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윗선 개입 알려지자 바로 "그만두겠다"
  • 박희태 국회의장은 9일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승덕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의원의 돈봉투 의혹을 제기한 지 한달 여 만이다.

    박 의장은 "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며 국회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한종태 국회 대변인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했다.

    박 의장은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저의 책임으로 돌려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사퇴를 결심하고 대변인 등 측근들에게 이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2008년 한나라당 (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그의 비서였던 고명진씨가 최근 검찰조사에서 '윗선 개입'과 관련해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고 씨는 검찰조사에서 "고승덕 의원 측으로부터 300만원을 돌려받은 뒤 그날 오후 김효재 수석을 직접 만나 관련 사실을 보고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은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었다.

    고 씨는 지금껏 검찰조사에서 고 의원 측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윗선' 개입설은 차단해 왔다. "돌려받은 300만원은 내가 썼고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었다.

    이날 본회의가 예정돼 있으나 박 의장은 국회에 출근하지 않고 공관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의장실 측은 "직접 기자회견을 하지 못한 것은 몸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의장직 사퇴가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하지 않았다.

    박 의장이 사퇴할 뜻을 밝힘에 따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사항을 처리할 전망이다. 빠르면 오는 16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사퇴서 처리와 함께 신임 의장 선출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회법 16조에 따르면 의장 또는 부의장이 궐위된 때나 의장과 부의장 모두 궐위된 때에는 지체없이 보궐선거를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모두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심사에 몰두하고 있는데다가 18대 국회의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의장이 국회의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체제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