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14세 죽었다고 프랑스 전제왕정 달라지지 않아
  • ▲ 이재춘 전대사 회고록 표지ⓒ
    ▲ 이재춘 전대사 회고록 표지ⓒ

    이명박정부와 여야의 정치권이 한결같이 북한체제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의 사망에 대하여 정부가 발표한 입장은 그 내용이 너무도 생뚱맞다.

    북한의 인민들에게 위로를 표시한다는 표현은  왜 위로를 해야하는 지를 따진다면  답변을 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김정일이 지금까지 북한 인민들을 위하여 많은 업적과 공로를 쌓아왔다는 사실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이들을 위로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정부가 어정쩡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단체가 민간차원에서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해 연례적으로 해온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행사도 못하게 했는데, 이러한 방침결정의 배경도 석연치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중국과  미국 등의 눈치를 살피다가 어중간하게 '중도실용'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표현을 내놓은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김일성과 김정일 독재 체제의 한국에 대한 부단한 파괴-도발 책동으로 그동안 우리국민들이 입은 상처와 피해를  상기할 때  피해의 직접당사국인 대한민국 정부가 해야할 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압제하에서 신음해온 북한동포들에 대해서도 이 시점에서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 임을 자처해온 대한민국 정부가 전하지 않으면 안될 메시지가 분명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정부는 입을 다물고 있다. 왜 그럴까? 북한이 두렵기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가 나서서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아마도 중국이 그랬듯이 또한 미국이 신중한 입장을 보였듯이 우리도 북한이 스스로 변화되기를 기다리겠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중국이  김정은 후계체제를 기정사실화 하는 조치를 가장 신속하게 취하면서 조용히 대응하는 것은 북한체제와 한반도 정세의 '현상유지'를 주도하기 위한 용의주도한 계책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현상타파'를 적극, 추진 해 나가야 할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우리의 입장과 반대되는 중국의 대응을 흉내내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은 김일성 사후에 한반도 정세가 호전된 일이 있는가? 호전되기는 커녕 '호랑이를 피하려다가 늑대를 만난 꼴'이 아니었는가?

    김정일이 죽었다고 좋은 세상 올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근거도 없고 터무니 없는 망상에 불과하다. 마치 “짐이 곧 국가다”라고 했던 루이14세의 절대 왕정하에서 신음하던 백성들이 그의 타계를 환호했지만, 루이 15세, 16세로 계속이어지는 폭정으로 계속 시달리다가 프랑스 혁명의 피 비린내나는 참화를 걲게 되듯이 북한이 스스로 변화되어 북한인민들의 고통이 사라지고 국제사회의 우려가 불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으로 이미 공식화된 '절대왕조국가'의 본질상 왕권의 안정이 민생의 안정이라든가, 인권 또는 국제협력 등 그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미 북한이 천명한 김정일의 유훈통치 즉 선군정치의 계승으로 핵무장을 통한 대남 대결정책 이 요지부동 이라는점이다. 셋째는, 저들이 '김일성 민족'임을 내외에  다시 한 번 선포한 것은 한국은 통일을 이루어갈 대상이라기 보다 김일성민족으로 복속시켜야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른바 '국상' 기간 중에도 조문문제를 둘러싼 저들의 언동을 보면 우리 정부의 조치를 “반인륜적인 야만 행위”라느니, 남북관계가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다”는 등의 험담과 협박을 서슴치 않고 있다. 노동신문 사설이 '선군'이라는 단어를 21회나 사용하면서 “강력한 핵보유국으로 전변시킨 만대불멸의 업적”이라고 김정일을 칭송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대북관계를 유연하게 할 여지가 있다”는 말만 거듭하고 있으니 과연 그런지, 아니면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