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O방식 기업인수한 온세텔레콤 서춘길 前대표 집유 법원 "지분 100% 소유할 때도 유죄…엄격히 판단"
  • 월스트리트에서 80년대 많이 사용된 ‘LBO(차입매수)’ 방식 M&A를 했던 기업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국내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이 법적으로 제한돼 있음을 의미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배준현 부장판사)는 5일 1,000억 원 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춘길 前온세텔레콤 대표이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서 前대표가 LBO 방식으로 온세통신을 인수하면서 회사에 1,300억 원 가량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에 대해 전체적으로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배임규모가 거액으로 죄질이 중하고 온세텔레콤 측도 처벌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온세텔레콤의 실질적인 재산상 손해가 없었고 인수를 통해 기업 가치가 상당히 향상된 점, 범행 당시 서 씨가 LBO 인수방식에 대한 불법성을 확실히 인식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이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서 前대표가 회삿돈 19억 원을 횡령한 혐의와 경영 과정에서 인수자금으로 2억 원을 빌려 갚지 않은 사기 혐의, 일부 배임 혐의는 무죄라고 판결했다.

    서 前대표는 2006년 9월 유비스타를 통해 온세통신을 인수하면서 회사에 1,400억 원 가량의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2011년 7월 구속기소 됐다.

    서 前대표가 했던 ‘LBO(Leverage Buy Out)’은 인수대상인 기업을 ‘가상의 담보’로 잡아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고, 인수 뒤에는 해당기업의 자산매각 등을 통해 빌린 돈을 갚는 인수합병의 한 기법이다.

    1970년대에도 일부 사모펀드를 통해 ‘LBO’ 방식 인수합병이 있었으나 1982년 사모펀드 KKR이 RJR나비스코라는 대형 담배회사를 250억 달러에 인수할 때 LBO 펀드를 활용한 게 알려지면서 한동안 유행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인수합병 붐이 일어난 뒤 ‘LBO’에 대한 일부 규제 시도도 있었지만, 지금도 ‘정상적인 LBO’일 경우에는 합법으로 본다. LBO가 적대적 인수합병에 자주 사용되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대형 인수합병에서 LBO를 할 경우에는 인수대상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해 채권발행 등의 ‘유동화’ 과정을 거쳐 인수한다. 이때 발행하는 채권은 인수합병이 실패할 경우 가치가 ‘0’에 가까워 ‘정크본드’라 불린다. ‘DBL(Drexel, Burnham, Lamberts & Co.)’의 마이클 밀켄은 이 ‘정크본드’가 실제로는 투자에 비해 수익이 크다는 점에 착안, 1,000억 달러 규모의 ‘정크 본드’ 사업을 벌이다 사기 등의 혐의로 투옥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적대인수합병 기법 합법화’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후 ‘월스트리트 기법’을 빙자해 사채업자나 조폭 등이 낀 ‘코스닥 사냥꾼’들이 저축은행 등을 끼고 ‘무늬만 LBO’ 방식의 기업인수를 자주 벌인 바 있다.

    법원 측은 "기업을 인수하면 피인수회사 주식 전체를 소유하게 돼 일반 주주의 피해가 없는 경우에도 배임죄를 인정한 첫 사례다. 자기 돈 없이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LBO 방식에 법을 엄격히 적용한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