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 이 보다 더 남는 투자는 없다
    안정과 번영의 받침판, 주둔 당위성 이해해야

    복거일

    북한 정권의 지도자가 바뀌어 정세가 더욱 혼란스러워지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국과의 동맹이, 특히 주한 미군이, 대한민국의 안보와 번영에 대해 지닌 뜻을 새삼 성찰하게 된다. 우리는 주한 미군의 역할에 대해 거의 잊고 산다. 그러나 미군이 떠나면, 우리 사회는 바탕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핵무기를 지닌 북한군의 위협에 대해 우리가 내세울 만한 방어책은 없다. 북한이 실제로 공격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공격을 억지하던 미군이 떠나면, 북한의 잠재적 위협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두려움에 질릴 것이다. 무역이 줄어들고 투자가 끊기고 국내 자본과 외국 자본이 앞을 다투어 탈출할 것이다. 그런 경제적 공황은 이내 정치적 공황을 불러 대한민국의 존속과 번영을 위협할 것이다.

     이처럼 주한 미군은 우리 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떠받친다. 실은 대한민국이 처음부터 미국과의 동맹 덕분에 자라나고 발전할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미국에 패망하여 조선이 해방된 뒤, 한반도가 미국과 러시아에 의해 분할 점령된 일은 조선의 현대사에서 분수령적 사건이었다. 남한은 미국에 의해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자본주의 체제를 갖추고 줄곧 발전해서 자유롭고 풍요로운 사회가 되었다. 북한은 공산주의를 따르는 러시아에 의해 공산주의 사회가 되었고 더할 나위 없이 억압적이고 가난한 사회로 전락했다.

     6.25 전쟁에서 우리는 미국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미군의 존재는 한반도의 군사적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지금도 그런 역할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고 예측가능한 장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중국이 빠르게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주한 미군에겐 또 하나의 역할이 더해졌다. 북한의 후견인 노릇을 하면서 점점 거칠게 압박해오는 중국에 대해 우리는 작은 대항력밖에 없다. 다행히, 그런 대항력은 미국과의 동맹에 의해 상당히 증강된다.

     이처럼 우리의 안전과 번영을 떠받치는 주한 미군은 보기보다 허약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고전하면서, 주한 미군의 전투 병력과 무기들이 많이 차출되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정은 미국의 전반적 퇴조를 반영한다. 힘에 부친 제국이 해외에 투사했던 영향력을 한번 축소하기 시작하면, 그런 추세를 되돌려 다시 영향권을 확대하기는 무척 어렵다. 잃은 영토나 영향권을 되찾는 데 필요한 정치적 의지도 자원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근년에 초강대국의 지위를 잃은 영국,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의 경우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당장 급한 일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으로 전용된 병력과 무기들이 돌아와서 주한 미군 부대들이, 특히 제2보병사단이, 편제 병력과 무기들을 제대로 지니도록 하는 것이다. 제2보병사단이 우리나라의 방어에서 지닌 중요성은 결정적이다. 그 부대가 지키는 동두천-의정부 축선이 무너지면, 우리는 한강 이북 지역을 방어할 수 없다. 특히 의정부는 문산, 동두천, 철원에서 서울로 오는 주요 접근로들이 만나는 곳으로, 6.25 전쟁에서 그 전략적 중요성이 여러 번 입증되었다.

     주한 미군의 증강은 물론 한미 동맹이 보다 튼튼해져야 가능하다. 좌파 정권들 아래서 크게 훼손된 한미 동맹은 이명박 대통령의 노력으로 거의 다 회복되었다. 그러나 국제 동맹은 실리에 의해 떠받쳐져야 온전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이 재정적으로 어려우므로, 주한 미군이 이전의 전력을 회복하려면, 주둔 비용을 우리가 많이 부담해야 한다.

     그런 비용은 우리에게 작은 짐이 아니다. 따라서 주한 미군의 증강에는 그런 부담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우리의 정치적 의지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런 정치적 의지는 우리 시민들이 한미 동맹의 뜻을 제대로 알고 주한 미군의 역할을 충분히 인식한 뒤에야 형성될 수 있다.

     여기에 어려움이 있다. 우리 사회엔 반미 감정이 널리 퍼졌고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이런 사정은 물론 북한 정권과 그들을 따르는 세력이 반미 감정을 부추긴 데서 나왔다. 특히, 문화와 교육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좌파 세력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국의 역할을 극도로 왜곡한 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당연히, 우리 시민들이, 특히 학생들과 젊은 세대들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국의 역할에 관해 제대로 알고 대한민국의 성취에 대해 자부심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 긴요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만큼 어려운 과업이지만, 이 일보다 우리의 안전과 번영에 중요한 일도 드물다.
    복거일<소설가, 문화미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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