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우상의 등장
      
    김정은이 새로운 우상으로 평양 만수대에 우뚝 서게 된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머리가 허연 늙은 장군들도 그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절을 합니다. 그의 계모격인 한 여성도 그의 앞에서 정중하게 절을 했고 이미 우상이 되어버린 김정은의 자세는 조금도 굽혀지지 않았습니다. 북에는 이제 우상이 셋이 되었습니다. 김일성 자신은 물론, 그의 아들‧손자 누구에 대해서도 불경스런 말을 단 한마디라도 던지면 총살당할 겁니다. 죄명은? 신성모독죄!

    역사적으로 우상숭배의 덕을 보는 자들은 따로 있습니다. 우상 자신은 매우 고달프고 힘에 겨운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모든 독재자들의 삶이 다 그러했을 것인데, 모르기는 하지만 그의 아버지도 병고에 시달리면서 내심으로는 아마 기도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느님, 나를 좀 빨리 불러가 주세요”라고.

    그의 주변의 한심한 속물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실권자들도 혹시 저 우상 때문에 해를 입을까 염려스러워 속에도 없는 수작을 하고 엉뚱한 몸짓도 보입니다. 오바마도 노다도 다 그렇습니다. “김대중 미망인과 정몽헌 미망인은 김 상가에 문상을 가라” 왜 그 두 여성이 가야 하는 것인지 나는 모릅니다. 한 사람은 북에다 왕창 돈을 가져다 준 사실을 지금은 후회하고 있을 것이고, 또 한 사람은 억울하게 죽었으니 내 원수를 갚아달라고 울부짖고 있을 겁니다.

    김정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휴전선에 크리스마스트리는 세워만 두고 점화는 안 한다니. 우리가 그를 새로운 우상으로 만드는 것 아닙니까.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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