영 의원이 휠체에를 타고 파리 공항을 나서고 있다.ⓒ

    김형오 전 의장은 “급히 대표단을 구성해왔다 사태의 위중함과 급박함 때문에 도저히 준비할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없었다"며 이날 회의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박선영 의원이 이렇게 주도적으로 했다. 단식 4일째 되던 날, 외교통상위원회에서 대북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그 자리에서 박선영 의원에게 ‘대북결의안도 통과됐으니까 몸을 보살피고 단식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고 했었는데 결국 열흘 이상을 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김 전 의장은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결정적인 역할은 아니다. 또 이곳에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세계에 호소하고자 한다.”고 했다.

  • ▲ 11일간의 단식으로 초췌해진 박선영 의원이 휠체에를 타고 파리 공항을 나서고 있다.ⓒ

    박선영 의원은 “탈북자들을 구출하겠다는 우리의 소망과 국민의 염원을 담아 노란색 스카프를 맺다. 오늘부터 공식일정이 끝날 때까지 매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란 리본 달기는 1973년 미국에서 발표된 팝송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 주세요(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를 통해 널리 확산됐다. 이 노래엔 억울하게 형무소에 갇힌 남편을 부인이 잊지 않고 기다린다는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박 의원은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오는 12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에 대해 “그동안 탈북자 문제가 없었는데 올해 처음 다루스만의 보고서에 올랐다. ‘통영의 딸’ 신숙자 씨의 부인인 오길남 박사의 이야기도 있다. 한국에 머물면서 시민단체 등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요청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더 큰 이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형환 의원은 “김형오 전 의장이 호소문을 작성해 내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것이다. 또 공식적인 우리들의 호소문은 중국대사관과 북한 대사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5. 11일 오후 5시30분

    주 제네바 한국대사관에서 국회대표단은 박상기 대사 등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들었다.

  • ▲ 11일간의 단식으로 초췌해진 박선영 의원이 휠체에를 타고 파리 공항을 나서고 있다.ⓒ

    박상기 대사는 "정치일정 때문에 바쁘실텐데도 불구하고 제네바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 특히 박 의원이 단식투쟁을 통해 탈북자 문제에 대해 국내외 탈북자 문제를 환기시킨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후 권해룡 차석대사는 제네바 일정을 설명하고 북한 인권 현황을 보고했다.

    김형오 전 의장은 "인권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천부인권으로서 하늘로부터 타고난 것이다. 모든 인간에 보편적으로 영원히 동등하고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60여년 이상 구성원들이 추구해 온 인간이 인간이되는 가장 첫 조건이다. 문명국이냐 아니냐 하는 판단의 기준이 바로 인권보장이다."라고 운을 뗏다.

    "특히 최근에 탈북자 문제를 가지고 국가적으로, 국제적으로 이렇게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고 하는 것은 국제 기구로서도 문제이고. 해당국가는 더군다나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동포들의 문제 이전에 인류가 보편적으로 실현해야 할 가치를 게을리한다는데에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인도적인 처사로 생사를 걸고 북한을 넘어오는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송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 당국은 우리 탈북자들이 강제 송환되면 북한에 돌아가서 어떻게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반드시 이번 기회로 중국의 태도가 변화하길 소망한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서 왔다. 우리가 서울에서 나름대로의 비장한 각오를 하고 왔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의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안형환 의원은 "내일 회의는 이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다. 다루스만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보고 이후에 북한 대표가 답변도 있을 것이다. 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통해 내외신 기자들에 북한 인권문제와 탈북 난민들의 북송문제를 포함해 중국측에 중단을 촉구할 것이다."고 했다.

    "로버트 킹 면담은 추진중이고 다루스만과의 면담에서 다시 북한 인권문제. 탈북자 문제에 다루스만의 관심이 떨어질까봐 다시 강조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대표와의 면담 신청도 해놨다. EU와도 해놨다. 북한에도 면담신청을 해볼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쉽지 않겠지만 이번 공식 3일동안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제네바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로 했다. 이준 열사가 된 심정으로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제네바에서 탈북자 문제에 대한 집회는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유엔본부에서 중국대사관까지 행진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