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통상부가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관련 보도자료를 발표한 직후 32명이 씨앤케이인터내셔널의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실제로 매매한 약 60개의 계좌는 자금추적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씨앤케이의 주가조작 결론을 내리기까지 탐사보고서, 발파보고서, 유엔개발계획(UNDP) 보고서 등의 전문자료를 정밀분석하는 데만 5개월이 걸렸다고 밝혔다.

    ◇ 씨앤케이 주식 32명, 각 5만주 이상 순매도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외교통상부가 2010년 12월17일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관련 보도자료를 발표한 이후 70여일간 투자자 32명이 씨앤케이 주식을 5만주 이상 팔아치웠다.

    외교부는 당시 씨앤케이가 매장량 최소 4억2천만 캐럿에 달하는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3천원대였던 씨앤케이 주가는 17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이어간 데 이어 3주 만인 작년 1월10일에는 1만6천100원까지 치솟았다.

    주당 1만원의 차익을 남기고 5만주를 팔았다면 5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32명이면 최소 16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오덕균 대표가 자신이 보유한 247만주 상당의 씨앤케이 신주인수권과 처형이 보유한 주식 243만주 등을 팔아 7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을 고려하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는 최소 천억원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은 외교부의 보도자료 발표 이후 시세차익을 노린 주식 대량매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계좌 추적에 나서 2010년 12월18일부터 작년 2월28일 사이에 32개 계좌에서 씨앤케이 주식을 5만주 이상의 팔아치운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 계좌에 대해 매매분석과 입ㆍ출금 자금 추적을 실시해 씨앤케이 고문을 지낸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의 대량매도 사실을 포착했다.

    그러나 소위 정권 실세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관계 인사라고 할 만한 사람은 포착된 것이 없다"며 "차명계좌 이용 가능성도 열어두고 전방위로 추적했지만, 매도대금이 입고ㆍ출고된 기록에서는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신주인수권 매매계좌 59개 추적

    정치권에서 헐값 매각 의혹이 제기된 씨앤케이의 신주인수권과 관련해서는 실제로 매매가 이뤄진 59개 계좌가 조사 대상이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일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씨앤케이 신주인수권은 100개, 370만주 상당에 달한다.

    이중 오덕균 씨앤케이 대표가 66개(247만주 상당)를 사들여 2009년 10월~2010년 7월 172만주를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고 70만~80만주는 작년에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조 전 실장이 자신과 가족 명의로 26만주를 처분해 수억원의 차익을 남긴 사실이 또다시 포착됐다.

    오 대표는 신주인수권 일부는 과거 빌렸던 사채 원금을 갚는 데 쓰고 일부는 주변 지인들에게 시세보다 싼 가격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34개의 신주인수권은 개인 투자자들이 각자 주변 지인들에게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씨앤케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실세로 거론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나 보도자료 배포를 주도한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와의 연결고리는 포착되지 않았다.

    ◇ 전문자료 정밀분석에만 5개월

    금융당국의 씨앤케이 주가조작 사건 조사 기간은 사실상 작년 3월2일부터 올해 1월18일까지 322일에 달했다.

    최근 3년간 주요 자원개발 관련 사건 7건의 조사기간이 평균 253일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긴 편이다.

    그러나 금감원의 씨앤케이 조사의 경우 탐사보고서, 발파보고서, UNDP 보고서 등의 전문자료를 정밀분석하는 데만 5개월이 걸렸다.

    UNDP 보고서는 불어로 쓰여 있고 총 489쪽에 달해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이아몬드 추정매장량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광산개발에 대한 전문지식과 외부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감사원과 공조해 작년 12월 말 외부 광산개발 전문가의 최종 의견을 구했다.

    씨앤케이의 계열사인 씨앤케이마이닝은 카메룬에 있고 조사대상 계좌가 500여개, 혐의자ㆍ참고인이 수십명에 이른 것도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라고 소개했다.

    작년 5월 정기인사에서 팀장과 조사원이 변경된 이후 7월부터는 주식 대량매도 계좌와 신주인수권 매매계좌,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계좌 등에 대한 정밀분석이 차례로 이뤄졌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시작된 지노시스템ㆍ두림티앤씨, 인네트 부정거래 조사는 349일, 2008년 5월 시작된 네스테크 조사는 321일이 걸렸다"며 "자원개발 사건은 일반사건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