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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탈북청소년들이 21일 오후 서울 효자동 주한중국대사관 맞은편 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정부의 탈북자들에 대한 강제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탤런트 차인표와 리키김, 이성미 등 연예인 20여명이 함께했다. ⓒ 연합뉴스
"Save My Friend"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소재 옥인교회(중국대사관 맞은 편) 앞에 모인 탤런트 차인표, 방송인 리키김, 개그우먼 이성미 등 20여명의 연예인들은 "Save My Friend"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이날 중국어와 영어로 탈북자 북송 중지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낭독하는가하면, 영화 '크로싱'의 주제곡 '크라이 위드 어스'를 탈북자들과 함께 제창,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유명 탤런트들의 가세로 세간의 주목을 끈 '탈북자 북송 문제'는 덕분에 특정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대두됐다. 특히 이들의 절박한 호소 때문인지 꿈쩍도 않던 국회가 24일 중국 정부에 탈북자 강제 북송(北送)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이변(?)이 연출 되기도 했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31명의 탈북자들이 강제로 송환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종교나 정치색을 철저히 배제하고, 탈북자의 '생환(生還)'을 제일 큰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른바 'Save My Friend'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세스 박(Moses Bak·가명)은 2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몇년 전부터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탈북자와 새터민들을 돕는 자생적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최근 우리 그룹의 한 새터민 여동생이 탈북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어떻게든 이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Save My Friend' 운동을 펼치게 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 모임에는 국내 대학생들은 물론, 새터민과 외국인까지 다양한 분류의 청년들이 동참하고 있다"며 "우나 좌나 이런 정치적 개념보다는 보편적 가치에 입각, 북한 인권을 회복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청년들이 주체가 된 '젊은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박씨는 "순수한 이들이 신설동의 조그마한 사무실에 모여 저마다 긍지와 보람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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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자 강제북송 중지촉구 서명운동' 웹사이트.
박씨는 "우리 모임은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와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며 "교장 선생님도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고 계시고, 차인표, 안성기, 류시원 등 유명 연예인들도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우리 모임이 주목을 받으면서 '어르신'들이 하나둘 가세, 오프라인 집회가 잦아지고 있다"면서 "그 와중에 중국을 자극하거나 비난하는 발언이 자꾸 나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르신'들이 오는 3월 1일에도 대형집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릴수록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계속 자극할수록 구금된 31명의 목숨만 위태로워질 뿐"이라며 "중국이 마치 아량을 베푸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출구와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희는 '네임리스(nameless)', 이름없이 일하는 것을 표방합니다. 특정 집단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을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어르신들은 자꾸만 조직이나 단체를 만들려고 해요. 저희들이 당초 추구했던 내추럴한 운동 방식과는 좀 거리가 멀죠. 어떤 분은 삭발을 하자는 말씀도 하시는데‥. 지금 우리가 하는 운동이 절대 중국 정부에 부담이 돼선 안됩니다. 네거티브 방식은 절대 안통해요. 기분좋게 중국이 풀어줄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결 구도로 가선 곤란해요."
박씨를 비롯한 청년들이 현재 중점을 두는 운동은 '탈북자 강제북송 중지촉구 서명운동(http://www.change.org/petitions/save-north-korean-refugees-savemyfriend)'이다. 유명 탤런트들의 호소와 트위터 운동 등이 탄력을 받으면서 24일 현재 13만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다. 박씨는 조만간 서명 현황을 출력해 중국대사관·유엔인권위원회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우선 구명 사이트에 '사인업'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데요. 현재 13만명 이상이 사인했고 며칠내로 20만명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뿐 아니라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 네티즌들의 참여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 100만명 서명도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봅니다."
"작게는 31명을 구명하고 많게는 북한 전체의 인권을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박씨는 "앞으로도 새터민 문제와 통일 한국을 준비해 나가는 다양한 운동을 지속·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