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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공자 충북대 명예교수ⓒ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2월19일 낮 12시 특별방송을 통해 김정일의 사망을 공식 발표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등장을 시사했다. 예상보다 빨리 온 그의 사망은 북한은 물론 한반도 주변 주요 이해 당사국들에게 예상된 뜻밖의 사건이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베일에 싸인 북한에 집중되고 있다.
2012년은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 4강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시점이기에 김정일의 급작스런 사망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정세와 맞물려 불확실성을 더해주고 있다. 앞으로 김정은 후계체제의 향배에 따라 주변 4강의 행보도 빨라질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은 북한 내부의 갈등과 충격의 불똥이 다시 튀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왜냐하면 과거 그들은 내외문제의 유불리에 따라 도발전 행태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북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록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 발표하기는 했지만, 그의 후계구도가 얼마만큼 확고한지는 아직 확실치 않은데다가 권력을 둘러싼 갈등으로 예측불허의 사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간 북한은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기하여 강성대국을 완성시켜 인민에게 이팝에 고깃국을 먹이겠다고 공언하면서 김정일 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져왔지만, 강성대국의 목표를 하향조정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경제적 상황이 악화된 북한은 모든 게 여의치 않다. 이제 강성대국을 주도한 주역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에는 김정일 사망에 대한 역설적 논란과 대척적 주장으로 국론이 분열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조차 없지 않다. 더욱 우리 정부가 북한 TV뉴스를 보고야 김정일의 사망소식을 알았다는 데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불만도 적지 않다. 그러나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독재자의 사망은 최측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극비사항에 속한다. 까닭은 권력자들이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막후 타협과 조절을 벌이기 때문이다.
더욱 북한과 같이 베일에 싸인 독재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김정일 사망을 놓고 우리의 정보라인에 대한 조야의 실망이나 질타는 북한과 같은 특수한 상황을 고려치 않은 데에 연유한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정보라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거나 믿을 만 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최초 김정일 사망 발표와 함께 북한은 외국의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으로부터 서열 9위까지 최고위 지도부가 주중 북한 대사관에 가서 조문을 했고, 김정은 체제에 대한 승인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러시아도 대통령의 조의 표시와 함께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 있는 북한대사관에서 김정은을 거명하면서 조의를 표했다. 이처럼 중-러 양국은 발 빠르게 김정은 후계체제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일 김정일의 사망과 관련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정치권은 물론 민간 조문단 방북을 제한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현대 정몽헌 회장 가족의 조문에 대해서만 답례차원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했다.
이러한 우리정부의 조치에 대해 북한은 “반인륜적 야만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지난 23일 대남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모든 남측조문을 허용한다고 함으로써 남남갈등을 획책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남조선 각 계층의 뜨거운 추모 운운하면서 체류기간에 따른 남조선 조문객들에게 모든 편의와 안전은 충분히 보장될 것이며, 이를 위해 개성 육로와 항공로를 열어 놓겠다고 했다.
더욱 북한은 조문이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남조선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남북관계가 풀릴 수도 있고, 완전 끝이 날 수도 있다고 협박까지 했다. 그러나 김평일이나 김정남처럼 배를 달리한 형제들에게 조문을 허용치 않는 것은 인륜적이며, 사망을 축하하고 싶은 북한 주민들의 차가운 민심에는 왜 말이 없는지 모르겠다.
북한이 유독 남한의 조문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한데는 그럴만한 계산과 의도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의 계산과 의도는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에겐 파괴적이었고 악의적이었다는 사실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확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확고한 안보의식과 결집된 국민총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금후 한반도의 상황이 매우 불확실하고 유동적이라는 데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분명한 또 다른 사실 중 다른 하나는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의 태도여하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개선에 중요한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그의 죽음과 함께 남북대결시대를 마감하고 남북이 협력하는 새로운 시대를 만든다면, 그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이팝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는 날이 훨씬 앞당겨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남북한은 지금과 같은 반목과 갈등, 대결과 투쟁을 마감하고 화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전제로 한 전향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이 같은 변화만이 북한의 체제적인 안정은 물론, 만성적인 빈곤의 늪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