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보다 5자회담 먼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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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딘킨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소장은 17일 "북한 정권은 앞으로 20년 이상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한 딘킨 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김일성이 사망했던 1994년과 판이하게 다르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은에 대해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와는 다른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그는 아마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정일 사망 후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나.
▲북한 정권은 20년 이상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외부 환경이 1994년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때는 중국이 시장경제를 막 도입했고 러시아는 엉망진창이었으며 한국은 막 민주주의에 첫발을 내디딘 시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을 둘러싼 환경이 온통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향하고 있다. 북한 정권도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변화에 반응을 해야 한다. 아마 그들도 이 상태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외부세계의 영향 역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미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과거 구소련에 유입된 테이프레코더가 공산정권의 붕괴를 촉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테이프레코더에 비하면 휴대전화는 훨씬 발전된 기술 아닌가.
--김정은이 변화에 나설까.
▲김정은은 아버지나 할아버지와는 다른 경험을 갖고 있다. 모든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새로운 것에 열려 있다. 물론 김정은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히 자신의 할아버지와는 다를 것이다. 김정은은 인터넷도 할 수 있지 않은가.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 변화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아마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과거 IMEMO 보고서에서 2020년대 후반에 이르면 남북이 실질적 통일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 전망은 현재도 유효한가.
▲김정일 사망으로 통일 시점은 약간 앞당겨졌다고 본다. 2020년대 중반 정도가 되면 실질적 통일단계에 접어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서의 북중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현재 중국은 북한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올해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어 국내 문제에 매몰돼 있다. 또 중국 지도부가 바뀌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현재의 균형 상태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생겨날 것이다. 이 부분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
풋내기(youngster)가 중국과 무엇을 할지도 잘 모르겠다. 후견인 그룹이 김정은에게 북중 관계의 유구한 역사에 대해 설명을 하기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중국과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는 모르겠다.
--김정일이 지난해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방문함으로써 중국 일변도의 외교관계를 다변화하려 했다는 분석이 있는데.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은 몇 차례 연기됐다 성사된 것일 뿐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김정일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몰아넣지 않고 두 개의 바구니에 나눠 담을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6자회담 재개 전망은.
▲올해는 6자회담 부분에서 진전을 거두기에 별로 좋지 않은 해다. 미국ㆍ러시아ㆍ중국ㆍ프랑스 등에서 모두 지도부 교체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먼저 시작해 동북아 지역의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러시아가 의장국을 맡는 5자회담에서는 북한 문제만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와 해상안보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 사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나서기 전까지는 남북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다. 다만 그러한 지원은 '조건부'로 이뤄져야 한다. 과거 햇볕정책에서는 아무런 조건을 내걸지 않고 지원했기 때문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북한이 또 다른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그동안 북한은 도발과 유화를 반복하는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그 사이클만 놓고 본다면 아직은 도발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북한 내부의 권력 투쟁 과정에서 특정 세력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항상 남아있다.
--김정일 사망으로 러시아의 대외정책에 변화가 있나.
▲러시아 대외정책에서 북한 문제는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물론 북한이 시장경제를 도입한다면 러시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러시아 정부가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맡지는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